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어도 셋이어도 더불어 하면 하나

곽윤섭 2010. 08. 26
조회수 7673 추천수 0
[미션 강의실/시즌2] <24강> 함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공유와 공존 진리
다름도 차이도 서로 인정하면 ‘아름다운 동거’

 
img_01.jpg

이번 테마는 ‘함께’입니다. 사진에 등장한 둘 이상의 구성요소들을 보면서 ‘함께’라는 단어가 떠오르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둘이어도 좋고 셋 이상이어도 좋습니다.
 
‘함께’라는 테마는 아주 쉽게 표현할 수도 있고 어렵게 표현할 수도 있습니다. 우선 쉬운 사례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두 명의 연인이 나란히 길을 걷고 있다면 ‘함께’라는 낱말이 금방 떠오를 것입니다. 이때 두 인물이 손을 잡고 있다면 훨씬 빨리 와닿을 것입니다만 그냥 나란히 걷고만 있어도 별 상관이 없을 것입니다. 
 
 
비슷한 속도로 같은 쪽 바라보기
 
같은 길을 걷는 이들이라면 걷는 속도가 비슷할 것이며 같은 쪽을 바라볼 것이니 그 자체에서 함께한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습니다. 사진은 순간의 기록입니다. 그러므로 둘이 함께 같은 속도로 걷거나 달리다가도 어느 한 장면에서 속도의 차이가 났을 때 사진을 찍게 되면 둘의 불일치가 느껴질 터이니 유의해야 합니다.
 
같은 옷을 입고 있거나 같은 모자나 가방을 들고 있는 것으로도 ‘함께’가 표현됩니다. 경찰복, 유치원생들의 옷을 보면 단체의 개성이 먼저 전해지므로 ‘함께’를 표현하는데 유리합니다. 목사와 수녀는 각각 비슷한 옷을 입습니다. 스님들도 대체로 같은 색, 같은 계열의 옷을 입습니다.
 
동서양의 종교가 다르고 머무는 곳이 다르다 해도 구도와 구원의 길을 함께 걷는 신앙인이란 점에서 공통점이 강하게 발현됩니다. 브루노 바르베가 찍은 모로코사진들을 보면 순례자들이 자주 등장합니다. 고깔처럼 뾰족한 모자, 수건을 두른 것 같은 모자 등을 함께 쓰고 묵묵히 길을 걷는 순례객들이 인상적입니다. 
 
 
img_02.jpg


img_04.jpg

 
순례자 의상, 함께 가는 길 묵묵히 표시

 
‘테마-함께’를 느낄 수 있는 멋진 장면들입니다. 인도 바리나시강가엔 인도 전역에서 몰려온 순례객들의 행렬이 끊이지 않습니다. 색은 조금씩 다르지만 몸을 몇 바퀴 둘러서 입는 옷의 스타일은 비슷합니다. 그 행렬에서도 일체감이 보입니다. 단 하루 바리나시강에 몸을 담그기 위해 여러 날 기차를 타고 왔다가 다시 먼길을 재촉한답니다.  
 
플래시 몹이 유행입니다. 이전엔 문자메시지나 이메일로 플래시 몹의 예고를 날렸는데 이젠  더 빠른 미디어인 트윗을 통한 공지가 오고 갑니다. 대표적인 플래시 몹으로 마이클 잭슨 추모 플래시 몹을 들 수 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lVJVRywgmYM&feature=fvsr
넓은 광장에서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추는 수백 명의 춤꾼들이 일사불란하면서 흥겹습니다. 미리 행동각본을 공유하고 율동을 준비한 사람들이 서서히 숫자를 불려나가면서 춤을 함께 합니다. 사전에 무슨 일인지를 알지 못했던 사람들은 처음엔 당황한 표정으로 춤꾼들을 바라봅니다. 이윽고 흥이 생기면 즉석에서 어설프지만 함께 플래시 몹을 즐기기도 하고 춤에 자신이 없는 사람들은 박수로 장단을 맞추며 함께합니다. 신나는 음악이 나오고 발랄한 몸동작이 이루어지는데 짜증을 낼 사람들은 거의 없습니다.
 
