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채증’ 경찰, 사진강의 좀 들으시죠

곽윤섭 2011. 06. 16
조회수 11353 추천수 0
집회 참가자가 싫다면 기자도 찍을 권리 없어
 인도 위 시민에 카메라 들이대면 초상권 침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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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저녁 반값등록금 집회가 열리던 서울 청계광장에서 광화문 사거리로 사는 길, 경찰은 청계천 일대를 에워싸고

                                  지하철 입구와 인도를 막아선 채 무차별적으로 시민들을 찍어댔다. 사진 제공 dach

 

 

 

 경찰 중에 사진을 취미로 하는 사람이 참 많군요. 제가 사진강의 좀 할 줄 아는데 언제 강의 한번 해드릴까요? 참, 강사료는 좀 많이 주셔야 합니다. 제가 학생들 강의 때는 돈 따지지 않는데 공인들에게 제값 다 받습니다.

 사진마을의 열렬한 회원이신 dach님께서 지난 6월 10일에 찍은 사진들을 보내주셨습니다. 경찰로 추정되는 젊은이들이 대단히 진지하게 사진을 찍고 있네요. 외다리(모노포드)를 사용하는 것으로 봐서 사진을 꽤 배운 것 같습니다만 제가 강의를 해드리겠다고 말하는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도대체 기본이 안 되어있습니다.
 
 사진은 기술 이전에 감성이며 감성은 찍는 사람만의 것이 아니라 찍히는 사람에 대한 배려가 순서상 먼저입니다. 돌려 말할 것이 아니므로 대놓고 말하겠습니다. 경찰이고 사진기자고 가릴 것 없이 찍히는 사람이 싫다고 말하면 찍어선 안 됩니다. 그럴 권리 없습니다. 제가 지난번에 올렸던 글에서 재인용합니다. (전문은 http://photovil.hani.co.kr/special/65209)
 
 “집회나 시위현장에 나온 사람들은 보도를 목적으로 한 상태라면 찍어도 무방하다. 여러 가지 예외는 늘 있다. 찍는 사람이 아무리 기자라 해도, 또 찍히는 사람이 시위현장에 자발적으로 나왔다고 해도 카메라를 거부하거나 항의를 한다면 찍어선 안 된다. 기자들도 왕왕 오류에 빠진다. 집회에 나왔으니 찍어도 되는 것 아니냐면서 다소 강압적으로 덤비는 경우가 있었지만 원칙을 따진다면 그래선 안 된다. 대한민국 헌법 제10조엔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되어있다. 개인의 인격권을 보호하려는 것이다. 거리에서 (동의없이) 낯선 사람을 찍는 것은 자그마치 헌법에 위배된다.
 이래선 사진찍기란 것이 거의 불가능할 것 같다. 참 난감한 일이다. 다행히도 헌법엔 언론활동과 관련된 조항도 있다. 제21조엔 “모든 국민은 언론, 출판의 자유를 가진다. 언론, 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은 인정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여 국민의 기본권 가운데 하나인 언론자유를 원천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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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저녁 반값등록금 집회가 열리던 서울 청계광장에서 광화문 사거리로 사는 길, 경찰은 청계천 일대를 에워싸고

                                  지하철 입구와 인도를 막아선 채 무차별적으로 시민들을 찍어댔다. 사진 제공 dach


 
 요약하면 이런 이야깁니다. 집회에 참가한 사람이라도 그 사람이 찍히기 싫다고 하면 찍어선 안 됩니다. 언론의 자유(국민의 알권리)를 대변하고 있는 ‘그 대단한’ 기자들도 찍을 권리가 없습니다. 하물며 경찰에겐 더더욱 그럴 권리가 없습니다. 경찰에게 언론의 자유가 있다고 주장하진 않겠죠? 트위터에서 어떤 분에게 조언을 받았습니다. 대법원 판례 99도 2317입니다.
 
 “원칙적으로 경찰에 의한 사진·동영상 촬영은 법적 근거와 영장을 필요로 한다. 다만, ① 현재 범행이 행하여지고 있거나 행하여진 직후이고 ② 증거보전의 필요성과 긴급성이 있고 ③ 일반적으로 허용되는 상당한 방법에 의하여 촬영된 것이면 영장 없이 이루어져도 위법하지는 않다.” 
 
 자 결론에 도달하겠습니다. 귀가하려는 시민들이 인도에 서있는 것은 대법원 판례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그 시민들을 가로막고 사진을 찍는 것은 공무집행이 아니라 초상권을 침해하는 불법 범죄행위입니다. 초상권은 동의없는 촬영 자체가 보호이익(법률로 보호받는 이익)이라고 합니다. 초상권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사례 중에 아직 경찰에 의한 것은 없다고 합니다. 생길지도 모르겠습니다. 촬영의 주체가 누구가 되었든 간에 불법은 불법입니다.
 정복도 아닌 사복을 입은 경찰이 게다가 찍지 말라고 외치고 있는 시민들을 찍는 것은 근절되어야 합니다. 저도 사진을 하는 사람이고 심지어는 ‘기자’씩 이나 되는 사람이지만 찍히지 않겠다는 일반인들은 못 찍습니다. 만약 다시 지하철 입구를 막고 인도 위의 시민들을 찍는 경찰이 있다면 그 경찰을 찍어서 손해배상청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변호사들이 저보다 훨씬 전문가들이니 그 다음은 알아서 해주실 것입니다.  경찰에겐 표현의 자유 같은 것은 없습니다. 만약 취미활동이라고 주장한다면 저한테 사진 제대로 배우라고 하십시오.
 
곽윤섭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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