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탕으로 만든 화려한 색감

곽윤섭 2009. 08. 06
조회수 52038 추천수 1

 
[전시회 현장] 포토코리아 ‘슈팅, 이미지’전 
 ① 구성연의 ‘사탕 시리즈’


구성연-사탕시리즈3.jpg

사탕시리즈, 2009년    ⓒ구성연


2000년대 이후 변화무쌍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이고 있는 한국 사진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코엑스 3층(옛 장보고 홀)에서 전시되고 있다. 한겨레신문사와 ㈜마르델아르떼가 공동주최한 포토코리아 2009 ‘슈팅, 이미지’ 전이 열리고 있다. 7월31일 시작돼 8월27일까지 관객들을 기다린다. 관객들의 반응을 중심으로 몇 작가를 소개한다.

 


찍을 땐 사진가 마음대로, 감상할 땐 관람객 마음대로

 

전시장에서 관객은 편하게 사진을 바라보고 싶어한다. 작가가 깊은 의미나 철학을 심어두었다고 하더라도 관객들은 그냥 자신의 눈높이와 자신의 입맛으로 볼 뿐이다. 순서로 보자면 작가가 먼저 자신의 구상과 기호에 따라 작품을 만들어내고 관객은 그 작품을 수용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따지고 들자면 작가가 갑의 입장인 것 같고 관객은 을의 입장으로 보인다. 그러나 막상 전시장에 사진이 걸리거나 사진집에 실린 다음엔 갑과 을의 관계가 달라진다. 관객은 사진 앞에서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그저 자신이 보고 싶은 대로 보고 이해한다. 사진을 보는 데 시간을 얼마나 투자할지 결정하는 순간에 작가는 아무 역할도 할 수가 없다. 또 정말 마음이 움직여 그 사진을 자신의 거실이나 안방으로 가져갈지 결정하는 순간에도 작가는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한다. 다만 작가는 작품에다 모든 것을 쏟아붓는 데 최선을 다할 뿐이다. 작가는 작품으로 말한다.


 

구성연-사탕시리즈4.jpg

사탕시리즈, 2009년     ⓒ구성연


 


구성연-사탕시리즈2.jpg
사탕시리즈, 2009년     ⓒ구성연


 

구할 수 있는 사탕은 다 모았다…사탕값만 200만원

 

전시장에서 몇 관객들을 만나 의견을 물었다. 구성연의 사탕시리즈를 꼽는 사람들이 많았다. 의미 있는 숫자의 관객에게 설문조사를 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차가 있겠지만 여성과 아이들이 특히 사탕시리즈에 큰 반응을 보였다. 구성연 작가와 전화인터뷰를 했다.

 

-여성들과 아이들이 특히 좋아하는 것 같더라.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들과 나이 든 분들도 좋아할 것이라고 본다.

 

- (…) 사탕은 어떻게 구했는가, 사탕 값이 좀 들었을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 만들었든, 수입했든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 구할 수 있는 사탕의 종류는 모두 다 모았다. 지금까지 사탕 사는 비용만 약 2백만 원 든 것 같다.

 

-어떻게 작업했는가?

=사탕을 나뭇가지에 꽂았다. 초기작품의 사탕은 다 녹아버렸다. 사탕을 새로 구입해야 한다. 현재 열다섯 작품 정도 만들었는데 사탕시리즈는 아직도 진행중이다. 

 

-팝콘시리즈엔 팝콘이, 나비시리즈엔 찐빵과 우유와 맛탕, 유리시리즈엔 호박, 포도 등이 등장했고 이번엔 사탕이다. 음식물이 계속 등장하는데 모두 작가가 (식용으로) 좋아하는 음식들인가? 사탕을 잘 먹는지….

=그럴 리가. 좋아하는 음식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사탕을 그렇게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매력적인 소재라고 생각한다. 나비 시리즈와 유리 시리즈에선 음식물이 주요소는 아니었다. 어쨌든 음식물은 내가 좋아하는 소재임이 틀림없다.

 

화려한 색감 눈길…“몇 분은 투자하라”

 

구성연의 사탕시리즈는 확실히 매혹적인 사진이다. 화려한 색감이 먼저 시선을 끈다. 언뜻  꽃처럼 보이는데 오래 보지 않아도 사탕이라는 것을 금방 알 수 있지만 그렇다고 신비감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작가도 말했듯 저 사탕을 다 먹었다간 큰일이 나겠지만 여전히 입에 집어넣고 싶은 충동이 든다. 작가가 작품을 전시장에 걸어둘 때 관객으로부터 외면당하길 원하는 사람은 몇 없을 것이다. 일단 이게 뭘까 싶어서 발걸음을 잡아둘 수 있다면 그것으로 절반의 성공이다. 느닷없는 이야기지만 강운구 선생이 했던 말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관객들은 사진을 보는 데 너무 인색하다. 한 작품 앞에서 몇 초나 머무르고 간다고 생각하는가? 어떤 작가의 어떤 작품도 그렇게 짧게 일별하고 건너갈 수 있는 것은 없다. 몇 초가 아니라 몇 분은 투자해야 한다.”