 
춤꾼들의 일사불란함 속 흥겨움
 
다만 바쁜 일상 탓에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지나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함께하지 못하는 이들입니다. 한국에서도 플래시 몹을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남들 앞에서 갑작스럽게 춤을 추는 것이 익숙지 않은 문화 탓으로 매끄럽고 완성도 높은 플래시 몹 영상은 잘 볼 수 없었습니다.
 
벨기에에서 벌어졌던 ‘사운드 오브 뮤직’에 맞춰 춤을 추는 남녀노소의 영상도 아주 매혹적이었습니다. 2009년 3월 벨기에 앤트워프기차역에서 200명의 댄서들이 줄리 앤드류스의 도레미송에 맞춰 한바탕 춤판을 벌입니다. 역이란 공간을 생각하면 소란이 일어날 법도 한데 주변을 지나던 승객들은 참다못해 같이 춤을 추기도 하고 발을 굴러 지지를 보내거나 휴대폰으로 이 광경을 찍으면서 즐깁니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음악에 맞춰 같은 동작을 함께한다는 것은 ‘함께’를 보여주는 아주 적절한 광경이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7EYAUazLI9k

 ‘함께’를 조금 어렵게 소화하는 사진을 살펴보겠습니다. 옷도 다르고 동작도 다르지만 ‘함께’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둘 이상의 여러 사람을 묶어주는 매개체가 필요합니다. 어떤 것이 매개체가 될 수 있을까요? 큰 호숫가에 사람들이 띄엄띄엄 앉아있는 사진을 떠올려봅시다. 이들은 호수를 매개체로 주변에 앉아있는 것입니다. 즉, 호수라는 공간을 공유하고 호수와 함께 휴식을 즐기는 것입니다. 등장하는 사람들의 동질성이 사진에 부각되지 않아도 좋습니다.
 
 
img_05.jpg
 
img_06.jpg
 
img_07.jpg


띄엄띄엄 있는 이들 호수가 묶어

 
연말연시가 되면 일몰과 일출을 보러 바닷가로 갑니다. 바다 위의 수평선에 딱 붙들려 있는 해를 바라보는 사람들은 한해를 정리하기도 하고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도 합니다. 바닷가의 사람들은 전국 각지에서 모였을 것입니다. 그들을 하나로 묶어준 것은 태양과 붉게 물든 바다가 함께했기 때문입니다.
 
한국사람들은 김치를 먹습니다. 주식은 아니지만 반찬으로 김치가 없으면 허전함을 느낍니다. 특히 외국에 나갔다가 1주일 동안 김치 구경을 못하게 되면 평소에 김치를 그리 좋아하지 않았던 이들도 김치생각이 납니다. 한국인은 김치와 함께 살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김치만 달랑 놓고 사진을 찍어서 ‘함께’를 표현했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과 완성도가 크게 떨어지는 사진이 될 것입니다. 식탁 위의 김치나 마트에서 파는 김치를 향해 뻗은 손도 좋고 김치를 먹는 모습도 좋겠습니다. 다만 김치, 자체는 테마가 아니고 김치를 매개체로 함께가 떠올라야 테마가 성립이 된다는 것은 잊지 맙시다.
 
마지막으로 조금 더 어렵게 테마를 소화한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가르치고 있는 수강생들에게 ‘함께’를 테마로 제시했더니 한 분께서 배드민턴 라켓을 휘두르는 장면을 찍어왔습니다. 사람이 한 명 보이고 셔틀콕이 막 상대방에게 날아가는 찰나였습니다. 배드민턴은 둘 혹은 넷이서 하는 경기인데 프레임에 한 명만 등장했다는 것이 묘했습니다. 사진에 보이진 않지만 프레임 바깥에 다른 한 명이 있고 그와 함께 운동을 한다는 뜻이었을 것입니다. 기발한 발상이었습니다.
 
