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사진은 마음의 창, 영혼의 프레임

곽윤섭 2010. 05.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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찍힌 첫 기억, 생후 18개월
 
아들 이겨레군과 딸 이나라양을 즐겨 찍는 이지인(48·서울 강서구 염창동·옆 사진)씨는 평범한 벤처기업에 다니는 직장인입니다. 그에겐 사진과 관련된 추억이 몇 가지 있습니다. 18개월쯤 되었을 때 돌사진을 찍었는데 플래시 터뜨리는 것이 싫어서 뚱했던 기억이 처음입니다. 그래서 지금도 사진 찍히는 것이 싫다고 합니다. 그러나 만 2살이 되기 전의 일을 어떻게 기억하는지 주변에선 믿어주지 않는다는군요.
 
다음은 서너 살 때 아버지가 집 근처 공원에서 자신을 찍어주던 일입니다. 셔터를 누르려는 찰나 이지인씨는 “아빠, 나도 아빠 찍을래요”라고 소리치면서 장난감 카메라를 들고 서로 마주보며 셔터를 눌렀다고 합니다. 결정적으로 그가 사진을 좋아하게 된 계기는 고등학교 2학년 때 부임한 선생님 때문입니다.
 
학창시절에 미술을 못하던 것이 늘 콤플렉스였던 그의 앞에 나타난 미술교사 박재동은 콜라주, 설치미술, 환경미술 등 당시 학생들의 눈엔 경이로운 세계를 소개했고 이지인씨는 놀랍게도 미술에서 최우수점수를 받았습니다. 박 선생은 마지막 강의에서 동영상과 사진으로 세상을 표현하는 방법을 보여주었고 이때부터 사진의 힘과 표현력을 실감하게 됐다고 합니다.
 
“당신에게 사진은 무엇인가?”라고 물었습니다. 그는 “제게 사진은 마음의 창, 영혼의 프레임입니다. 사진가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과 가치가 고스란히 담긴 화석같은 것입니다. 그래서 사진을 볼 때 카메라 앞의 피사체보다는 사진을 찍었을 사진가의 마음을 엿보는 데 집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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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좋은 사진의 비법

 
가장 좋아하는 사진가를 물었습니다. 그는 “가족사진을 남긴 전몽각 선생을 좋아합니다. 그의 사진을 보다가 울었습니다. 두 번째는 제 아내입니다. 카메라도 잘 다룰 줄 모르고 사진을 배운 적도 없지만, 우리 집 가족사진의 ‘명작’들은 모두 자신이 찍은 거라며 자랑스러워합니다. 피사체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좋은 사진을 남긴다는 데 저도 동의합니다.”
 
지면에 소개하기 위해 한 장의 사진을 추천받았습니다. 그가 스스로 ‘우아한 여의도’라고 이름붙인 사진(위 사진)입니다. “국회의사당이 있는 여의도. 거기에 한 무리의 청년들이 인라인스케이트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이 나라의 지도자와 국민들이 미래의 주역이라는 청년들에게 해준 것은 참담한 현실밖에 없어요. 일거리도 제공하지 못하는 나라, 기껏해야 비정규직에 88만원밖에 지급하지 못하는 나라에서 청년들이 할 일은 취미를 즐기는 것뿐입니다. 좀 더 긍정적으로 보자면, 이런 현실에서도 자신의 취미를 아름답게 연마하고자 노력하는 청년은 아름답습니다. 연아처럼 말이죠. 저는 저 청년의 몸짓이 정치 일 번지 여의도에서 벌이는 ‘우아한 시위’라고 생각했어요.”
 
 
한겨레에 하고 싶은 말은?
 
한겨레신문 창간호를 받아봤을 때의 감격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제가 결혼해서 아이를 나으면 겨레와 나라라고 이름 지으리라 마음 먹었고 지금 겨레는 고등학교 2학년, 나라는 중학교 1학년입니다. 제 아들 겨레 이름이 놀림감이 되지 않고 자랑스러운 이름이 될 수 있도록 건강하고, 활발한 신문을 만들어주세요. 우리 아이들도 한겨레신문사가 자신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일터가 될 수 있도록, 또 그럴 능력과 품성을 가질 수 있도록 부모로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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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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