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고 뛰고 구르고…, 아주 특별한 첫경험 '찰칵'

곽윤섭 2010. 10. 06
조회수 8210 추천수 1
인제포토워크숍 참가자 후기
 
곧 입대할 아들보다 내가 먼저 ‘입대’했다
 
img_01.jpg곧 군에 입대할 아들을 둔 ‘엄마’이자 오십 줄에 들어선 ‘아줌마’이기도 한 내게 ‘종군기자체험’이라는 뜻밖의 기회가 찾아왔다. 4·19혁명이 터지고 얼마 뒤 태어난 탓에 전쟁의 공포를 늘 안고 살았지만, 직접 경험은 있을 리 만무하다. 이 기회를 통해, 현장감 있는 체험을 해봄으로써 무엇보다 우리 시대 의혹의 온상이 된 병역기피 현상을, 곧 아들이 상당 기간 걸어가야 할 병역의무의 길을, 나름대로 이해하는 계기로도 삼고 싶었다.

 
첫날, 인제군 매바위에서 시작된 아이언웨이 체험은 도심에서 비교적 나른한 일상을 보내던 내 의식을 송두리째 뒤집어 놓기에 족했다. 거센 폭포가 쏟아져 내리는 깎아지른 절벽, 그 사이사이에 박힌 ‘ㄷ’ 자 철심을 발판삼아 간신히 바위벽을 오르자, 이번엔 ‘ㄱ’ 자로 꺾인 구석을 돌아가야 하는 난코스가 기다린다. 이걸 내가? 그러나 가차없다. 종군기자라면, 전투상황에 맞춰 함께 기동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다.


앞 선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몸을 움직이는 가운데 절대로 밑을 내려다 보지 말라는 강사의 주의를 들으며 잠시 와달달 몸이 떨리는 한기를 느꼈다. 스파이더맨처럼 악착같이 기어올라가고 나니 뭔가를 해 냈다는 대단한 희열이 가득 차오른다. 그 와중에 어떻게든 사진은 찍어 두어야 한다는 생각에 하네스에 연결된 생명줄에 대롱대롱 매달려 이리저리 셔터를 누르는 데 등에서 식은 땀이 흐른다.
올라갈 때는 내심 두려움으로 위축되었는데 정상을 밟고 내려올 때는 마치 용사라도 된 것처럼 성큼성큼 발걸음도 씩씩해진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둘쨋날, 드디어 내가 전투복을 입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자, 웃음부터 나왔다. 서른 명 종군기자 중 여자는 모두 일곱명이었다. 하나같이 군복이 큰 편이어서 허리벨트를 조이거나 바지 밑단을 접는 등 법석을 떨었다. 그런 차림새에 한 손에는 총 대신 렌즈가 깡충한 카메라를 움켜잡고 있으니, 그 묘한 불균형에 미소가 터질 만했다. 산 언덕에는 하얀색 깃발이 펄럭이는 고지가 있고 울퉁불퉁 둔턱이 솟아 있는 숲속에 저항군이 진을 치고 있다.


잽싸게 공격군들 틈 사이로 비집고 들어가 그들과 똑같이 수풀 속에 매복한 채 공격명령을 기다리는데 ‘특히 뱀을 조심하라’는 장교의 말이 떠오르면서 오싹 소름이 끼친다. 이윽고 돌격 소리와 함께 내 곁의 병사가 눈 깜짝할 사이에 사라지더니 여기저기에서 울리는 총성이 귀를 멍멍하게 했다. 나는 정신없이 기어가서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를 살펴 보았다. V자로 팬 한 지점에 매복중인 세 명의 병사가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에서 신호를 보내자 가운데 병사가 앞으로 치고 나가 둔덕에 몸을 의지한 채 저항군을 향해 조준했다. 조금 뒤 검지를 올리며 한 명 제압했음을 알린다. 온통 땀방울이 맺혀 있는 얼굴과 날카롭고 예리한 눈빛 그리고 표범처럼 민첩한 모습, 그들은 총을 쏘고, 나는 셔터를 누르고 있었다.


