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타살 가해자를 찾는 사진

사진마을 2019. 12. 23
조회수 10816 추천수 0

ao01.JPG » 전시 개막일인 지난 3일 전시장에 걸린 청년노동자 김종수씨의 무덤 사진 앞에 선 안온 작가. 사진 안온 작가 제공 

ao03.jpg » 서울대 1학년 재학 중 의문사를 당한 김성수의 무덤. 1986년 6월 18일 자취방으로 걸려온 전화를 받고 나간 뒤 사흘이 지나 부산 송도 앞바다에서 나일론줄에 묶여 세개의 시멘트덩이를 매단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고 한다. 안온 작가 제공

ao04.jpg » 서울대 재학 중 의문사를 당한 우종원의 무덤. 우종원의 어머니는 아들이 의문사 한 후 사인을 밝히기 위해 남은 생을 바쳤다고 한다. 사진 안온 작가 제공

ao02.jpg » 임금투쟁 중 경찰과 구사대의 폭력에 맞서 분신한 노동자 박영진의 무덤. 안온 작가 제공  

 

안온 사진전 <꽃무덤>

 

안온(49) 작가의 사진전 <꽃무덤>이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류가헌에서 12월 4일부터 15일까지 열렸다. 전시는 막을 내렸으나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사진을 보면 좋겠다는 안온 작가의 뜻에 따라 사진마을에서 안 작가의 사진을 온라인 전시하기로 했다.

 

 꽃무덤은 아까운 나이에 죽은 젊은이의 무덤이란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며 이번 전시는 경기도 남양주시 마석 모란공원 민주열사묘역에 모셔진 160여기의 노동자, 학생, 빈민, 장애인 등의 무덤 중에서 주로 20~30대에 세상을 뜬 이들의 넋을 기리는 작업이다. 안온 작가와 사진전에 대해 이야길 나누었다. 안 작가은 상명대에서 사진을 전공했고 잡지사 등에서 일을 해왔으며 2003년 노동일보를 마지막으로 매체를 떠났다. 그 후 ‘밥벌이’를 위해 10년 정도 사진과 관련 없는 작은 사회적 기업일을 하면서 살았으나 마음 한 구석에 늘 부채감이 있었다고 했다. 그러던 그가 다시 카메라를 든 것은 2013년 삼성전자서비스 최종범 씨의 장례식이 계기가 되었다. 그는 “노동일보에 있었으니 노동문제에 지켜본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최종범 장례식을 보면서 마석 민주열사묘역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고 그후 한 달에 한 두 번씩 지금까지 꼬박꼬박 마석을 찾고 있다. 민주열사묘역엔 1970년 전태일과 1986년 노조탄압에 맞서 분신한 박영진부터 지난해 화력발전소 컨베이어벨트에서 숨진 김용균까지 청년노동자들이 있고 남현진, 박래전 등 대학생들이 있으며 철거민 박준경도 있다. 이들은 모두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의 싸움 틈바구니에서 희생되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마석은 그런 희생자들의 공간이다. 이번 전시는 이 젊은이들의 꿈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보려는 것이다”라고 했다. 직접적인 투쟁현장이 아닌 왜 마석이냐고 물었다. 그는 무덤이 과거의 추억만 담고 있는 곳이 아니라 현재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어떤 의미가 있다고 했다. 노동단체들이 시무식을 마석에서 하면서 지나간 것을 추억하고 추모하기도 하지만 과거의 싸움과 현재의 싸움을 연결해주는 매개체를 찾는다는 것이다. 그는 “이번 전시에 등장하는 우종원 등의 경우엔 유족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공권력이 화장하고 유골을 다른 곳에 뿌려버렸기 때문에 이곳은 가묘나 다름없다. 그래도 마석을 찾는 것은 이곳이 과거를 기억할 뿐만이 아니라 현재를 해석하는 공간이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전시를 하게 된 목적에 대해 그는 “죽은 자는 있는데 죽인자는 없다. 이번 전시는 죽은이를 위한 프롤로그이며 내년에 할 본 전시는 죽인자를 기억하는 전시가 될 것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한 세대를 30년이라고 본다. 30년은 기억과 망각의 경계 지점이다. 그들(죽인자)이 기억에서 사라지기 전에 사진전시로 남겨야한다는 부채감이 이 시대에 카메라를 든 사람의 한 명인 나를 사진전으로 이끌었다. 분신도, 산재도 사람을 부속품으로 내몬 결과에서 비롯된 사회적 타살이다. 그 죽음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묻는 전시다. 그 책임 앞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다”라고 말했다. 내년에 할 그의 다음 전시는 의문사가 주제다. 2020년이 5.18 40주기이기도 하고 그 시절 수 많은 의문사에 대해 공론화를 해야하는 마지막 시기라고 그는 강조했다. “나는 사진으로 그들(죽인자)에게 말하는 것이다. 우리는 너희들이 한 짓을 기억하고 있다”


