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들의 미션 사진 한 판, 으랏차찻차!

곽윤섭 2011. 06.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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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부터 고려대학교 미디어학부에서 전공선택인 <보도사진 이론과 실습>과목을 가르쳤습니다. 38명의 대학생들과 매주 수요일마다 만났고 어느덧 16주가 지났습니다. 그동안 한 번도 휴강을 하지 않고 마칠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만 학생들은 가끔 휴강을 원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종강을 하고 나니 떠오르는군요.
 다섯 개의 조로 학생들을 나눴습니다. 각 조별로 테마를 정해 10장의 사진을 제출하라고 했고 종강일이었던 15일에 발표시간을 가졌습니다. 38명의 학생 중에는 사진을 처음 찍어보는 이들도 있었고 아무런 수동기능이 없는 콤팩트 사진기로 수업을 한 이들도 있었습니다. 포토스토리, 포토저널리즘이 뭔지 전혀 모르는 학생들이 대부분이었을 것입니다만 모래가 물을 빨아들이듯 빠른 흡수력을 보였습니다. 다섯 조는 모두 훌륭한 발표를 했습니다. 제가 평가하기에 앞서 학생들끼리 인기투표를 해봤습니다. 학생들의 자체평가도 일정부분 학점에도 반영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비밀투표를 했습니다. 다음주까지는 그 결과는 저만 알고 있습니다. 가장 많은 표를 얻었던 조의 프로젝트를 소개해드립니다.
 이 학생들은 텔레비전 예능프로그램인 <무한도전>에도 등장한 적이 있는 송곡고등학교 씨름부를 찍어왔습니다. 테마선정, 섭외, 촬영협조 등의 모든 과정에 저는 개입하지 않았고 방향만 제시했습니다. 제가 도와주면 안 되기 때문입니다. 비인기 종목이지만 씨름을 열심히 하는 친구들의 이야깁니다. 아래는 학생들의 발표내용입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취지를 위한 토론: 보도사진에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 사회를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지만 열 장의 사진으로 어떻게 사회를 바꿀 수 있을까? 사진은 메시지다. ‘당신이 살고 있는 사회의 한편에는 이러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해서 더 나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단 한 명이라도 우리의 메시지를 듣고 생각이 바뀐다면, 느낀 점이 생긴다면 전보다 더 나은 사회가 된 것 아닐까. 일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던지는 우리의 메시지. 이 세상은 화려한 조명 아래 서있는 이들이 전부가 아닙니다. 스포트라이트에 비켜나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세요.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세요.
 
 씨름의 위기: 한국의 민족문화를 대표하는 상징적 운동인 씨름은 IMF 이후 KBS가 중계권료 지급을 거부하면서 재정에 타격을 받아 몰락을 걷기 시작했다. 경기규칙이나 운영방식에도 문제가 있어서, 노년들만이 즐기는 스포츠라는 인식이 강해 점차 사람들의 관심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밖에 민속씨름연맹과 대한씨름협회의 분쟁도 씨름이란 종목에 대한 이미지를 나쁘게 하는데 일조하고 있다.
 목표: 건강한 육체를 가진 씨름의 ‘미래 장사’들의 모습을 담아 씨름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하자.

 


 
   “나는 내일의 천하장사다”


        - 송곡고등학교 씨름부의 무한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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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5월 27일 아침 6시경 송곡고 씨름부 단원들이 아침밥 배달원 3명을 뽑기 위해 선착순 달리기를 하고 있다.


 한국방송공사의 예능 프로그램 <1박2일>에서 강호동은 이만기와 씨름경기를 펼쳤다. 씨름 경기에서 진 강호동은 기꺼이 후배들에게 160인 분의 고기를 샀다. 문화방송의 간판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에서는 출연자들이 미션을 수행하기 위해 고교 씨름부와 닭싸움을 했다. 최근 씨름의 ‘미래’들이 비중이 크든 작든 마다하지 않고 매스컴에 출연하는 이유는 씨름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서이다. 
 무한도전에 등장하는 이들은 서울 중랑구에 있는 송곡고등학교 씨름부원들이다. 자칭 <전속 무한도전 씨름부>인 이 학교 씨름부는 창단 해인 2010년에 처음으로 출전한 전국대회에서 단체전 준우승을 거뒀다. 25명의 씨름부원들은 가장 무거운 체급인 장사급에서부터(1명) 경장급까지(체급별 3~4명) 고루 나눠져 있다. 학교 안에 있는 25평짜리 씨름부 생활관에서 합숙생활을 하며 운동을 한다. 방학 때도 학기 중과 마찬가지로 주말에만 집에 가고 주중에는 합숙훈련을 계속한다.
 