 
사진 밖 누군가와 ‘호흡’
 
인류(호모 사피엔스)는 지구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동식물들 중에 그렇게 빨리 태어난 종이 아닙니다. 은행나무는 2억 년 전부터 지구에 살고 있었으며 악어도 그 무렵부터 있었습니다만 사람은 이제 겨우 몇 십만 년 밖에 안되었습니다. 또한 인류는 가장 개체수가 많은 종도 아닙니다. 그리고 가장 끝까지 살아남을 가능성이 큰 종이라고 확신할 수도 없습니다. 여러모로 봐서 인류는 지구의 주인이 아닙니다.
 
지구의 다른 종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을 뿐입니다. 지구는 함께 사는 곳입니다. 깨끗하게 쓰고 인류의 후손과 다른 동식물의 후손들에게 있는 그대로 물려줘야 합니다. 대자연을 기록하는 것도 ‘함께’를 의미할 수 있으며 대자연의 여러 생명 중 한 종인 인류가 살아가는 모습을 기록하는 것도 ‘함께’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몇 일전 저를 아는 회원 한 분이 아파트 창틈에서 싹을 피운 이름을 알 수 없는 식물사진을 보내주셨습니다. 우리 모두는 함께 살아가야 합니다.
 
img_08.jpg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 금주의  미션 ㅣ 함께를 찍어라

이번 테마는 함께입니다. 쉽게 접근하면 같은 동작, 외형, 표정, 시선을 공유하는 사람들을 찍으면 되고 폭넓게 접근하면 공존을 사진으로 표현하면 됩니다.
▶ 찍은 사진 올리러 가기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뭘까요

9월-뭘까요 발표

  • 곽윤섭
  • | 2010.10.14

9월치 ‘뭘까요’ 퀴즈의 정답은 ‘디딜팡’이었습니다. 디딜팡은 제주 전래 화장실인 통시에서 볼 일을 볼 때 사람이 발을 디딜 수 있게 만든 ...

강의실

[10월 이달의 사진]양보할 수 없는 기준 공감, 사진을 춤추게 한다

  • 곽윤섭
  • | 2010.10.14

한겨레가 뽑은 이달의 독자사진에 박인순씨(43·경남 진주시 상대1동)와 이동준(58·서울 동작구 신대방동)씨의 사진이 선정되었습니다. 두 분께 한겨레가...

뭘까요

10월치 뭘까요? 문제나갑니다.

  • 곽윤섭
  • | 2010.10.14

어떤 대상의 일부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사진은 무엇을 찍은 것일까요? 정답을 아시는 분은 이메일 kwak1027@hani.co.kr로 보내시거나 트위터 아...

취재

인제포토워크숍 사진전②누구에겐 창이거나 숨은 그림 찾기

  • 곽윤섭
  • | 2010.10.06

취재

인제포토워크숍사진전①누구에겐 말 아닌 말이 되기도 하고

  • 곽윤섭
  • | 2010.10.06

취재

총 대신 카메라 들고 추억 '나침반'으로 꿈 좇아

  • 곽윤섭
  • | 2010.10.06

“사진은 사진일 뿐이다”라고 하지만, 각자의 사진은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의 감동이 가슴으로 흘러 느껴질 때 사진은...

취재

오르고 뛰고 구르고…, 아주 특별한 첫경험 '찰칵'

  • 곽윤섭
  • | 2010.10.06

인제포토워크숍 참가자 후기 곧 입대할 아들보다 내가 먼저 ‘입대’했다 곧 군에 입대할 아들을 둔 ‘엄마’이자 오십 줄에 들어선 ‘아줌마’이기...

취재

인제의 ‘렌즈’ 속으로 한 발 한 발 아찔 하늘 딛고 하늘 찍다

  • 곽윤섭
  • | 2010.10.06

달랑 30분 교육 받고 올랐다 용대리 매바위 암벽 등반 흘낏 보니 땅이 저만큼 웃음기 싹 가시고 땀만 삐질삐질   배가 아프다고 하고 내려갈까...