 

-관객들이 (작가의 작품을) 어떻게 봐주길 원하는가? 이해를 돕기 위한 장치가 작품 속에 마련되어 있나?

=어떻게 봐주길 바라는 것 없다. 그냥 사진 앞에 서서 바라보기만 해도 좋겠다. 작가가 작품을 만들 때의 심경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사진에 쓰고난 소재는 사라지고 사진만 남아

 

구성연은 동국대학교 인도철학과와 서울예술대학 사진과를 졸업했다. 개인전으로《유리》(한전프라자갤러리, 2002),《모래》(덕원갤러리, 2004),《화분》(프로젝트스페이스 집, 2005),《팝콘》(갤러리쌈지길, 2007) 등이 있으며,《SeMA 2006》(서울시립미술관, 2006),《한국현대사진스펙트럼-정물》(트렁크갤러리, 2007),《작품의 재구성》(경기도미술관, 2008), 《한국현대사진 60년》(국립현대미술관, 2008)등에 출품했다.

 

유리, 화분, 나비, 모래 등의 작품은 모두 작가가 직접 구성요소를 만든 뒤 사진으로 옮기는 작업이다. 음식이 들어있다 보니 모두 썩거나 녹아버려 원래 작품이 남아있진 않고 사진만이 남아있다.

“모래시리즈에 사용했던 모래는 아직 남아있다. 작품을 만들어 사진을 찍고 나면 형태는 바뀐다. 거북이를 만들었던 모래로 책을 만들었고 문어와 장미꽃을 만들었다. 지금은 봉투 속에 보관중인데 이번 사탕시리즈에서 나뭇가지를 화분에 고정할 때 사용하기도 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이번 전시장터엔 사탕시리즈 네 작품이 등장했다.  구성연작가의 작품세계 변화를 보기 위해 2000년 나비시리즈부터 이곳에 소개한다. 작가의 상상력이 관객의 상상력과 어떻게 만나는지 살펴보자.
 


butterfly02.jpg

나비시리즈, 2000년, C-print ⓒ구성연


 


 

맛탕.jpg

나비시리즈, 2000년, C-print ⓒ구성연

 

 

늙은호박.jpg

유리시리즈, 2001년, C-print ⓒ구성연

 

 

붉은장미.jpg

 모래시리즈, 2004년, C-print ⓒ구성연

 

 

시계.jpg

모래시리즈, 2004년, C-print ⓒ구성연

 

 

화분001.jpg

화분시리즈, 2005년, C-print ⓒ구성연



 

화분002.jpg

화분시리즈, 2005년, C-print ⓒ구성연

 

 

팝콘001-3s.jpg

▲ 팝콘시리즈, 2006년, C-print ⓒ구성연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전시회

노동과 휴식에서 ‘삶’ 발견하는 성자 ‘농부’

  • 곽윤섭
  • | 2009.09.07

이 시대 진정한 성자(聖者)의 얼굴은 어떤 모습일까? 갤러리M은 전민조의 ‘농부의 얼굴을 찾아서’ 초대전을 개최합니다. 그는 비 오는 날 전라도...

취재

업무로 시작한 사진이 이젠 예술의 문턱에

  • 곽윤섭
  • | 2009.09.07

[한국건설기술연구원 ‘KICT사진가족’]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사진동아리 ‘KICT사진가족(이하 사진가족)’은 업무에도 도움이 되고 업무에서 쌓인 스트...

취재

출사도 온라인에서 자유롭게

  • 곽윤섭
  • | 2009.09.07

[동아리 탐방] Urbanphoto(감성사진) Urbanphoto(감성사진·www.urbanphoto.co.kr)는 인터넷 싸이월드에 기반을 두고 있는 온라인 사진동아리다. 200...

사진책

서울 달동네 흑백 사진 속 ‘영희언니 철수오빠’ [4]

  • 곽윤섭
  • | 2009.09.07

오른쪽의 책 제목을 누르면 도서구매로 안내됩니다. ---------> 골목안 풍경 30년 김기찬 사진집 눈빛 /200쪽 / 38,000원 지난 30여 년간 골목을 누...

취재

병동 곳곳 찰칵찰칵 ‘명랑 파파라치’

  • 곽윤섭
  • | 2009.09.07

낙산공원으로 가는 언덕길에 회원들이 동네의 이모저모를 담고 있다. [동아리 탐방] 녹색병원 ‘아이리스’ 매달 조회 때 슬라이드쇼…“예쁜...

강의실

[미션 강의실] <12> 달라붙은 평면에 스피커 달아 볼륨을 높여라

  • 곽윤섭
  • | 2009.09.03

소리를 잡아라 눈으론 멋진데 찍고보면 밍밍한 건 ‘무감각’ 탓 울림은 무궁무진…셔터속도 낮추는 것도 열쇠 3차원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앞...

