병동 곳곳 찰칵찰칵 ‘명랑 파파라치’

곽윤섭 2009. 09. 07
조회수 8216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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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산공원으로 가는 언덕길에 회원들이 동네의 이모저모를 담고 있다.
 

 [동아리 탐방] 녹색병원 ‘아이리스’                       아이리스로고.jpg

매달 조회 때 슬라이드쇼…“예쁜 사진만” 압력
면목동 프로젝트 ‘주민사진전’ 야심찬 기획도


 지난 17일 오전 서울 중랑구 면목3동 녹색병원 마당. 이 병원의 사진동아리 ‘아이리스’(iris=홍채나 조리개라는 뜻) 회원들이 출사를 위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부인과 두 아이를 데리고 나온 회장 이종훈(42·원무과)씨는 출발에 앞서 인원 확인에 들어갔다. 출사에 참석하기로 했던 외과전문의 하동원 회원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갑작스런 수술 때문에 참석할 수 없을 것 같다는 전갈이었다. 기자가 병원에 들어설 때 응급실 앞이 소란스러웠는데 바로 그 환자의 수술인 모양이다. 병원은 이런 곳이다.


‘사진가의 눈이 소통의 창’ 등 너도나도 사진철학 한마디씩


 ‘아이리스’ 는 2007년 7월에 발족됐다. 업무 특성상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병원 직원들에게 적합한 여가활동이 무엇일지 사내 의견수렴을 거친 끝에 탄생한 동아리다. 현재 정회원은 의사, 간호사, 치료사, 병리사 등 17명이다. 가족과 인터넷 홈페이지의 회원까지 합치면 35명에 이른다.
 이들은 병원에서 ‘명랑파파라치’ 라 불린다. 틈나는 대로 지하 2층, 지상 6층 규모의 병동 곳곳을 훑고 다니며 셔터를 눌러댄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다. 이들은 이렇게 찍은 사진들을 모아 한달에 한 번씩 전체 조회시간을 통해 슬라이드쇼를 벌인다. 

아이리스11.jpg

회장 이종훈씨가 양해를 구하고 업무중인 간호사를 찍고 있는 동안 이씨의 아들 '머루'군이 같이 프레임을 잡고 있다.  


 “처음엔 카메라를 피해 도망다니는 모습이 많았어요. 파파라치라 불릴 만도 했습니다. 지금도 예쁘게 나온 사진만 찍으라는 압력이 심합니다.”  회장 이씨의 말이다.
 “회원들이 찍는 사진은 일하는 환경만큼이나 다양합니다. 꽃, 풍경, 사람 등 자유롭게 찍고 싶은 것을 찍습니다. 찍는 사람이나 보는 사람이 모두 즐거워 할 수 있는 사진이 좋은 사진 아닐까요?” 좋은 사진이 무엇인지에 대해 묻자 자신의 사진철학까지 줄줄 이어졌다. “카메라를 든 사진가는 사진을 보고 싶어하는 사람들의 욕구를 대신 충족시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사물을 바라보는 사진가의 눈이 소통의 창이라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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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원들이 출사에 앞서 병원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병원 앞 놀이터 아이들 찍어 전시하고 프린트도 해 줄 계획


 그동안 휴가사진 콘테스트를 한 차례, 회원이 아닌 일반 직원들의 사진을 모은 콘테스트도 한 번 열었다. 월 1회 정기출사를 갖고 사진실력을 연마하고 있는 이들은 요즘 야심찬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병원 바로 앞에 큰 동네놀이터가 하나 있는데 그곳에 놀러오는 동네 아이들과 주민들의 다양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아 전시회를 열겠다는 것이다. 마침 병원 내에는 지역건강센터도 있어, 회원들의 사진활동이 지역주민들과 더욱 가까워지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건강센터는 소년소녀가장 지원, 장애인 및 독거노인 돕기등의 활동을 해온 녹색병원 내 기구다.

 “아파트단지가 많은 동네와 달리 면목동 놀이터엔 아이들이 많이 옵니다. 부모들에게 허락을 구한 뒤 이들을 찍은 사진을 모아 놀이터와 병원 앞 마당에 전시할 계획입니다. 전시된 사진들 중 당사자들이 ‘잘 나왔다’고 생각하는 컷이 있으면 프린트도 해 주려고 합니다.” 올 연말엔 녹색병원 생활사진가들의 면목동 프로젝트 ‘주민사진전’을 다시 소개할 수 있을 것 같다.




iris001.jpg

                 이날 이화동출사에 온 참석자들이 골목어귀에서 기념사진을 찍었다.



골목에서 마주친 할머니 거리낌 없이 “찍어 맘껏 찍어”


 회원들의 이날 출사지는 대학로 옆 이화동. 설치미술로 잘 알려진 낙산공원을 포함해 일대를 카메라로 둘러보는 일정이다. 맑고 푸른 겨울하늘 아래 기온이 그리 낮지 않지만 산바람이 매서운 언덕길을 걸어 올랐다. 골목에서 마주친 동네 할머니 방기선(71 충신동)씨가 어른 사진가들 틈에서 한 꼬맹이를 발견하곤 반색을 했다. 덥석 안아주면서 반기는 품이 그이종훈1.jpg늘 사이에서 불쑥 삐져나온 양지바른 담벼락처럼 따뜻해 보였다.   “사진 좀 찍어도 될까요?” 미처 말을  마치기도 전에 “찍어 맘껏 찍어 우리 애기도 같이 찍자”며 이회장의 둘째 반달이(3)를 들어올렸다. 굶주리던 차에 먹잇감을 만난 듯 회원들이 몰려들어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로모 LC-A+를 들고 나온 선현영(28 간호사)씨는 “자연스러운 사진, 찍히는 사람이 의식하지 않는 사진”이 좋은 사진이라고 했다. 그러다보니 카메라를 의식하지 않는 풍경을 자주 찍게 되더라며 웃었다.

선현영 (5).jpg

                                                                                                                          선현영


 

캐논에서 만든 콤팩트 G9으로 찍는 장미나(26 간호사)씨는 “좋은 사진요? 저한테 좋은 게 좋은 거죠” 라며 그동안 찍었던 사진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크리스마스때 찍은 엄마 사진” 이란다. 

장미나 1 (2).jpg

                                                                                                            장미나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고 회원 수도 많지 않습니다. 사진 수준도 대단하지 않은 것 같고요. 그러나 사진을 좋아하는 마음은 충만합니다.” 회장 이종훈씨가 자평했다. 굳이 말할 필요도 없는 이야길 덕담 삼아 건넸다. “사진 실력이 뭐 중요하겠습니까?” 낙산을 향해 오르는 이들과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면서 생각하니 역시 할 필요가 없었던 말이었다.

 

한겨레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인터뷰를 마친 뒤 그동안 회원들이 찍은 사진 중 몇 장씩을 건네받았다.

100여장이 든 CD 를 받았는데 좋은 사진이 매우 많았다. 그렇지만 이 자리에 다 옮기는 것은 과유불급이라 생각해 '적당히' 골라냈다.  아래 갤러리에서 ‘아이리스’ 회원들이 찍은 사진들을 소개한다. 더 많은 사진을 보실 분들은 아이리스의 홈페이지 http://cafe.naver.com/irisgreen 를 방문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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