망원렌즈 하나가득 들어오는 대한 건아들의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담으며 이렇게 장한 장면들을 그들의 어머니에게 보여주면 얼마나 대견하고 믿음직스러워 할까, 라는 생각이 스치자 마음 한 구석이 찡해져 온다. 그동안 마음에 품고 있던 군생활에 대한 나름대로의 궁금과 걱정이 눈녹듯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셋쨋날, 돌아오는 차 속에서 ‘종군기자’에 대해 진지한 의문을 가져본다. 생과사가 오락가락하는 실제의 현장에서 과연 죽음의 공포를 뒤로 밀어내고 내가 원하는 이미지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을까? 이번 체험을 내가 제대로 따라할 수나 있을까? 우려와 근심으로 버스에 몸을 실었던 출발 때의 기억이 클로우즈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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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미/50ㆍ스튜디오 소미 대표
 
 
내 인생의 시계가 35년 전으로 돌아갔다
 
img_02.jpg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전ㆍ후방 각지에서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땀흘려 고생하는 군장병들에게 감사의 말을 먼저 전하고 싶다. 처음 종군기자 체험 광고를 접하고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하고 많이 망설였지만 이번 종군기자 체험은 내게 있어 그 어느 출사지보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자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그 이유는 아름다운 사진이 나왔기 때문도, 좋은 사진기를 썼기 때문도 아니었다. 이번 체험은 내 인생의 시계를 35년쯤 전으로 돌려주어 젊었을 때의 그 열정과 패기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해준 아주 고마운 기억이었기 때문이다.


지난 9월12일 들뜬 마음을 안고 인제를 향했다. 만해마을에 도착해 전투복을 받기 이전까지만해도 그 어느 출사 때와 다른 것이 없는 평범한 촬영이었다. 그러나 얼룩무늬 전투복은 우리에게는 추억이었고, 젊음의 상징이었다. 전투복을 받아들고는 한참을 생각에 잠겨 있었던 것 같다. 무엇보다 지금 이 군복을 입고 군생활을 하고 있는 아들녀석이 그렇게도 생각이 났다.


아들은 2003년 나의 권유로 육사에 입교하였다. 대학 캠퍼스 생활을 하고 싶다던 아이를 반강제로 군에 보내고 나니 사실 마음이 편치만은 않았다. 그럼에도 지금 늠름하게 군생활을 하며 가끔 휴가 때 집에 와 대화를 해보면 이 녀석도 이제 정말 군인이구나 하는 생각에 대견하기만 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 가끔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보일 때, 그렇게 미안할 수가 없었다. 그랬던 아들도 이제 곧 대위를 단다. 이번 종군기자 체험으로 우리 아들의 생활을 한번 느껴보는 기회로 삼아야 겠다고 전투복을 손에 쥐며 다짐했다!


날이 밝아 과학화전투훈련단(과훈단)에 도착했다. 정보장교의 과학화 훈련 시스템 설명을 들으며 우리 군의 과학화에 대단한 긍지도 느꼈고, 훈련전투 과정에서 사망해 눈물을 흘리는 병사를 보면서는 나도 눈시울을 붉혔다. 정보장교의 설명이 끝나자 우리 일행은 훈련장으로 향했다.


훈련장에는 군인들의 땀냄새가 진동하였고, 그 땀냄새가 나에게는 왠지 모를 힘을 안겨주었다. 우리 군인들이 아군과 적군으로 나뉘어 전투하는 장면을 나는 군인들과 같이 뛰면서 정신없이 촬영했다.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체력에 한계를 느꼈지만 꼭 이기겠다는 그들의 신념에 찬 눈동자를 보면서 악착같은 마음으로 따라다니며 찍고 또 찍었다. 그들의 표정은 질 수 없다는 강한 신념으로 가득 찬 자신있는 모습이었다. 연이어 셔터를 누르는 내 자신이 그토록 젊게 느껴지고 생동감있게 느껴진 적은 10여년의 사진생활 중 처음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따라다니다 보니 어느덧 점심시간이었다. 그날 메뉴로 받은 것은 전투식량이었다. 그 전투식량이라는 것이 어찌나 신기하던지 줄을 잡아당기니 저절로 조리가 돼 따뜻한 밥이 되어 나왔다. 그 맛은 어느 식당에서 사먹는 밥보다 더욱 값진 맛이었다. 새삼 우리나라 군의 발전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지금 여기 있는 군인들이 입고 있는 마일즈라고 하는 첨단장비들은 탄이 나가지 않는데도 상대방 병사가 맞으면 경상부터 중상·사망까지 자동적으로 나오게 된다. 게다가 자동으로 익히는 기능까지 구비된 전투식량은 이미 내가 군생활을 할 때 쓰던 것들과는 표현하지 못할 만큼의 차이가 있었다. 집에 앉아서 아들 녀석을 걱정했던 것만큼 그렇게 좋지 않은 환경에서 군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생각에, 한편으로는 마음이 놓였다.