 이번 전시의 사진에는 비교적 긴 사진설명들이 붙어있다. 그는 “전시에 오시면 캡션도 봐주시면 좋겠다. 보면 알겠지만 열사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다. ‘누군가의 연인이기도 했던 청년, 남현진(21)’, ‘노동자의 친구가 되고 싶던 청년, 박영진(26)’, ‘삼성노동자, 별이아빠 최종범(33)’,  딸 같았던 아들 김용균(25)‘ 이런 식으로 썼다. 이들을 열사로 소환하지 않으려고 했다. 열사라는 용어가 틀린 것은 아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지점인 그들의 개인적인 이야기를 드러내고 싶었다. 열사라는 공적인 이름은 관객들로부터 더 멀어질 수 있을 것 같았다. 다행이도 전시장을 찾은 관객 몇 분께서 이들의 죽음이 더 가깝게 느껴진다는 말을 하더라. 전시장에 걸린 사진 속의 그들은 우리일 수도 있고 그들에게 생겼던 일이 우리에게 일어날 수도 있다는 이야길 하고 싶었다”라고 했다.  
  

글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전시회

보여주는, 혹은 보이는

  • 사진마을
  • | 2020.12.17

손대광 개인전 <보여주는 혹은 보여주지 않는 목욕탕 이야기>가 열리고 있다. 12월 30일까지. 장소는 부산광역시 수영구 망미로51번길 4. 지하철 ...

사진책

정석권의 소소풍경 출간

  • 사진마을
  • | 2020.08.26

<정석권의 소소풍경, 21쪽, 크로아티아에서 사랑을> 한겨레 웹진 사진마을(http://photovil.hani.co.kr/) 작가마당에서 <정석권의 소소풍경>을 연재하...

전시회

아빠가 찍은 쌍둥이 아들과 딸

  • 사진마을
  • | 2020.06.29

모처럼 사진전 소식을 전합니다. 사진마을 작가마당에서 <한비 단비 이야기>, <길잃은 아이 (Lost Child)>를 연재하고 있는 이창환 작가의 전시입...

내 인생의 사진책

영화와 사진 속 계단

  • 사진마을
  • | 2020.05.17

스티글리츠, (퍼블릭 도메인) photosay#42 영화와 사진 속 계단 지하철역 같은 큰 공공시설물은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지만...

사진이 있는 수필

당신의 시간은?

  • 사진마을
  • | 2020.05.06

photosay#41 당신의 시간은? 한 번 찍고 나면 내가 추가로 후보정을 하지 않는 한, 사진은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사진을 묵혀두었다가 나중...

사진이 있는 수필

여수밤바다에서 신나게

  • 사진마을
  • | 2020.04.07

#photosay 40 ‘여수밤바다’, ‘오마이뉴스’, ‘신나게’ 이 낱말들을 맞춤법 검사에서 돌리면? 글을 쓰고 나면 응당 퇴고를 하는 것으로 배...

