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강의실] <11> 사진에 눈 코 귀 달아 감각을 섞어라

곽윤섭 2009. 08. 28
조회수 21251 추천수 0
공감각 만들기
교향곡을 혀로 맛보고 하늘에 귀를 기울인다면?
풍경에 코 대고 손짓에서 5천 개 말을 읽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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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각(합감, synesthesia)이란 한 감각 양식에서의 자극이 다른 감각 양식에서도 자극을 촉발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소리를 들을 때 동시에 특정한 색을 함께 느끼는 것을 말합니다. 인체의 감각기관인 눈, 코, 귀 등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사람은 특정 색을 바라볼 때 특정 냄새를 맡기도 합니다. 이러한 능력을 가진 사람을 공감각능력자라 합니다. 연구에 의하면 2만5000명 가운데 한 사람꼴로 이런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으며, 여성의 비율이 남성에 비해 세배 정도 높다고 합니다.
 
이는 정신적인 연상작용과는 좀 다른 현상입니다. 베토벤 교향곡을 듣는 어떤 사람은 아름다운 전원의 풍경을 마음속으로 그려보겠지만 공감각능력자는 실제로 “물방울, 선, 소용돌이, 격자형태 등을 보거나 부드러운 혹은 거친 질감을 느끼고 짠맛, 단맛, 쓴맛과 같은 기분 좋거나 불쾌한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빛과 질감으로 사진 속에 음악을 심어둔 것은 사진가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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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사람들 중에 완전한 공감각 능력자는 극히 드물 것입니다. 그렇지만 모든 사람에게 그런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닙니다. 공감각 현상을 강도에 따라 1단계에서 10단계로 나누어 10단계를 완전한 공감각 상태라고 한다면 우리 대부분은 1~10단계 사이의 어딘가에 있을 것입니다.
 
즉, 완전하진 않지만 조금씩은 공감각 능력이 있을 것이란 뜻입니다. 사진에 포함된 색을 바라보면서 시원함, 파도소리, 뜨거움, 장작 타는 소리 등을 느끼거나 듣거나 읽을 수 있다면 기초적인 공감각의 자질은 있다고 할 것입니다.
 
‘20세기 인물사진의 대가’ 유서프 카쉬(1908~2002)가 찍은 ‘첼로의 대가 파블로 카잘스’의 사진에 관한 에피소드가 있습니다. 그 사진은 보스턴의 미술관에 전시되었는데, 한 노신사가 날마다 와서는 유독 그 사진 앞에서 오랫동안 서 있었습니다. 호기심에 가득 찬 큐레이터가 어느 날인가 “선생님, 왜 항상 이 사진 앞에 매일 서 계시는 건가요?” 하고 묻자, 그는 나무라듯 이렇게 말했습니다. “조용히 하시게. 지금 내가 음악을 듣고 있는 것이 안 보이는가!”
 
카쉬가 찍은 카잘스 사진에서 바흐의 음악을 들었던 그 노신사가 바로 공감각능력자의 사례라 하겠습니다. 또 한가지 짚고 넘어갈 것은 사진을 찍은 유서프 카쉬도 노신사에 못지않게 공감각 현상에 이르렀을 것이란 점입니다. 셔터를 눌러 필름에 세상을 담았을 뿐이지만 빛과 질감을 이용해 사진 속에 음악을 심어둔 것은 사진가의 능력입니다.
 
“네거티브 필름은 악보이며 인화물은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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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들 중에서 공감각(합감) 현상에 이르렀던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에드워드 웨스턴(1886~1958)과 안셀 애덤스(1902~1984)의 사진에서 음악은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웨스턴은 “내 작품에서 바흐의 둔주곡을 감지할 때마다 스스로 공감각 현상에 이르렀다고 느낍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사진 촬영뿐 아니라 흑백인화에서도 일가를 이룬 안셀 애덤스가 “네거티브 필름은 악보이며 인화물은 연주”라고 말한 것은 유명한 이야기입니다. 인화의 중요성을 말한 것이기도 하지만 음악에 비유한 것 자체에 깊은 뜻이 있습니다.
 
앞서 우리는 파랑, 보라, 회색 등의 색을 살펴보았습니다. 각각의 색은 상징성을 띠고 있었지요. 파랑은 차가움, 평화, 그리움과 슬픔을, 빨강은 불, 열정, 위험의 상징색이었습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그리고 출사미션방에 색깔 사진을 올린 분들 중에서도 그런 색을 보면서 공감각을 느낀 분들이 있었을 것입니다. 하늘, 벽화 등의 파랑을 보면서 시원함을 느끼고 파도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면, 중국집의 빨간등을 보면서 매운맛을 떠올릴 수 있었다면 기본적인 공감각현상에 도달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60% 이상은 언어가 아닌 다른 것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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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과 도형, 기호의 상징성과 색의 상징성에 이어 이번 강의부터는 그 외의 의사소통체계에서 상징성을 발견하고 기본적인 수준의 공감각현상을 찾아볼 것입니다.
 
인류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의 60% 이상은 언어가 아닌 다른 것으로 이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있습니다. 대화의 주요 수단은 언어가 아닌, 손이란 것입니다. 어떤 학자에 따르면 제스처만 해도 5천 가지가 넘는다고 합니다. 몸짓, 손짓으로 만들어내는 다양한 제스처를 눈으로 보면서 따뜻함, 즐거움, 쓸쓸함, 슬픔 등을 느낀다면 굳이 귀로 듣거나 코로 냄새를 맡거나 혀로 맛을 보는 경지까진 아니라 해도 충분히 사람들의 마음을 흔드는 사진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제 막 6개월 된 아이가 걸음마를 배우는 순간을 찍은 사진을 보면서 흐뭇한 웃음을 짓거나 깔깔거리며 손뼉치는 엄마의 웃음소리를 떠올렸다면 아주 좋은 사진이 될 것입니다. 사진은 동영상이 아닌 한 장의 정지화면입니다. 사진엔 말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진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상징 요소들을 통해 정보와 감정을 전달할 수 있습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 금주의 미션ㅣ 하트를 그려보세요
 
몇 년 전 CF를 통해 유행이 되었던 ‘하트 그리기’가 있습니다. 한 명 또는 여러 명이 팔을 머리 위로 들어올려 하트모양을 만드는 것입니다. 하트는 사랑, 기쁨의 상징이지요.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의 손과 팔로 하트를 만들고 그것을 사진에 담아 보낸다면 그것을 받아보는 사람은 행복감을 느끼겠지요. 가정과 직장에서, 학교에서, 거리에서 하트를 만들어 찍어봅시다. 재미있는 아이디어가 곁들여진다면 더 멋진 사진이 될 것입니다. 보는 사람이 기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장면을 프레임에 담아봅시다. (기간 8월27일부터 9월2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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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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