식사를 마치고 쌍방 훈련장으로 이동하여 지뢰설치 훈련 현장을 사진기에 담게 되었다. 지뢰를 설치하는 군인들의 손길이 여간 정성스러운 것이 아니었다. 그 어떤 보물도 저렇게 섬세하게 다루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에 맡았던 군인들의 땀냄새가 내 몸에서도 익숙해질 무렵 우리의 일정은 마무리 되었다. 참 즐거웠던 하루였다. 군인들의 역동적인 그 모습이 지금도 눈을 감으면 생각이 난다. 사진이 좋은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 같다. 지금도 당시 찍은 사진을 펼쳐보면 그 생동감이 다시금 용솟음친다.


이번 종군기자 체험을 통해 나의 아들이 그리고 우리 국군이 얼마나 고생하고 있으며 또 믿음직스러운지 느낄 수 있었다. 한 군인의 아버지로써, 그리고 국민의 한 사람으로써, 이렇게 두 다리 뻗고 잘 수 있게 해준 군 장병들에게 정말 고마운 마음이 들 뿐이다. 그들이 흘렸던 땀의 냄새는 여운 강한 향기가 되어 콧잔등에 맴돌고 있다. 이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해준 <한겨레>에 가슴 깊은 감사를 표하고 싶다. 이번 종군기자 체험은 내 평생 잊지 못할 가장 좋은 추억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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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환/55ㆍ에스에스정보통신(주) 대표이사
 
 
그때까진 몰랐다, 고생 시작이라는 것을
 
img_03.jpg지난 9월12일, 눈을 뜨니 새벽 5시. 오늘은 <한겨레>와 함께 하는 종군기자 체험을 떠나는 날! 몇 주를 준비하고 기다리던 바로 그날이다.
사실 <한겨레>와의 인연으로 사진을 찍은 지 이제 3년여, 그동안 여러 가지 사진들을 찍어보긴 했으나 ‘종군기자’라는 이름으로 처음 도전해보는 이번 체험은 특히 더 가슴을 설레게 했다. 전날 챙겼던 짐들을 한 번 더 확인했다. 버스를 타기로 한 양재까지 먼 길을 아내가 태워다 주기로 해서 여행의 시작을 더 편안하게 할 수 있었다.


약속장소에 도착하니 이미 도착해 기다리는 반가운 분들도 계셨고, 처음 뵙는 여러 고수들의 포스가 느껴지며 야릇한 긴장감에 몸이 살짝 짜릿해졌다. 좋은 기분으로 출발하고 수학여행을 떠나는 학생들처럼 재잘거리다보니 첫 번째 목적지인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팜파스 휴게소에 도착을 했다. 가는 동안 비가 내려 걱정을 했으나 비는 조금씩 약해지며 오히려 더위를 느끼지 않게 해주는 적당한 비가 되었다. 아름다운 휴게소에도 사람이 많지 않아 잠시 여유로운 모습으로 모두들 사진을 찍고 몸을 풀었다.


그리고 두 번째 목적지 매바위에 도착해 맨몸으로 바위를 오르는 아이언웨이를 친절한 강사님들의 설명과 시범을 본 뒤 바로 중급인 비(B)코스로 매바위를 타고 오르기 시작했다. 이때까지도 우리는 이것이 고생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처음으로 바위를 타본다는 두려움도 있었지만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설렘이 더욱 컸던 것 같다.