사진이 있는 수필

손으로 쓴 소원 쪽지

  • 사진마을
  • | 2020.03.03

사진이 있는 수필 #39 광화문에 있는 대형 서점에 책을 사러 갔다가 한편에 있는 전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손글쓰기대회’ 수상작들이 걸려...

사진이 있는 수필

매력적, 이중적인 빨강

  • 사진마을
  • | 2020.02.18

사진이 있는 수필 #38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무엇일까? 파랑이 압도적인 1위다. 초록과 빨강과 검정이 그다음이다. 에바 헬러가 쓴 책...

전시회

사회적 타살 가해자를 찾는 사진

  • 사진마을
  • | 2019.12.23

안온 사진전 <꽃무덤> 안온(49) 작가의 사진전 <꽃무덤>이 서울 종로구 청운효자동 류가헌에서 12월 4일부터 15일까지 열렸다. 전시는 막을...

전시회

현실적인 초현실 사진

  • 사진마을
  • | 2019.12.02

에릭 요한슨 사진전 <Impossible is Possible> 2020년 1월 2일부터 3월 29일까지 성남큐브미술관에서 최근에 서울 광화문의 한 대형서점에 들렀...

사진이 있는 수필

사슴이 침 흘리는 사연

  • 사진마을
  • | 2019.10.30

사진이 있는 수필 # 37 회사 근처에 효창공원이 있다. 8월에 접어든 어느 날 공원 옆길을 걸었는데 매미 우는 소리가 작렬했다. 여름풍경...

사진이 있는 수필

벽 짚고 헤엄치기

  • 사진마을
  • | 2019.09.09

난이도 경기 볼더링. 로프가 없다. 속도 경기. 15미터 높이, 경사각 95도의 암장에서 맨 손으로 기어올라가야한다. 홀드를 놓치고...

사진이 있는 수필

꼭 봐야 할 진도 ‘강가앙수울래’

  • 사진마을
  • | 2019.08.10

사진이 있는 수필 #35  주말에 전남 진도와 목포를 여행했다. 진도에선 도향토문화회관에 들러 오후 2시부터 열리는 토요민속공연을 관람했다....

사진이 있는 수필

고양이 등 펴기 자세

  • 사진마을
  • | 2019.07.09

 사진이 있는 수필 #34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

전시회

보이는 빛과 보이지 않는 빛

  • 사진마을
  • | 2019.07.05

김주희 사진전 <공소순례> 박해를 버틴 자긍심의 공간 김주희 사진전 <공소순례>가 서울 종로구 청운동 류가헌 전시2관에서 열리고 있다. 14일...

사진이 있는 수필

사진을 찍는 이유

  • 사진마을
  • | 2019.05.22

사진이 있는 수필 #33   자연상태의 새를 관찰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행위를 탐조라고 부른다. 18세기 유럽에서 시작되었고 ‘버드 워칭’이란...

전시회

사랑, 자유, 평화의 두루미 사진전

  • 사진마을
  • | 2019.04.10

김경애-몽환의날개-촬영지-철원 한탄강-눈오고 비오고 변화무상한 날씨에도 두루미들은 먹이활동을 위해 한탄강을 날아 나간다. 2019년 두루미 사진...

전시회

쪽방화가 윤용주 한국화전 [2]

  • 사진마을
  • | 2019.03.13

사진마을 작가마당에서 <김원의 여시아견>을 연재하고 있는 김원 작가가 쪽방화가 윤용주의 한국화 전시회 소식을 전해왔다. 김원 작가가 올린 윤용...

사진이 있는 수필

안전제일 스노보드

  • 사진마을
  • | 2019.03.13

사진이 있는 수필 32 사진이 있는 수필 32 안전제일 스노보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을 중요시하는 스노보드를 아시는지? 물론 이 스노보드...

전시회

시간이 시간을 담았다 [1]

  • 사진마을
  • | 2019.03.07

이윤기 개인전 시간을 담다 갤러리 브레송 이윤기 작가의 개인전 <시간을 담다>가 서울 충무로 갤러리 브레송에서 열리고 있다. 3월 15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