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이달의 독자사진]사진은 뺄셈보다 덧셈 우선, +α가 고수의 길

곽윤섭 2010. 06. 16
조회수 4451 추천수 0
한겨레가 뽑은 이달의 독자사진에 허일(45ㆍ경기 연천군 전곡읍)씨와 채동우(32ㆍ서울시 관악구 봉천동)씨의 사진이 선정되었습니다. 두 분께 한겨레가 마련한 소정의 기념품을 보내드립니다
img_01.jpg

구성 탄탄하고 배경도 주인공과 어울려
손에 땀 쥐게 하는 힘

 
‘단결된 힘’- 사진마을에서 뽑은 사진은 허일님이 지난달 25일 경기도 연천에 있는 대광초등학교 총 동문 체육대회에서 찍은 것으로, 각 기수별 아이들이 단체줄넘기를 하는 장면입니다. 좋은 사진이 반드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 사진의 좋은 점을 세 가지 정도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만국기 뺀 건 아쉬움
 
구성을 참 잘했습니다. 줄을 넘기 위해 도약한 네 명의 아이들 사이엔 조금씩 배가 나온 어른들이 한 명씩 들어 있습니다. 사람이 없는 공간엔 동상이 대신 서있습니다. 높이 오른 순간의 동작이 일치하여 실수하지 않으려는 긴장감과 동시에 발랄함이 보입니다. 배경이 주인공들과 어울렸습니다. 학교건물, 현수막, 천막, 꽃나무 등이 무질서하게 질서를 이루고 있어 운동회가 열리는 초등학교란 것을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줄을 돌리는 사람을 포함하지 않은 것만 봐도 사진의 기본은 훨씬 넘어선 분이라 하겠습니다. 
 
아쉬운 점도 말씀드립니다. 줄넘기의 줄이 아이들 그림자와 겹쳐버리는 바람에 둘 다 약해졌습니다. 줄이 잘 보일 필요는 없지만 그림자는 그 자체로 실제의 이미지와 비교하여 대비를 느낄 수 있는 요긴한 요소였습니다. 하늘을 보면 만국기가 있었습니다. 높이가 맞지 않아서 첨부터 제외했는지 알 수 없지만 살렸으면 좋았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허일님의 ‘단결된 힘’은 보기만 해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좋은 사진이었습니다.
 
 

img_02.jpg
 

배경 처리 원숙, 얕은 심도 이용 적절
계단 사선, 심경 표현

 
 

‘한강에서’- 채동우님은 서울시민들의 대표적인 휴식공간인 한강에서 ‘포토21’에 올리신 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부모들과 함께 나온 세 꼬마가 각자 다른 쪽을 보고 있는데, 가운데 친구가 뭔가 불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주인공인 꼬마들의 표정에 의존하는 사진이니 그에 대해선 따로 장점을 말하지 않아도 누구나 좋아할 것입니다.
 
 
선명-흐림, 가려서 쓸 일
 
배경처리가 원숙합니다. 배경이 선명하게 나와야 좋은지, 아니면 초점을 날려버려야 좋은지는 오로지 사진가의 선택에 달려 있는 문제입니다. 다만 현장 상황에 따라 선명하게 해도 어수선하지 않은 배경이 있고 다른 한편으로는 초점을 흐리게 해도 존재감이 남아 있는 배경이 있을 뿐입니다. 가려서 쓸 일입니다. 
 
채동우님은 그 중 얕은 심도를 이용해 배경을 흐리게 하는 쪽을 취했습니다. 적절했습니다. 가로등과 계단의 기둥이 보여주는 수직선들이 도시의 공간이란 것을 보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계단의 사선이 가운데 꼬마의 심경을 읽어내는데 도움을 준다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재치입니다. 
 
 ‘사진은 뺄셈’이란 말도 있지만 덧셈이 우선적입니다. 주인공 외의 다른 요소들을 늘려나가는 것이 고수가 되는 길입니다.
 
곽윤섭 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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