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저는 ‘눈으로 본 것과 사진으로 찍힌 것이 달라지는 현상’을 피하는 법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그 첫번째 방법으로 지난 시간에 ‘복잡한 구성을 피하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오늘은 두번째 방법으로 `배경 정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찍고 싶은 것이 인물이든 사물이든 간에 주인공과 조연, 혹은 엑스트라들을 남기고 나머지 배경을 정리하면 주된 피사체만 강조할 수 있어 눈으로 본 것과 사진 결과물의 차이를 줄일 수 있습니다.
배경을 정리하는 구체적 방법을 몇 가지 사례를 들어 보여드리겠습니다. 상황에 따라 가능한 방법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심도는 얕게, 주인공은 밝게, 배경은 깔끔하게
■심도 조절
심도를 얕게 해서 배경과 전경의 초점을 흐리게 합니다. 심도가 뭔지 헷갈리는 분들이나 개념 정리를 다시 해두고 싶은 분들은 http://photovil.hani.co.kr/19201 를 클릭하십시오. 심도는 초점이 맞은 범위의 깊이입니다. 심도가 깊은 사진은 앞에서부터 뒤까지 초점이 맞아있다는 것이며 심도가 얕은 사진은 초점이 맞은 범위가 (상대적으로) 제한적입니다.
인물에만 초점이 맞고 배경을 흐리게 했다.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서 찍음으로써 심도가 얕아졌고 인물로 가야할 시선을 막고 있던 배경을 누를 수 있었다. 배경의 색은 그대로 살아남아 인물을 도와준다. 1/3200초, f 1.8 사진=영봉
다른 장점도 많지만 심도가 얕아서 보기좋게 배경이 정리된 사진이다. 초점이 주인공에게만 맞았다. 흔히 심도가 얕은 사진을 찍기 위해 렌즈교환형 SLR 을 구입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 사진을 찍은 카메라는 콤팩트카메라다. 1/640초, f 4.8 사진=활원
■노출의 차이
주인공만 밝은 빛(햇빛 혹은 특정 조명)에 노출되게 하고 나머지는 그늘 속에 들어가게 합니다. 꼭 그늘일 필요까지도 없습니다. 노출이 한 스텝 이상만 차이가 나도 주인공과 배경이 분리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선 발견의 미학이 반드시 있어야 합니다. 인위적으로 부분조명을 이용하는 것은 생활 속 스냅사진에선 부자연스럽습니다. 그러나 거리든 생활공간이든 반드시 노출 차이가 나는 곳은 있기 마련이고 그런 장소를 발견하는 것이 관건입니다. 부지런하고 눈썰미가 있는 사진가는 빛을 보면서 다닙니다. 유난히 밝은 빛 또는 특별히 어두운 곳을 알아보는 눈이 있어야 이런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훈련의 산물입니다.
아파트 베란다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우연히 창문 틈으로 한줄기 빛이 새어들어와서 가운데 아이에게만 밝은 노출이 되었다. 마치 스튜디오에서 부분조명을 준 효과가 나면서 주인공이 강조되었다. 사진=현서지훈아빠
인사동 거리를 내려다 보던 중 나뭇가지에만 햇살이 내려앉은 것이 눈에 들어왔다. 길거리는 대체로 복잡한 배경이지만 이 사진에선 노출의 차이가 생기면서 차분하게 가라앉은 느낌을 줄 수 있었다. 사진=곽윤섭
■색상의 차이
주인공과 배경의 색이 다르다면 손쉽게 배경을 정리할 수 있습니다. 배경을 정리한다기보다는 깔끔한 배경을 찾아서 사진을 찍는다는 것이라 생각하면 됩니다. 사진은 좋은 빛과 좋은 구성과 좋은 배경을 찾아다니는 작업에 다름 아닙니다.
눈이 내린 날엔 세상이 모두 하얗게 변한다. 이럴 땐 원색의 옷차림을 하고 거리에 나서면 눈에 띄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것도 색상의 차이에 의해 배경이 정리되는 방법 중의 하나다. 사진=곽윤섭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