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제군 육군 과훈단에서 열린 '인제포토워크숍 종군기자체험'

분대장의 돌격 신호와 함께 공격군은 신속히 엄폐물을 이용하며 전진해 들어갔다. 저항군의 고지에선 저격수들이 풀잎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조준사격을 시작했다. 쌍방간에 총탄이 수도 없이 오고 갔다. 이따금 포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위 뒤에서 다음 이동지로 눈여겨 둔 풀더미 쪽으로 날아가듯 몸을 날리더니 최대한 땅에 밀착시켜 자신을 숨긴 공격군은 잠시 가쁜 숨을 골랐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한다.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쓰러진 아군들을 돌볼 틈이 없다. 이윽고 고지 앞에 도착한 마지막 3명의 병사가 두 갈래로 나누어 고지를 향해 돌격했다. 병사들만큼은 빠르지 않지만 그 옆을 쫓아가는 일군의 무리가 있다. 군복은 입었지만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헐레벌떡 넘어지며 엎드리며 연방 파인더를 들여다본다. 병사들이 총을 쏘는 횟수 이상으로 자주 셔터를 누른다. 총소리만큼 크진 않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것만큼 확신에 가득한 셔터 소리가 연사로 들려온다.
실제 전투 체험장에서 군복입고 전투 촬영 체험
13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이하 과훈단)에서 열린 인제포토워크숍 종군기자 체험의 한 장면이다. 이번 체험은 한겨레신문사가 주관하고 인제군과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이 주최한 것으로, 군부대의 전투훈련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종군기자 체험까지 허용한 대한민국 건군이래 최초의 행사다. 과훈단은 여의도 면적의 37배에 달하며 여러 개의 산을 끼고 있다. 과훈단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과학화 장비를 이용하여 실제 전투와 가장 유사한 훈련을 지원하는 곳이며 직사 화기, 곡사 화기, 지뢰, 화학탄 등을 운용하여 전투를 벌인다. 전투에 참가하는 군인들의 개인장비는 K-2 소총이지만 마일즈 장비를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일즈는 실제 총알이나 페인트탄 등을 사용하지 않고 레이저를 활용한다. 이 레이저는 실전에서 사용하는 K-2 소총의 유효 사거리와 동일하게 발사되며 모든 상황은 실시간으로 훈련통제본부에서 통제, 분석된다. 참가 부대의 어느 병사가 소총을 몇 발 발사했는지, 누구에게 어떤 상처를 입혔는지 등이 한눈에 파악되는 것이다. 특히 과훈단의 마일즈 장비는 한국의 첨단 지피에스(GPS) 기술의 덕으로 오차범위가 3m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과훈단엔 전문대항군 대대가 상주하면서 방문하는 부대와의 자유 교전을 통해 부대 전투력을 확인하고 평가를 가능하게 해준다. 과훈단은 2007년 창설됐다. 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실제 전투를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과훈단에서 훈련을 받으려는 부대가 줄을 잇는다.
이날 촬영은 과훈단에 상주하는 전문대항군 부대가 자체적으로 각각 공격군과 대항군으로 역할을 나눠 실제 전투와 근접한 훈련을 벌이는 장면이다. 군인들이 달리면 같이 달리고 엎드리면 같이 엎드린다. 전날까지 가을장마가 쏟아진 탓에 땅이 온통 진창처럼 질퍽거리지만 군복에 흙탕물이 묻는 것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군에서 제대한 지 26년 만에 처음으로 현역병들의 군복을 입어본다는 전부순(50·S오일 광고팀)씨는 “전투 장면을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어 실감이 났다. 처음엔 멋있는 장면을 많이 찍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말 어려운 사진인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전씨는 “생전 처음 찍어보는 생생한 장면을 몇 장 정도는 건진 것 같다”며 만족을 표시했다. 평소 군에 대한 입장이 어땠는지를 묻자 전씨는 “전쟁은 결사반대지만 대한민국에 군대는 꼭 필요한 것 아니냐?”라며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니 군에 갈 시기가 다가오고 있고 반드시 입대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 보니 사병으로 가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장교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가자 이옥선(33·디자이너)씨는 군복에 대해 묻자 “군복이 너무 크다. 그리고 눈에 너무 잘 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군부대에 처음 온 소감으론 “처음엔 (실제 전쟁과는 다른) 가짜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린 군인들이 너무 힘든 것 같다. 전쟁에 대해 진지하게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훈련을 하는 이유는 결국 전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억제하기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종군기자 체험이란 측면에서 어떻게 봤는지 물었다. 이씨는 “사진 찍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쌍방교전장의 코스는 쉬운 편이어서 누구든지 경험을 해보길 권한다. 아주 좋은 체험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사진 체험 위해 참여한 사람들의 열정 빛나
