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소년의 집 교사가 교육서 <감각>을 만져보고 있다.
PHOTO STORY- 빛을 만지는 아이들
시민예술을 기반으로 한 공공문화를 추구하는 ‘공공문화개발센터 유알아트’는 요즘 한창 감각 그림책을 만들고 있다. 올 3월에 시작한 새 출판프로젝트 ‘빛을 만지는 아이들’작업의 일환이다.
그림책 속의 그림은 돌출인쇄와 함께 물체의 질감을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비닐, 천, 종이 등 촉감이 뚜렷한 재질들을 사용해 표현한다. 대부분의 공정이 수작업으로 이뤄지고 있어, 자원 봉사자들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손으로 직접 만질 수 있는 그림과 점자가 함께 표기돼 있는 이 그림책들은 시각장애 어린이들만을 위한 책이 아니다. 일반 어린이나 성인들에게도 훌륭한 감각교육 교재로 사용된다.
아이들에게 산을 그리라고 하면 대체로 세모꼴의 산을 그린다. 그러나 산에 가본 적이 있는 시각장애아들은 나뭇잎이 밟히는 흙, 나무 기둥, 울퉁불퉁한 길을 자신이 경험한 순으로 그린다. 감성이 굳어버린 어른들이 모자라고 생각했던 것이 사실은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일 수도 있다는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왕자> 이야기가 주는 교훈을 연상시킨다.
‘빛을 만지는 아이들’ 프로젝트는 시각 중심의 세계에 빠져 있는 현대인들에게 새로운 감각의 세계를 보여준다. ‘듣고 본’ 것을 ‘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세상을 알아가는 또다른 감각 방식이 있음을 알려주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김지나 소장은 “모든 사람들이 함께 감각 그림책을 통해 서로의 경험과 표현을 알아가는 것이 곧 문화적 통합일 것”이라고 말한다.
감각 교육서는 학교 현장이나 아동 시설, 가정 등에서 교재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 도서들은 대학로 ‘빛을 만지는 아이들’ 책 갤러리나 온라인을 통해 만날 수 있다. http://www.urart.org
사진·글/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책에 들어갈 여러 재질의 그림을 레이저커팅기가 자동으로 잘라내고 있다.
레이저가 잘라낸 그림을 뜯어낸다.
레이저커팅기로 잘라낸 그림을 하나씩 붙이는 것은 손으로 할 수 밖에 없다. 자원봉사자로 꾸려진 `삼신할매팀’이 수작업을 담당했다.
우섭이가 촉각판을 만져보고 있다. 여러 재질의 천과 종이를 만져본 뒤의 느낌을 쓰게 했더니 “너영너영, 더굴더굴...” 국어사전엔 안나오는 독창적이며 정감있는 표현들이 쏟아졌다.
서울 종로구 동숭동 ‘빛을 만지는 아이들’ 작업장에 가을빛이 쏟아졌다.
‘빛을 만지는 아이들’ 예술학교 학생 정우섭(8)어린이. 교사가 간지럼을 태우자 웃고 있다. 신체적 접촉을 통해 유대감이 형성되는데 이게 바로 교육이다.
눈초롱어린이집 어린이들이 지난달 21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손끝으로 보는 세상’ 체험전에서 <강아지똥>을 만지면서 읽고 있다.
한 아이가 ‘손끝으로 보는 세계 명화’ 코너에서 모나리자를 감상하고 있다.
서울시립소년의 집 교사인 수녀들이 각자 찾아온 ‘미안한 마음’, ‘선생님의 냄새’, ‘가벼움’ 등에 대해 발표하면서 활짝 웃고 있다.
‘빛을 만지는 아이들’ 작업공간의 한쪽 벽엔 각자의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감각교육 도구들이 있다. 종이를 못으로 긁어 회초리를 표현한 것이 있는가 하면, 머리카락 한 가닥과 100원짜리 동전을 붙여 어머니의 흰 머리를 표현한 것도 있다.
'빛을 만지는 아이들‘ 일꾼들. 왼쪽부터 김지나 소장, 김소영 정책·연구팀장, 정성희 출판팀장, 박가람 촉각예술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