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hotosay 40
‘여수밤바다’, ‘오마이뉴스’, ‘신나게’ 이 낱말들을 맞춤법 검사에서 돌리면?
글을 쓰고 나면 응당 퇴고를 하는 것으로 배웠다. 대학 다닐 때 신춘문예에 응모하느라 긴 글을 처음 써보면서 퇴고가 왜 필요한지 알게 되었다. 몇 년 뒤에 신문사에 들어와 보도사진을 찍다가 가끔 기사도 쓰게 되면서 차츰 글을 쓰는 속도가 빨라졌고 점점 퇴고를 하지 않게 되었다. 속도가 빨라진 이유는 글을 잘 써서 그런 게 아니라 마감시간이라는 마법 때문이다. 신문사에서 마감시간이란 어떤 한 작업의 다음 공정을 위해 정해진 날짜와 시간 안에 뭘 넘기라는 뜻이다. 그 시간까지 안 넘기면 순차적으로 밀려서 신문 발행이 늦어지는 대형 사고가 나게 되니 마감시간은 대단히 중요하다.
일찍 마감하면 퇴고를 할 시간 여유가 생길 것 같은데 몸이 말을 듣지 않는다. 예를 들어 원고지 10매를 쓰는데 5시간이 걸린다고 가정하자. 오후 5시 마감을 앞두고 오전 10시부터 쓰기 시작하면 다 쓴 글을 검토할 시간이 두 시간이나 날 것이다. 그런데 마감시간의 마성은 이면이 더 강하다. 10시엔 전혀 글을 쓸 마음이 들지 않는다. 12시가 되면 겨우 노트북 자판에 손을 얹어보지만 지지부진한다. 3시나 4시가 되어야 마음이 급해지면서 손놀림이 빨라진다. 통상 2분 정도를 남기면 끝낼 수 있고 그 2분 동안 퇴고는 꿈도 못 꾸고 띄어쓰기나 오탈자 정도를 확인하기 위해 ‘맞춤법 검사’를 돌려 검토한다. 대학 때는 미승우 선생의 책을 보며 우리말 실력도 키우고 맞춤법에도 꽤 능숙했었는데 언제부턴가 한글 프로그램이나 신문사의 기사입력기에 내장된 맞춤법 검사에 의존하면서 실력이 퇴보하고 있다.
어쨌든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도 갈수록 진화하고 있으므로 마감시간이 빠듯한 경우에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여기까지 쓰고 한 번 돌려봤다. 띄어쓰기에서 몇 오류가 있어서 바로잡았다.) ‘맞춤법 검사’를 돌리다가 배꼽을 잡은 일이 몇 번 있었다. 마감을 코앞에 두고 1분 1초가 아까운데 폭소가 터져 나와서 10초 정도 킥킥거릴 수밖에 없었다. 맞춤법 검사 프로그램은 각각 여수범퍼와 어머니뉴스, 그리고 시너로 고칠 것을 권유했다.
전혀 봄 같지 않게 봄이 왔다. 지난 2월 말에 이런 저런 사진촬영을 하러 지인들과 제주도를 다녀왔다. 길지 않은 일정 중에서 잠시라도 한라산 정상을 말끔하게 볼 수 있었다.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