참가자들은 섬멸전과 고지쟁탈전을 각각 30분씩 카메라에 담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그러나 쌍방교전장에 남아 있던 군인들은 역할을 바꿔가며 종일 전투훈련을 계속했다. 구슬땀을 식히며 잠깐 휴식중인 과훈단 전문대항군 부대 홍영민(23) 병장을 만났다. 홍 병장은 이제 제대가 27일이 남은 이른바 ‘말년’이다. 홍 병장은 “군생활을 모두 대항군 부대에서 보냈다. 그동안 전갈부대(대항군부대)가 상대했던 타 부대들 중에선 해병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의 연속을 통해 대단한 자신감을 얻었다. 제대한 뒤의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투 중의 군인들 바로 옆에서 사진을 찍는 참가자들이 거추장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에 대해 홍 병장은 “공격군과 저항군 양쪽 모두에 사진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더 유리하거나 불리하진 않았고 진짜 종군기자들처럼 사진을 잘 찍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인제군과 육군 과훈단은 오는 10월8일부터 10일까지 민 관 군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인 제3회 과학화전투경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대회는 과훈단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화전투훈련을 일반인들도 체험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 2007년에 시작되었다.
한편 이번 종군기자 체험 참가자들의 우수작품은 10월 초 한겨레신문 지면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글·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분대장의 돌격 신호와 함께 공격군은 신속히 엄폐물을 이용하며 전진해 들어갔다. 저항군의 고지에선 저격수들이 풀잎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고 조준사격을 시작했다. 쌍방간에 총탄이 수도 없이 오고 갔다. 이따금 포소리가 울려 퍼졌다. 바위 뒤에서 다음 이동지로 눈여겨 둔 풀더미 쪽으로 날아가듯 몸을 날리더니 최대한 땅에 밀착시켜 자신을 숨긴 공격군은 잠시 가쁜 숨을 골랐다. 사망자와 부상자가 속출한다.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다. 쓰러진 아군들을 돌볼 틈이 없다. 이윽고 고지 앞에 도착한 마지막 3명의 병사가 두 갈래로 나누어 고지를 향해 돌격했다. 병사들만큼은 빠르지 않지만 그 옆을 쫓아가는 일군의 무리가 있다. 군복은 입었지만 총 대신 카메라를 들고 헐레벌떡 넘어지며 엎드리며 연방 파인더를 들여다본다. 병사들이 총을 쏘는 횟수 이상으로 자주 셔터를 누른다. 총소리만큼 크진 않지만 방아쇠를 당기는 것만큼 확신에 가득한 셔터 소리가 연사로 들려온다.
실제 전투 체험장에서 군복입고 전투 촬영 체험
13일 강원도 인제군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KCTC·이하 과훈단)에서 열린 인제포토워크숍 종군기자 체험의 한 장면이다. 이번 체험은 한겨레신문사가 주관하고 인제군과 육군 과학화전투훈련단이 주최한 것으로, 군부대의 전투훈련을 일반인들에게 공개하고 종군기자 체험까지 허용한 대한민국 건군이래 최초의 행사다. 과훈단은 여의도 면적의 37배에 달하며 여러 개의 산을 끼고 있다. 과훈단은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과학화 장비를 이용하여 실제 전투와 가장 유사한 훈련을 지원하는 곳이며 직사 화기, 곡사 화기, 지뢰, 화학탄 등을 운용하여 전투를 벌인다. 전투에 참가하는 군인들의 개인장비는 K-2 소총이지만 마일즈 장비를 이용하는 것이 특징이다. 마일즈는 실제 총알이나 페인트탄 등을 사용하지 않고 레이저를 활용한다. 이 레이저는 실전에서 사용하는 K-2 소총의 유효 사거리와 동일하게 발사되며 모든 상황은 실시간으로 훈련통제본부에서 통제, 분석된다. 참가 부대의 어느 병사가 소총을 몇 발 발사했는지, 누구에게 어떤 상처를 입혔는지 등이 한눈에 파악되는 것이다. 특히 과훈단의 마일즈 장비는 한국의 첨단 지피에스(GPS) 기술의 덕으로 오차범위가 3m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과훈단엔 전문대항군 대대가 상주하면서 방문하는 부대와의 자유 교전을 통해 부대 전투력을 확인하고 평가를 가능하게 해준다. 과훈단은 2007년 창설됐다. 피를 한 방울도 흘리지 않고 실제 전투를 체험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과훈단에서 훈련을 받으려는 부대가 줄을 잇는다.
