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징이 아니라 하이라이트를 잡아라

곽윤섭 2008. 12. 30
조회수 7574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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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건돌리기를 하는 아이들. 얼굴 표정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동작의 크기와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
 
활동의 정점은 인물사진과 어떻게 다른가

 

인물사진을 찍는 것에 익숙해졌다면 이제 슬슬 난이도를 높여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물사진을 몇 번 시도해봤을 뿐, 아직 익숙지 않다거나 마음에 드는 인물사진을 찍어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어디론가 사진을 찍으러 다닐 때는 풍경, 인물, 접사 등 종류를 정해두고 그중 한가지의 사진만 찍게 되지는 않습니다. 시장이든 공원이든 내가 카메라를 들고나간 어떤 곳에서도 인물과 풍경과 스냅 등 여러 형태의 사진을 두루두루 찍게 될 가능성이 훨씬 큽니다. 또한, 우리가 가장 자주 찍게 되는 것이 인물이므로 마음을 느긋하게 먹고 차근차근 기다리는 것이 좋습니다. 인물을 찍을 일은 늘 있습니다. 이 글을 쓰는 저는 과연 그동안 마음에 드는 인물사진을 몇 장이나 찍었을까요? 사진을 시작한 시기를 1989년으로 잡는다고 해도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데 1년에 한 장씩이라도 좋은 인물을 찍었느냐고 묻는다면 자신있게 대답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우리 생활사진가들은 천천히 기량을 연마하면서 때를 기다리는 것이 마음에 편할 것입니다. 1년에 좋은 사진 한 장만 건져도 대단한 사진가라 불릴 만합니다.

 

사실 사진의 종류를 나누는 것 자체에 큰 의미는 없습니다. 인물사진과 풍경사진은 확실히 다르지만 풍경을 배경으로 인물을 찍는 일은 흔하게 발생합니다. 스냅사진과 인물사진의 구분도 분명하진 않습니다. 대체로 인물을 따라다니면서 찍다가도 인물이 카메라를 의식하지 못한 순간에는 자연스러운 스냅사진이 발생하기 마련이라서 어떤 규정을 내리는 것은 무의미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이렇게 나눠서 설명을 하고 많은 사진관련 이론서에서도 구분을 해두는 것은 설명을 편하게 해서 사진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게 하려는 이유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이해가 된 다음에는 인물, 스냅, 풍경 등의 인위적 분류는 버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어쨌든 인물사진에 대한 미련은 잠시 접어두고 난이도를 높여서 움직임이 있는 사진을 찍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잠깐 언급했듯이 사진을 이런 저런 종류로 이름붙여 나누는 것에 반대하기 때문에 그냥 훈련을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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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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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2
 
2004년 4월. 당시 여야의 수뇌가 재향군인회가 주최한 행사에 같이 참석했다. 마침 이무렵 여야간에 냉전이 이어지고 있어 두 지도자는 애써 서로를 외면한채 악수도 나누지 않았다. 이런 속사정을 잘 알면서도 이날 정치활동의 정점을 악수라고 생각한 사진기자들과 방송카메라기자들이 악수를 강권했고 둘은 마지못해 손을 잡고 포즈를 취해 주었다. 이날의 분위기로 보아 기자들이 권하지 않았다면 끝내 악수를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인물의 표정만 보여주는 것 보다는 움직임이 있길 원한 기자들이 연출한 상황이다.

이처럼 활동의 정점이 사진으로 잘 표현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는 점에선 뉴스사진이나 생활사진이나 다를 바가 없다. 뉴스사진에선 연출이 허용되지 않으므로 더 어려운 면이 있다. 

 

 

이해를 돕기 위해서 굳이 제목을 붙여본다면 ‘활동의 정점’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활동의 정점이란, 세상의 모든 크고 작은 활동에서 각각 가장 대표적인 한 순간을 찍어낸 사진을 말합니다. 사진은 어차피 2차원적 평면에 움직임을 붙들어매는 것입니다. 만약 활동의 중심이 한 명의 인물이라면 인물의 움직임에 관한 사진이 될 것이고 여러 인물의 움직임이라면 여럿이 포함되면 됩니다. 앞서 말한 인물사진과는 다릅니다. 기념사진을 위해 인물을 찍는 것이 아니고 그가 어떤 활동을 하고 있을 때 찍는 것입니다. 그 활동이 일이든 취미든 그냥 시간을 보내는 과정에서 보이는 행동이든 상관없이 그가 하고 있는 일과 그 중에 가장 대표적인 순간을 포착해내는 것이 지금 말씀드리는 사진의 핵심입니다. 

 

그래도 여전히 인물사진과 다른 점이 무엇인지 헷갈릴 수가 있겠습니다. 대체로 인물사진을 찍을 땐 그 사람의 특징이 묻어나오는 표정을 잡아내는 것이 핵심사항인 데 비해 활동의 정점을 찍는 것은 인물의 동작에서 특성을 찾는 작업이란 점에서 다릅니다.

 

동작이라는 말이 막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서 양치하고 세수하고 밥 먹는 등의 모든 행동이 포함됩니다. 사람마다 각자 하는 일이 다를 것이고 상황에 따라 집안일, 회사일, 학교일, 사소한 일, 예기치 않게 부딪히는 일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 일을 찍을 일이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지도 모르지만 쓰임새가 의외로 많습니다. 쓰임새가 많을 뿐 아니라 찍다 보면 인물사진보다 훨씬 잘 찍힌다는 생각도 들것입니다.  아무래도 예를 들어서 설명하는 것이 편하니 다음 시간엔 활동의 정점에 관한 구체적인 사례를 몇 가지 들어 보겠습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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