취재

작가 14명의 기발한 착상

  • 곽윤섭
  • | 2009.09.02

한미사진미술관 ‘요술·이미지전’ 사진집을 볼 땐 글로 된 책보다 훨씬 오랜 시간 공을 들여서 보라고 권하고 있다. 글이 아닌 시각물은 눈에 ...

강의실

[미션 강의실] <11> 사진에 눈 코 귀 달아 감각을 섞어라

  • 곽윤섭
  • | 2009.08.28

공감각 만들기 교향곡을 혀로 맛보고 하늘에 귀를 기울인다면? 풍경에 코 대고 손짓에서 5천 개 말을 읽는다면? 공감각(합감, synesthesia)이란 한...

취재

밀림의 제왕도 뙤약볕은 싫어 

  • 곽윤섭
  • | 2009.08.21

[동물들의 여름표정]<4> 사자 원로들은 원두막에, 아랫것들은 맨바닥에 사하라 남부, 아프리카, 인도 북서부에 분포. 주로 사는 곳은 초원지대. 수...

강의실

세상은 색이다

  • 곽윤섭
  • | 2009.08.21

[5~9강 클리닉]무궁무진한 상징과 이야기의 세계 6강부터 9강까지는 색을 찾는 미션을 진행했습니다. 1강 선, 2강 면, 3강 사람, 4강 상징 편에 ...

강의실

[미션 강의실] &lt;9&gt; 보라, 남과 여· 감각과 정신 혼융 ‘마법의 색’

  • 곽윤섭
  • | 2009.08.14

보라색과 회색 자연에서 가장 드물고 바래지않아 ‘권력’ 흔히 널려있는 회색, 중립이면서도 엉큼 색을 찾는 미션을 위해 강의를 진행하면서 먼저 ...

취재

짜릿한 순간을 위한 오랜 기다림

  • 곽윤섭
  • | 2009.08.12

오상택. PRS2-001 JUMP. edition 45. 100×130cm. Photographic Color Print. 2008 ‘슈팅 이미지’전 ③ 오상택 사진 한 장 찍는 데 걸리...

취재

재개발 현장의 파노라마들

  • 곽윤섭
  • | 2009.08.11

강홍구-계단 2009, digital photo, print,220x90 슈팅 이미지전②-강홍구의 ‘은평뉴타운 연작’ 파노라마카메라라는 것이 있다. 렌즈가 좌우로 회전...

취재

호랑이 입은 얼마나 클까

  • 곽윤섭
  • | 2009.08.07

동물들의 여름표정<3> 동물원에서 만나는 호랑이는 여름이나 겨울이나 늘 낮잠을 자는 모습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얼굴이라도 한 번 보기가 어...

취재

사탕으로 만든 화려한 색감

  • 곽윤섭
  • | 2009.08.06

[전시회 현장] 포토코리아 ‘슈팅, 이미지’전 ① 구성연의 ‘사탕 시리즈’ ▲ 사탕시리즈, 2009년 ⓒ구성연 2000년대 이후 변화무쌍한 형태의 ...

강의실

[미션 강의실] &lt;8&gt;가장 밝으면서도 불안정해 상징 ‘극과 극’

  • 곽윤섭
  • | 2009.08.06

  두얼굴의 노랑    다른 색과 섞이면 둔하고  조금만 더러움을 타도 못 견딘다  아이들의 천진함이자 세월의 땟자국  경고로도 사랑의 징...

취재

끝없는 밀밭... 소나기 끝 무지개 꿈

  • 곽윤섭
  • | 2009.08.06

홋카이도의 배꼽 후라노, 비에이 여행기 온 사방에서 고수의 셔터본능을 자극한다. ▲ 밀밭위로 덩실 무지개가 떠올랐다. 서울이 곧 한국이 아니...

취재

꽃보다 기린

  • 곽윤섭
  • | 2009.08.04

동물들의 여름 표정 <2> 그물무늬기린 초원의 저목지대에 주로 삽니다. 수명은 20~30년 정도. 몸무게는 500kg~ 1930kg, 어깨 높이 360cm. 포유동물 중...

취재

“아~ 시원하다” 배영하는 북극곰

  • 곽윤섭
  • | 2009.07.30

동물들의 여름 표정 <1> 장마가 소강상태에 접어들었습니다. 본격적으로 휴가를 떠나기 시작했는지 평일인데도 고속도로는 막히고 시내는 차량이 별로...

강의실

[미션강의실] (7) 인간이 가장 먼저 이름을 붙여준 색

  • 곽윤섭
  • | 2009.07.30

‘열정의 색’ 빨강 선호도에선 밀리지만 사람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색 사랑이나 증오 같은 인간의 강렬한 감정을 담고 있어서일까? 불온한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