이날 촬영은 과훈단에 상주하는 전문대항군 부대가 자체적으로 각각 공격군과 대항군으로 역할을 나눠 실제 전투와 근접한 훈련을 벌이는 장면이다. 군인들이 달리면 같이 달리고 엎드리면 같이 엎드린다. 전날까지 가을장마가 쏟아진 탓에 땅이 온통 진창처럼 질퍽거리지만 군복에 흙탕물이 묻는 것을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군에서 제대한 지 26년 만에 처음으로 현역병들의 군복을 입어본다는 전부순(50·S오일 광고팀)씨는 “전투 장면을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어 실감이 났다. 처음엔 멋있는 장면을 많이 찍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말 어려운 사진인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하지만 전씨는 “생전 처음 찍어보는 생생한 장면을 몇 장 정도는 건진 것 같다”며 만족을 표시했다. 평소 군에 대한 입장이 어땠는지를 묻자 전씨는 “전쟁은 결사반대지만 대한민국에 군대는 꼭 필요한 것 아니냐?”라며 “아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니 군에 갈 시기가 다가오고 있고 반드시 입대할 것이다. 그러나 오늘 보니 사병으로 가는 것보다는 아무래도 장교로 보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다른 참가자 이옥선(33·디자이너)씨는 군복에 대해 묻자 “군복이 너무 크다. 그리고 눈에 너무 잘 띄는 것 같다”고 말했다. 군부대에 처음 온 소감으론 “처음엔 (실제 전쟁과는 다른) 가짜 같은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어린 군인들이 너무 힘든 것 같다. 전쟁에 대해 진지하게 한번 더 생각하게 되었다. 이런 훈련을 하는 이유는 결국 전쟁을 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억제하기 위한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종군기자 체험이란 측면에서 어떻게 봤는지 물었다. 이씨는 “사진 찍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쌍방교전장의 코스는 쉬운 편이어서 누구든지 경험을 해보길 권한다. 아주 좋은 체험이다”라고 말했다.


새로운 사진 체험 위해 참여한 사람들의 열정 빛나
참가자들은 섬멸전과 고지쟁탈전을 각각 30분씩 카메라에 담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그러나 쌍방교전장에 남아 있던 군인들은 역할을 바꿔가며 종일 전투훈련을 계속했다. 구슬땀을 식히며 잠깐 휴식중인 과훈단 전문대항군 부대 홍영민(23) 병장을 만났다. 홍 병장은 이제 제대가 27일이 남은 이른바 ‘말년’이다. 홍 병장은 “군생활을 모두 대항군 부대에서 보냈다. 그동안 전갈부대(대항군부대)가 상대했던 타 부대들 중에선 해병대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개인적으로는 실전을 방불케 하는 전투의 연속을 통해 대단한 자신감을 얻었다. 제대한 뒤의 인생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투 중의 군인들 바로 옆에서 사진을 찍는 참가자들이 거추장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이에 대해 홍 병장은 “공격군과 저항군 양쪽 모두에 사진가들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이 더 유리하거나 불리하진 않았고 진짜 종군기자들처럼 사진을 잘 찍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인제군과 육군 과훈단은 오는 10월8일부터 10일까지 민 관 군이 함께하는 축제의 장인 제3회 과학화전투경연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이 대회는 과훈단이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과학화전투훈련을 일반인들도 체험할 수 있게 만든 것으로 2007년에 시작되었다.
한편 이번 종군기자 체험 참가자들의 우수작품은 10월 초 한겨레신문 지면을 통해 발표될 예정이다.
글·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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