한발 한발 딛고 올라가며 점점 더 멀리 보이는 주변의 풍광과 시원스레 떨어지는 폭포수의 모습은 결코 도전해보지 않은 이들이 느낄 수 없는 색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올라가는 동안 도움을 주셨던 강사님들과 이야기도 주고받으며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다양한 세대에게 각기 다른 느낌의 좋은 경험을 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했다. 그 정상에 오른 것은 나에겐 첫 경험이었던 탓에 그곳에 있던 종을 칠 땐 ‘해냈다’라는 성취감이 컸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론 ‘아! 정말 내게 운동이 필요한 나이구나’라는 강한 메시지로 다가오기도 했다.


이렇게 힘든 매바위 등반을 마치고 먹은 점심 ‘황태정식’은 정말 꿀맛이라고 표현할 수밖에 없었다. 강사님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떠나 다음 목적지인 백담사에 도착했다. 다들 힘들어 하면서도 한편으로 즐거운 마음으로 백담사에 도착해 곡예를 하듯 꼬부랑길을 가는 버스로 4㎞를 더간 뒤 내렸지만, 우리들의 앞에는 3㎞의 길을 다시 펼쳐져 있었다.
 울창한 숲과 맑은 공기에 취해 정말 힘든 줄도 모르고 도착한 백담사는 참 아늑하면서도 잔잔한 미소를 품은 부처님의 모습과 같은 마음 편안한 절이었다. 그곳에서 소나무 향기 가득한 차 한 잔으로 속세에 찌든 마음을 씻어내리고,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뒤로 한 채 다시 숲을 지나 어느덧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우리는 숙소에 와 있었다.


첫날밤을 보낼 만해마을이라는 숙소는 무척이나 조용하고 깨끗한 곳이었고 이곳에서 우리는 처음으로 각자의 사진들을 함께 보며 세 분의 선생님들과 리뷰를 할 수 있었다.
 아이언웨이를 처음 체험한 뒤 백담사 왕복 6㎞를 걸었던 지친 몸으로 리뷰를 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힘든 일일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들 불타는 열정으로 리뷰를 하는 세시간이라는 그 긴 시간조차 너무나 아쉬워했다. 심지어 내일 일정을 위해 잠자리에 드는 순간까지도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 모습을 보며 내가 이들과 함께 했다는 것이 참 흐믓하게 느껴지는 하루였다.


드디어 우리의 가장 큰 목표인 종군기자체험을 위해 지급된 군복을 입고 모인 다음날 아침. 예비역들의 추억과 군대를 가보지 못한 남성·여성분들의 색다른 느낌을 나누며, 목표지인 과학화전투훈련단을 향해 출발~. 이렇게 도착한 과훈단에서 멋쟁이 정훈장교님의 친절한 설명과 간간히 웃음을 주는 멘트로 처음에 가졌던 긴장감이 조금씩 사라졌지만, 우리가 이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생각에 더욱 진지해지게 되었다.


군인이 아닌 몸으로 진짜 군인들과 함께한 느낌이라니. 그것은 분명 즐거움이었지만, 한편으론 고생하며 우리를 지켜주는 군인들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예전에 내게 군인은 다 ‘아저씨’였는데 가까이서 본 그들은 안쓰러울 만큼 앳되고 잘생긴 조카뻘 되는 ‘청년’이었다. 그들을 보며 마음 한편이 짠해지는 마음을 느꼈다.


사진을 찍기 위해 그들과 함께 뒹굴고 뛰고 엎드려 기어 다니며, 사진에 대해 그리고 군인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한다. 모두들 전날의 힘들었던 몸으로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을까 걱정했지만 하루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게 시간이 지났다. 함께 한 군인들, 삼사관 생도들, 장교들 모두 대단하다는 생각과 내 사진에 대한 아쉬움들이 시간의 흐름을 잊게 한 모양이다. 그들을 떠나 돌아올 때의 아쉬움은 처음 만났을 때의 서먹한 마음을 녹이고도 더 뜨겁게 다가와 눈가를 적셨다.


숙소로 돌아와 다들 리뷰를 하며, 다시 이런 기회가 있다면 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누었다. 아쉬움에 잠 못 드는 이들끼리 새벽까지 사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우리의 두 번째 밤은 깊어만 갔다.

