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수필 32
사진이 있는 수필 32
안전제일 스노보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을 중요시하는 스노보드를 아시는지? 물론 이 스노보드를 타다가도 넘어질 가능성은 있다. 다른 스노보드와 마찬가지. 사실은 이름이 ‘안전제일’ 일뿐이다.
이 글을 쓰기 위해 포털사이트의 백과사전을 참고했다. 눈과 관련된 스포츠라곤 어릴 때부터 해온 눈싸움 외엔 단 한 번의 스키장경험이 있을 뿐이기 때문에 기초적인 상식이라도 알아야 할 것 같았다. 그러나 오래동안 들여다보고 있을 필요가 없었다. 스노보드의 사전적 정의 “긴 널빤지를 이용하여 눈 위에서 즐길 수 있는 놀이기구”를 보는 순간 이것으로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1959년 무렵 미국 산악지방에서 스키의 불편함을 보완하기 위해 널빤지를 이용한 것이 최초”라는 것을 읽다가 창을 닫았다. 고급 재료를 갖고 만들어야 스노보드라고 불리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기 때문에 더 조사할 필요가 없었다.
지난 겨울 서울에 첫눈이 왔을때 동네를 한바퀴 둘러보았다. 그러다 인근에 있는 체육공원으로 내려가는 길에서 노는 아이들을 보게 되었는데 아이들은 완만한 비탈길에서 뭔가를 타고 있었다. 집에서 가져온 비닐장판이거나 종이상자이겠거니 했는데 일어선 채 내려가는 아이들도 보여 신기하다고 생각했다.
가까이서 보니 그것이 바로 “안전제일 스노보드”였다.
누가 알겠는가? 이들 중에 국가대표 스노보드 선수가 나오지말란 법이 없다. 대회출전소감으로 “어릴때 망원동 동네 공사장에서 놓여있던 것을 타던 스노보드가 생애 첫 장비였습니다. 그때 기초를 닦았습니다”라고 할 지도 모를 일 아닌가?
공사장에서 차단막용도로 쓰이며 안전펜스라고 불리는 물건이다. 근처 공사장에서 쌓아놓은 것을 잠깐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얼핏 봐도 튼튼하게 만들어져 부러질 염려도 없어 보였고 행여 아이들이 넘어져도 눈밭이라 크게 다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이름도 ‘안전제일’이라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할 것으로 생각되니 눈이 또 내린 어느 날 아이들이 잠깐 빌려 타더라도 부디 그 놀이감을 뺏는 일이 없으면 좋겠다. 2005년
글 사진 곽윤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