  첫 출전해 전국대회 준우승…꼭두새벽을 깨우다
 
 그들은 아침운동으로 아침을 연다.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 6시부터 7시까지 운동장을 뛰며 하체 근력을 키운다. 오전에는 각자의 반에서 수업을 듣는다. 본격적인 씨름 훈련은 오후부터 시작하는데 아직 교내 씨름장이 완공되지 않아서 오전수업을 마치면 씨름장이 있는 방학중학교로 옮긴다. 씨름장에 도착하면 제일 먼저 챙겨간 타이즈와 샅바로 갈아 입는다. 타이즈에는 자신의 소속인 송곡고등학교가 적혀있거나 자신들이 가고 싶은 대학교 이름이 적혀있다. 3시부터 시작한다. 연습 중 부족한 기술은 감독과 코치의 지도를 받아서 보충한다. 손목에 염증이 생겨 수술을 받은 장호선(고1ㆍ장사급)을 포함해서 부상을 당한 아이들은 씨름장 바깥에서 연습을 지켜본다. 연습시간은 시합 일정에 맞춰 유동적으로 조정되는데 보통 오후 7시가 돼서야 송곡고로 출발한다. 연습보다는 오고 가는 이동시간에 더 많이 지친다고 입을 모은다.
 생활관으로 돌아오면 바로 늦은 저녁식사를 한다. 점심은 학교에서 급식을 먹고 아침과 저녁은 학교 근처 식당에서 배달을 시킨다. 이날의 메뉴는 돈가스. 기사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양식 돈가스보다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다. 식사 메뉴는 끼니마다 달라질 수 있지만 하나의 메뉴로 통일하는 편이다. 무한도전에서 고기 백인 분을 먹던 씨름부였지만 같이 배달된 쌀밥 이상으로 더 먹지 못한다. 배가 차지 않았는지 한 친구가 다른 친구의 돈가스를 뺏어 먹는다. 이들의 열악한 생활환경에 대해서 홍명원(23) 코치는 “운동선수가 훈련을 잘하려면 잘 쉬고 잘 먹는 것이 중요한데 아직 신생 씨름부라서 어려운 점이 많아요. 다음달에 체육관과 식당이 완공되면 더 편하게 씨름에 전념할 수 있게 될 거에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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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5월 31일 오후 4시, 방학중학교 씨름연습장 한 구석에 홍샅바가 걸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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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5월 29일, 씨름부를 포함한 송곡고 2학년 학생들이 영어수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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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5월 31일 오후 방학중학교 씨름 연습장에서 송곡고등학교 손인지(19), 노진석(19)군이 기자의 요청에 의해 씨름에서 어려운 기

                                            술에 속하는 ‘들어뒤집기’를 시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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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 씨름부 부원 손희찬(17)씨가 5월 31일, 송곡고 운동부 헬스장에서 아령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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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 6월 1일 저녁 8시께 씨름생활관에서 송곡고등학교 씨름부 단원들이 고려대학교 <보도사진이론실습> 학생들이 사다 준 코스트코피자를 먹으려고 둘

          러 앉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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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 6월 1일, 저녁 8시 ,씨름부 주장 김태우(19,오른쪽)씨가 송곡고 씨름부생활관에서 코치의 페브리즈를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로 공모자 정희찬(17)씨와

           함께 벌을 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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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 5월 26일, 저녁 9시 홍명원 코치(23)를 비롯한 송곡고 씨름부 단원들이 장안의 화제인 ‘최고의 사랑’을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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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 6월 1일, 부원들 사이에서 일명 ‘투빡이’라고 불리는 장현우(17), 황선민(17)군이 숙소 앞 벤치에서 나란히 앉아 핸드폰을 보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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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 5월 31일 송곡고등학교 씨름부 선수들이 단체사진을 위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습, 연습, 또 연습…꿈과 샅바 차고 으이싸!
 
 식사를 마친 친구들은 방 한쪽에 놓여있는 컴퓨터에 둘러앉아 다운받아 놓은 ‘최고의 사랑’을 본다. 또 다른 컴퓨터로는 미니홈피를 확인하고 ‘카트라이더’, ‘피파’, ‘써든어택’ 같은 게임을 한다. 8시 30분, 평소보다 약간 늦었지만 저녁 운동을 위해 학교 지하에 있는 헬스장으로 간다. 자신의 소속과 이름이 적힌 실내화로 갈아 신고 가볍게 몸을 푼다. 최신가요를 틀어놓고 한 시간 가량 각자에게 맞춰진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이들은 보통 초등학교 3~4학년 때부터 씨름을 시작했다. 시작한 계기는 선생님의 권유, 특별활동, 살 빼기 등 다양했는데 형을 좇아 씨름을 했다는 주장 김태우(고3ㆍ용장급)와 같이 가족의 영향이 가장 많았다. 그들의 꿈은 천하장사에서부터 대학교 진학, 학교 선생님 등 다양했다. 그 중 천하장사를 꿈꾸는 정민궁(고3ㆍ경장급)은  “재미로 시작했지만 씨름이 좋아지고 꿈이 생기게 됐어요. 씨름선수 해서 돈도 많이 벌고 나중에 사업도 할 거에요”라고 말했다. 그는 “잘 알지는 못해도, 직접 해보고 느껴보면 최고로 좋은 운동이라는 걸 알게 될거에요”라며 씨름에 대한 애정을 덧붙였다. 
 
 2011 1학기 보도사진이론실습 기말 프로젝트
 A조: 고을정, 전재아, 장묘, 정해인, 임미정, 이지은, 이현경, 윤동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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