온몸에 알이 배겨 걷기도 힘들었던 마지막 날 군수님의 배려로 번지점프와 짚트렉이라는 즐거운 경험도 하고, 마무리 막걸리도 한잔씩 나누었다. 모두 첫날 서로 서먹했던 기억은 잊고, 마치 오랫동안 함께 했던 친구처럼 서로를 아쉬워하며 다시 만나기를 소망하며 헤어졌다.


3일 동안 함께 하며 애써주신 스태프 분들과 사진에 대한 많은 조언을 해주신 선생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이런 행사가 앞으로도 계속 유지되어 더 많은 이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주시면 좋겠다는 부탁을 끝으로 이 글을 마친다. 인제군과 과훈단, 한겨레신문사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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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용(41ㆍ학원 강사)
 
 
다음에는 정말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img_04.jpg처음에 종군기자 체험을 하며 전투훈련 장면을 촬영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을 때 설레면서도 한편으론 두려움이 앞섰다. 과연 그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촬영할 수 있을까? 한 장도 제대로 못 건지면 어떡하지? 하지만 다시 오기 힘든 기회인데다, 개인적으로 내가 찍어오던 비슷비슷한 사진들에서 벗어나는 돌파구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용기를 내어 신청했다.

워크숍 첫날 이른 아침. 서울을 출발한 우리는 인제군 용대리에 도착하자마자 아이언웨이 체험을 했다. 강사분들의 시범을 보고 약간의 실습을 한 뒤, 초보자 코스와 중급자 코스로 나누어 매바위를 올라가기 시작했다. 처음엔 두 개의 줄에 온 몸을 의지한 채 바위에 매달린다는 게 약간 무섭기도 했지만, 정작 바위를 오르는 도중에는 무서움을 느낄 겨를이 없었다. 드디어 바위 정상에 올라 아래를 내려다 보니 탁 트인 시야만큼이나 가슴이 트이는 것 같았다.


오후에는 백담사로 향했는데, 그즈음 심하게 내린 비로 도로가 유실되어 6km 남짓한 길을 걸어서 올라갈 수 밖에 없었다. 아이언웨이를 체험한 뒤라 힘들기는 했지만, 비 온 뒤의 설악산은 더욱 고즈넉했고, 촉촉한 공기와 넉넉한 계곡물이 고된 산행을 달래주었다.
평소 운동량의 몇 십 배를 소화한 뒤 숙소에 도착했지만, 더욱 힘든 일정이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사진 리뷰 시간이다. 각자 자신이 찍은 사진을 몇 장씩 추려 모아 다 같이 보며, 세 분 강사님들이 번갈아가며 평을 해 주셨다. 몸은 피곤했지만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보고, 강사님들의 예리한 평을 들으며 정신은 점점 또렷해지는 시간이었다.


둘쨋날은 드디어 전투훈련 장면을 촬영하는 날. 전날 나누어 준 군복을 입고 숙소를 나서는데, 생전 처음 입어보는 군복이 어색하고 불편하면서도 재미있었다. 육군 과학화훈련단에 도착해서는 종군기자 체험 사전교육을 받았다. 교육을 받으면서 과훈단 소속 부대원들의 자부심이 대단함을 느낄 수 있었다.
교육을 마친 뒤 우리는 두 조로 나뉘어 각각 섬멸전과 고지쟁탈전을 촬영했다. 처음엔 전투에 누를 끼치지 않으려 조심스럽게 촬영했지만,  한두 사람이 과감하게 다가가 셔터를 누르기 시작하자 나머지 사람들의 조심스러움도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급박하게 움직이는 병사들을 쫓아다니며 그들의 생생한 표정과 행동 하나하나를 카메라에 담을 수 있다는 사실이 감격스러웠다.


