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명소답사기⑧ 공주 일대-계룡산 갑사, 공산성
겨울을 앞둔 갑사에선 기와지붕 개량공사가 한창이다.
단풍 더하기 은행은? 정답은 주황색 융단이다. 갑작스레 찬 바람이 불어오면서 길었던 가을이 끝난 것 같았던 지난 11월 말, 갑사를 찾았다. 갑사는 충남 공주시 계룡면 계룡산에 있다. 서기 420년 백제 구이신왕 1년에 고구려에서 온 아도스님이 창건했고 신라 의상스님이 주장해서 화엄종 십대 사찰의 하나가 된 명찰이다. 춘마곡, 추갑사란 말이 있을 정도로 단풍이 아름다운 사찰이기도 한 갑사는 들머리부터 많은 고목이 지나는 사람을 맞이한다. 매표소를 지나면 본격적인 단풍의 열병식이 이어질 듯하지만 지금은 나무에 붙은 잎보다 땅에 떨어진 잎이 더 많다. 갑사 안 불당 사이사이에도 단풍나무, 은행나무, 감나무 등이 떨어뜨려 놓은 낙엽이 두툼하게 펼쳐져 있다. 자연의 섭리가 고르게 섞어 놓은 것처럼 노란 은행잎과 빨간 단풍잎의 조화가 기가 막힌다.
누가 어떻게 찍어도 그림이 될 것 같았지만 앵글 속에 사람을 등장시키기 위해 잠시 기다렸다. 마침 여고 졸업 20년 만에 만났다는 동창생 셋이 지나다 기념사진을 부탁해왔다. 굳이 울긋불긋 배경이 없더라도 이야기만으로도 꽃을 피울 것 같은 이들 주변으로 프레임 가득, 낙엽을 채웠다.
여고동창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공주엔 그 외에도 사진 찍을 곳이 많다. 한때 백제의 도읍이었던 공주(웅진)를 지키는 성곽이었던 공산성은 현재 깔끔하게 보수가 되어 이곳 주민들의 건강을 지키는 산책로가 되었다. 오르락내리락 계곡을 따라 이어지는 성곽 길을 걸으면 고대 왕국의 냄새도 전해질 것만 같다. 한 걸음 옮길 때마다 성벽의 선이 달라지는데 발품을 팔아 촬영거리를 조절하기 싫은 ‘귀차니스트’ 사진가에겐 밀고 당김에 따라 사진이 확확 달라지는 번들렌즈가 아주 고맙게 여겨질 것이다. 이 밖에 마곡사, 무령왕릉, 국립공주박물관 등도 들러볼 만하다.
공주/글·사진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갑사 경내에 주렁주렁 감이 열렸다.
이웃 감나무 아래에 초가지붕엔 단풍잎이 열렸다.
옥의 티라고 할까. 조용한 사찰안에까지 저런 것을 붙여야하나 싶었다.
무령왕릉 올라가는 입구.
공산성. 인근 주민들이 아침 저녁으로 운동하는 산책길로 애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