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너머 풍경 No 33.
이번 대구행에서 제가 꼭 하고 싶었던 것은 옛날 다녔던 초등학교(당시엔 국민학교죠)와 그 동네에 가보는 것이었습니다. 저는 1970년에 대구시 고성로 1가(당시엔 원대동이었는데...)에 있는 달성초등학교에 입학했습니다. 그 인근에서 살았습니다. 선친께서는 집을 짓는 일을 하셨더랬습니다. 건축업이라고 부릅니다. 어릴때 우연히 봤던 선친의 명함에 건축업이라고 되어있었는데 쉽게 말하면 집장사입니다. 집을 짓고 팔았습니다.
달성초등학교의 옆 담장 건너에 있는 골목 안쪽의 수많은 기와집과 슬라브주택을 선친이 지었습니다. 집을 지어놓고 바로 팔리면 새 집을 짓습니다만 팔리지 않으면 우리가 이사를 가서 살았습니다. 그러다 집을 새로 짓고 또 팔거나 이사를 가거나.... 그렇게 초등학교 6년 동안 열 댓번 이사를 했던 것 같습니다.
졸업한 해가 76년 2월이니 벌써 35년 전일입니다. 그 35년 전의 흔적이 학교와 동네에 남아있는지 보고 싶었습니다. 기억 저 너머의 풍경을 찾고 싶었습니다.
벌써 오래전에 노선번호가 여러번 바뀌었을 것입니다. 버스에서 내려 학교 앞으로 가니 문방구가 보입니다. 타일에 간판을 다는 형식으로 미루어 짐작하면 분명히 35년 전에도 있었던 집일것 같습니다. 그러나 문방구의 이름은 바뀐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안납니다. 줄줄이 매달린 문구들은 바뀌었지만 예전에 저 집에 들락날락했을 것입니다.
본관입니다. 이 건물은 그대로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물론 리모델링했겠죠. 당시엔 마루바닥이었는데 그건 이미 오래전에 바뀌었을 것입니다. 휴일이라 건물 안에는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저 어린이 석상은 처음 봅니다. 6학년이 가장 높은 층을 썼는데 사진에 보이는 저 교실 중에 하나가 당시 6학년 12반(정확치 않습니다....)이었습니다.
흙먼지 풀풀 날리면서 몇 백명의 학생들이 엉켜서 공을 차던 학교 운동장엔 인조잔디가 깔려있었습니다. 초등학교에 축구부가 있고 꽤나 명문인 모양입니다. 프로구단에 진출한 졸업생의 명단이 정문앞에 붙어있었습니다. 일요일이므로 조기축구 아저씨들이 뛰고 있었습니다.
잠시 경기의 흐름을 봤습니다. 분홍색 유니폼쪽이 먼저 한 골을 실점했습니다. 사자 한마리가 유니폼을 뒤집어 쓴채 포효합니다.
"아~~~우"
찾아봐도 찾아봐도 35년 전의 흔적은 안보였는데 이 동상을 보니 분명히 옛날에도 봤던 기억이 있었습니다. 그 무렵 모든 학교에 다 있던 화랑동상일터...
세운 날을 보니 1972년 10월 입니다. 제가 3학년때군요. 그럼 그렇지... 동상 하나가 아직 남아있네요.
화랑동상의 석축위에 어디서 날아온 풀씨가 싹을 틔웠는지 보송보송 솜을 달고 있는 꽃나무가 한 그루 있습니다. 이게 초본생인지 목본생인지는 모르겠습니다.
내일은 골목길 편을 올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