오후에는 주간 전투 촬영을 위해 김부폐교로 이동했다. 실제로 며칠 동안 이어지는 전투를 위해 각종 사전 작업을 하는 장면을 촬영했다. 지뢰를 설치하고, 참호를 파고, 작전도를 보며 교신하는 모습들이 낯설고 신기했다. 실제 전투는 주로 야간에 이루어지는데 야간에는 불빛 하나 없어 촬영하는 게 사실상 힘들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촬영을 마치고 훈련장을 나오면서는 다시 오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못내 아쉬웠다. 다음에 오면 더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숙소에 도착한 뒤 역시 기다리고 있는 건 사진 리뷰 시간. 다른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보며 ‘아, 저렇게 찍을 수도 있구나!’ 놀라기도 하고, 강사님들의 예리한 평에 고개를 끄덕이기도 하면서 워크숍 기간 중 가장 귀중하고 값진 시간을 보냈다.


셋쨋날엔 희망자에 한해 번지점프 체험을 했다. 처음엔 무섭다던 사람들도 체험 뒤에는 뿌듯해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또 줄 하나에 의지해서 하늘을 나는 장면을 포착하기 위해 연방 셔터를 눌러대는 다른 사람들의 모습에 자극을 받기도 했다. 다음에는 장소를 이동하여 짚트렉을 체험하였다. 처음 보는 레저 종목이었는데 무척 재미있어서 몇 번이고 더 하고 싶을 정도였다. 체험 자체도 재미있었지만, 순식간에 움직이는 체험자들을 카메라에 담는 것 역시 좋은 연습이 되었다.


2박3일의 짧은 기간이지만 다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이라 그런지 금방 마음이 통했던 것 같았다. 서울로 오는 내내 헤어지기 아쉬워하며 다음 모임을 기약하였다. 이 워크숍도 다음이 있을까. 다음에는 정말 잘 찍을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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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영/33ㆍ학원강사
 
 
긴 머리 자른 나에게 “누나 제발 입대는…”
 
img_05.jpg“기자들 먼저 찾아서 조준해!” 저항군의 고함이 귓가를 관통했다. 흠칫하던 찰나, 총탄소리가 거세지며 화약이 터지고 메케한 연기에 시야가 흐릿해졌다. 전투는 막바지에 이르러 한층 치열해진 참이었다. 열심히 숨기는 하지만 어딘가 한 부분씩 노출되는 기자들을 먼저 찾고, 그들이 찍고 있을 공격군을 축출하는 것이 저항군의 막판 작전인 듯 했다.

가까이 있던 아군의 표정이 그것을 증명하고 있었다. ‘거기, 자세 더 낮추라고요!’ 병사의 벌건 눈이 나를 향해 외치던 순간, 질퍽한 땅을 엉금엉금 기어 덤불 속에 몸을 묻었다. 같은 방향으로 뛰다가 곁에 머문 병사의 날숨에 풀잎이 희미하게 흔들렸다. 초조하게 시계를 쳐다보다 어깨 너머로 서서히 총구를 올리는 그의 모습이 뷰파인더에 잡혔다. 망설임 없이 터지는 날카로운 굉음. 그리고 찰칵 하는 셔터 소리가 창공을 가로질렀다.


인생에서 처음으로 군복을 입어보고, 원 없이 셔터를 눌러본 공간. 바로 강원도 인제군에 위치한 육군 과학화전투훈련장이다. 첩첩의 산을 병풍 삼던 그곳이 문을 활짝 열고 한겨레 종군기자 체험단을 맞이한 그날은 창설 이래 일반인을 처음 받아들인 날이라고도 했다. 첨단 과학과 장비로 무장된 실제 같은 전장을 누비는 상상은 따끈따끈한 카메라를 품고 다니는 나 같은 입문자도 용기 내야 할 만큼 매혹적이었다.


유명한 종군기자 로버트 카파로 분한 노련한 사진작가들의 셔터 소리가 사방에서 들려오고, 소리보다 빠른 속도로 병사들이 전진하고, 다시 그들에 밀착하기 위해 온몸으로 대지를 부비는 사진가들 사이에서 떠오르는 말은 딱 하나, 카파의 유명한 명언일지니. ‘만약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당신은 충분히 가까이 가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그 말을 중얼거리며 스스로에게 질문했다. 나는 왜 이곳에서 사진을 배우려고 했던 걸까. 이 순간 내 카메라는 무엇을 담고 싶은 걸까.