7월치 뭘까요- 아차상 발표

  • 곽윤섭
  • | 2010.09.17

무려 한달이나 발표가 늦었습니다. 대단히 죄송합니다. 7월치 뭘까요- 아차상을 발표합니다. 임태연, 김정미, 김효원, 이종관, 오윤석, 정태욱, 쥐떵...

취재

내가 '로버트 카파'가 되는 순간

  • 곽윤섭
  • | 2010.09.16

인제군 육군 과훈단에서 열린 '인제포토워크숍 종군기자체험' 분대장의 돌격 신호와 함께 공격군은 신속히 엄폐물을 이용하며 전진해 들어갔다. 저항...

취재

빛으로 잡는 시간, 마구 들이대라

  • 곽윤섭
  • | 2010.09.16

[생활사진가 고수] 이정은 사라지는 동네 아쉬워 풍경 담아 길거리전시 서울 종로구 이화동에 사는 이정은(편집 디자이너)씨는 포털사이트 네이버의 ...

뭘까요

8월치-뭘까요. 정답과 당첨자 발표

  • 곽윤섭
  • | 2010.09.16

8월치 '뭘까요' 퀴즈의 정답은 '제비집 아래의 똥받이'입니다. 제비 똥이 떨어져 바닥이 지저분해지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주목적입니다. 제주시 ...

뭘까요

9월치 뭘까요? 문제나갑니다.

  • 곽윤섭
  • | 2010.09.16

어떤 대상의 일부를 찍은 것입니다. 이 사진은 무엇을 찍은 것일까요? 정답을 아시는 분은 사진마을의 ‘뭘까요’ 코너에 덧글로 올리시거나 트위...

강의실

[9월 이달의 사진]숨김과 드러냄의 미학 상상력이 춤춘다

  • 곽윤섭
  • | 2010.09.16

한겨레가 뽑은 이달의 독자사진에 김성은(대구 수성구)씨와 방창호(서울 도봉구)씨의 사진이 선정되었습니다. 두 분께 한겨레가 마련한 소정의 기념품을...

취재

‘대자연의 경이’ 호주에서 꿈을 찍으세요

  • 곽윤섭
  • | 2010.09.14

  한겨레 포토 워크숍 : 사진가 등용 프로젝트  한겨레신문사가 주최하고 캐논이 공식후원하는 ‘한겨레포토워크숍-호주편’이 10월20~26일 열립니다...

강의실

무한도전의 끝, 사진 미학의 절정 ‘무한포착’

  • 곽윤섭
  • | 2010.09.02

[미션강의실시즌2] <25강> 점프 삶 또한 빛나던 ‘그때 그 순간’의 추억 먹고 산다 마지막 미션, 테마 발판으로 ‘사진 도약’ 이루길 [미션강의...

강의실

둘이어도 셋이어도 더불어 하면 하나

  • 곽윤섭
  • | 2010.08.26

[미션 강의실/시즌2] <24강> 함께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의 공유와 공존 진리 다름도 차이도 서로 인정하면 ‘아름다운 동거’ 이번 테마는 ‘...

취재

“머리보다 발로 배워 가고 또 가고”

  • 곽윤섭
  • | 2010.08.20

[생활사진가 고수] 정혁진 풍경있는 밤골목 좋아 일부러 묻고 말동무도 그저 남들처럼 놀러가면 대충 기념사진이나 찍을 줄 알았던 정혁진(34·회사원...

강의실

어제,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른 새로움의 미학

  • 곽윤섭
  • | 2010.08.19

[미션 강의실/시즌2] <23강> 창조 자연이든 문명이든 숨겨진 ‘1인치’의 포착 카레라를 흔들어도 보고 초점을 흐리게도     사진찍기의 매력 중...

취재

트위터의 언론기능 청소노동자에 큰 힘

  • 곽윤섭
  • | 2010.08.19

'밥 한끼의 분노'취재기 사진마을(photovil.hani.co.kr)에는 지난 6일 ‘밥 한끼의 분노-후속취재’라는 기사가 올라왔습니다. 제가 그 이틀전 올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