인제포토워크숍 출발을 하루 앞둔 날. 난 허리까지 내려오던 머리를 싹둑 잘랐었다. 그 모습을 보고 동생이 ‘누나, 제발 입대는 하지마’ 라며 배를 잡고 웃었다. 동생의 왼손 중지 뿌리에는 이질적인 실선이 하나 그려져 있다. 군 복무 중의 사고로 단면을 드러냈던 손가락을 봉합했던 흔적이다. 꽤 오래 병원에 머물러야 했다. 가족 모두에게 긴 시간이었다.


그 기억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되짚어보면 ‘군’은 언제나 이쪽과 저쪽 사이에 선을 긋는 집단 같았다. 분단의 역사와 한국 군대의 역사가 맞물린다는 사실을 뒤로하고서라도, 어쨌든 위와 아래를, 학생과 정치인을, 이념과 사람을, 심지어 개인의 신체까지 파고들어 금을 그어둔다. 그러니, 틀에 갇힌 사고를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면서도 ‘군’이라는 집단이 갖는 양면의 모습은 어느 쪽이 진실인지 가늠하기 버거웠다.


그래서 ‘군’과 ‘일반인’, 또는 ‘군’과 ‘언론’의 만남인 이번 체험이 생각할수록 진귀하다. 총을 든 군인들과 카메라를 든 사람들이 서로 보조를 맞춰 물병을 주고받고, 이야기를 주고받던 광경은 쨍한 햇살과 함께 영화처럼 기억된다. 참호에서 삼일 째 밤을 지새웠다는 어린 생도들은 풋풋한 웃음을 닮은 꿈을 살짝 흘려주었다. 내가 사진으로 기록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몇 퍼센트의 희망에 관한 이야기 인지도 몰랐다. 금이 그어졌던 상처에 서로의 이해가 더해지면 새살은 언제든지 차오르듯 말이다.


소중한 시간을 마련해주신 한겨레신문사 운영진분들과 강원도 인제군, 과훈단 관계자 분들, 또 생생한 깨달음을 아낌없이 나눠주신 생활사진작가 분들과 현장의 군인들, 마지막으로 멋지게 위장크림을 발라주어 “쌩얼보다 낫다. 계속 바르고 다녀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듣게 해준, 이름 모를 한 병사에게도 깊은 감사의 마음을 전해본다. 인제포토워크숍에서의 경험은 몰랐던 내 자신의 일부를 발견하고 사진이라는 소통의 창을 배운 큰 기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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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현주/26ㆍ프리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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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곽윤섭
  • | 2010.10.14

한겨레가 뽑은 이달의 독자사진에 박인순씨(43·경남 진주시 상대1동)와 이동준(58·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씨의 사진이 선정되었습니다. 두 분께 한겨레가...

뭘까요

10월치 뭘까요? 문제나갑니다.

  • 곽윤섭
  • | 2010.10.14

어떤 대상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무엇을 찍은 것일까요? 정답을 아시는 분은 이메일 kwak1027@hani.co.kr로 보내시거나 트위터 아...

취재

인제포토워크숍 사진전②누구에겐 창이거나 숨은 그림 찾기

  • 곽윤섭
  • | 2010.10.06

취재

인제포토워크숍사진전①누구에겐 말 아닌 말이 되기도 하고

  • 곽윤섭
  • | 2010.10.06

취재

총 대신 카메라 들고 추억 '나침반'으로 꿈 좇아

  • 곽윤섭
  • | 2010.10.06

“사진은 사진일 뿐이다”라고 하지만, 각자의 사진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감동이 가슴으로 흘러 느껴질 때 사진은...

취재

오르고 뛰고 구르고…, 아주 특별한 첫경험 '찰칵'

  • 곽윤섭
  • | 2010.10.06

인제포토워크숍 참가자 후기 곧 입대할 아들보다 내가 먼저 ‘입대’했다 곧 군에 입대할 아들을 둔 ‘엄마’이자 오십 줄에 들어선 ‘아줌마’이기...

취재

인제의 ‘렌즈’ 속으로 한 발 한 발 아찔 하늘 딛고 하늘 찍다

  • 곽윤섭
  • | 2010.10.06

달랑 30분 교육 받고 올랐다 용대리 매바위 암벽 등반 흘낏 보니 땅이 저만큼 웃음기 싹 가시고 땀만 삐질삐질   배가 아프다고 하고 내려갈까...

7월치 뭘까요- 아차상 발표

  • 곽윤섭
  • | 2010.09.17

무려 한달이나 발표가 늦었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7월치 뭘까요- 아차상을 발표합니다. 임태연, 김정미, 김효원, 이종관, 오윤석, 정태욱, 쥐떵...

취재

내가 '로버트 카파'가 되는 순간

  • 곽윤섭
  • | 2010.09.16

인제군 육군 과훈단에서 열린 '인제포토워크숍 종군기자체험' 분대장의 돌격 신호와 함께 공격군은 신속히 엄폐물을 이용하며 전진해 들어갔다. 저항...

취재

빛으로 잡는 시간, 마구 들이대라

  • 곽윤섭
  • | 2010.09.16

[생활사진가 고수] 이정은 사라지는 동네 아쉬워 풍경 담아 길거리전시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사는 이정은(편집 디자이너)씨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

뭘까요

8월치-뭘까요. 정답과 당첨자 발표

  • 곽윤섭
  • | 2010.09.16

8월치 '뭘까요' 퀴즈의 정답은 '제비집 아래의 똥받이'입니다. 제비 똥이 떨어져 바닥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제주시 ...

뭘까요

9월치 뭘까요? 문제나갑니다.

  • 곽윤섭
  • | 2010.09.16

어떤 대상의 일부를 찍은 것입니다. 이 사진은 무엇을 찍은 것일까요? 정답을 아시는 분은 사진마을의 ‘뭘까요’ 코너에 덧글로 올리시거나 트위...

강의실

[9월 이달의 사진]숨김과 드러냄의 미학 상상력이 춤춘다

  • 곽윤섭
  • | 2010.09.16

한겨레가 뽑은 이달의 독자사진에 김성은(대구 수성구)씨와 방창호(서울 도봉구)씨의 사진이 선정되었습니다. 두 분께 한겨레가 마련한 소정의 기념품을...

취재

‘대자연의 경이’ 호주에서 꿈을 찍으세요

  • 곽윤섭
  • | 2010.09.14

  한겨레 포토 워크숍 : 사진가 등용 프로젝트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캐논이 공식후원하는 ‘한겨레포토워크숍-호주편’이 10월20~26일 열립니다...

강의실

무한도전의 끝, 사진 미학의 절정 ‘무한포착’

  • 곽윤섭
  • | 2010.09.02

[미션강의실시즌2] <25강> 점프 삶 또한 빛나던 ‘그때 그 순간’의 추억 먹고 산다 마지막 미션, 테마 발판으로 ‘사진 도약’ 이루길 [미션강의...

강의실

둘이어도 셋이어도 더불어 하면 하나

  • 곽윤섭
  • | 2010.08.26

[미션 강의실/시즌2] <24강> 함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공유와 공존 진리 다름도 차이도 서로 인정하면 ‘아름다운 동거’ 이번 테마는 ‘...

취재

“머리보다 발로 배워 가고 또 가고”

  • 곽윤섭
  • | 2010.08.20

[생활사진가 고수] 정혁진 풍경있는 밤골목 좋아 일부러 묻고 말동무도 그저 남들처럼 놀러가면 대충 기념사진이나 찍을 줄 알았던 정혁진(34·회사원...

강의실

어제,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새로움의 미학

  • 곽윤섭
  • | 2010.08.19

[미션 강의실/시즌2] <23강> 창조 자연이든 문명이든 숨겨진 ‘1인치’의 포착 카레라를 흔들어도 보고 초점을 흐리게도     사진찍기의 매력 중...

취재

트위터의 언론기능 청소노동자에 큰 힘

  • 곽윤섭
  • | 2010.08.19

'밥 한끼의 분노'취재기 사진마을(photovil.hani.co.kr)에는 지난 6일 ‘밥 한끼의 분노-후속취재’라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제가 그 이틀전 올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