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에는 '해태' 가 산다

곽윤섭 2008. 04. 01
조회수 14966 추천수 1

                                              

33-독도2해태암.jpg

독도엔 해태가 산다. 동도와 서도 사이에 해태와 닮은 바위가 있어 동해 너머 동북쪽을 향해 앉아 있다.  오른쪽엔 물개를 닮은 '해구암'이 있다. 


                                               -경찰 헬기조종사 출신 배영찬 대장의 항공사진 이야기

 

 국민의 건강과 재산을 지키는 것이 기본 업무이니 그 이야기도 들어보고 싶었다. 그는 1990년 7월에 경북도경이 전국 최초로 112경찰 항공헬기구조대를 창설할 때 주도적 역할을 했다. 고속도로와 국도상의 교통사고환배영찬1.jpg자 수송, 산간벽지나 섬의 응급환자 수송, 수해 등 각종 재난현장 구조 등 인명구조 작업 외에도 교통관리, 산불 진화, 산악쓰레기 공수 등 헬기만이 할 수 있는 고유 업무를 수행해왔다. 입시땐 고사장을 잘못 찾은 수험생을 긴급수송한 적도 있다.

 

 -그동안 몇 명이나 구조했을까요?
 =주 업무가 인명구조였는데 경찰로서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 굳이 실적처럼 헤아려 볼 생각은 없었습니다. 아주 많았습니다. 외국의 사례처럼 헬기로 범인을 추적한 일도 있었지요. 현장요약도를 만드는 것도 헬기만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지금은 산림청 헬기가 주도적인 역할을 하지만 당시엔 경찰헬기가 산불진화에 동원되는 일도 많았습니다. 
 
  항공사진 찍듯이 산불에 물 세례

 

 배 대장이 처음 경찰헬기로 산불진화작업을 벌인 것은 1986년 전남도경 항공대장으로 근무한 시절이다.

수해구조현장1.jpg

전남도경에 근무할 당시,  수해현장에서 고립된 주민을 대피시키고 있다.

  =산불이 난 현장은 아주 위험합니다. 게다가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선 배풍(뒷바람)을 타야 하기 때문에 늘 아슬아슬합니다. 원래 비행이란 것은 맞바람을 타야 상승할 수 있는 양력이 생기는 것이 이치입니다. 그러나 화재현장에서 불꽃에 물을 뿌리려면 바람을 쫓아가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하늘이 도와줘서 살아남았다고 생각합니다. 아주 대규모의 산불이 아니라면 작은 경찰헬기에 200리터짜리 드럼통 두 개를 실고 단 한 번의 비행으로 불을 제압하곤 했습니다. 산림청에서도 인정하는 알아주는 명사수였지요. 정확한 지점에 정확한 고도를 유지하면서 물 사격을 하는 것은 사진을 찍을 때의 기법과 같습니다. 물이 퍼져나가는 범위를 렌즈의 화각이라 생각하면 쉽게 이해가 될 것입니다. 평소 눈대중으로 렌즈의 화각을 잡아내는 훈련을 한 것이 일맥상통하게 도움이 된 모양입니다. 산불이 나면 꼭 저를 찾곤 했습니다.
 
1991년 독도 상공에서 발견한 해태암

 

산불 진화현장은 극도로 긴박한 상황이기 때문일까? 사진이 없다.

다시 화제가 사진으로 돌아와버렸다. 숨겨둔 사진을 보여 달라고 요구해 그와 함께 상자에 든 필름과 사진을 훑어보기 시작했다.  하나씩 둘씩 종이봉투꾸러미가 펼쳐지면서 사진들이 쏟아졌다. 대략 3시간가량 사진을 분류했지만 시간이 모자랐다. 그의 사진은 크게 세 가지로 나눌 수 있었다. 

33-독도3전경3.jpg

 여러해 동안 독도를 여러 각도로 기록했다.


 첫 묶음은 독도.  배 대장은 독도만 50회 정도 다녀왔다고 했다. 스스로 생각할 때 아마도 독도를 가장 많이 방문한 사람이 아닌가 싶다고 한다. 경북경찰청 항공대장을 거쳐 경찰청 항공대장을 지낸 배경정은 그동안 독도의 환경파괴를 막기 위해 쓰레기 되가져오기, 독도 돌 안가져오기 운동을 벌이는 등 독도사랑에 앞장서왔다.

33-독도5삽살개.jpg33-독도6해국10월.jpg

 

 

 

 

 

 

 

 

독도 삽살개(왼쪽 사진) 독도에 핀 해국(10월경)
 
 배 대장이 수십 년 동안 헬기에서 찍은 사진들 중에 그가 가장 애착을 보이는 사진이 한 장 있는데 그게 바로 ‘해태암’과 ‘해구암’을 담은 사진이다. 1991년 6월15일 독도 상공을 비행하다 동도와 서도 사이에서 동물형상의 바위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었다. 한 눈에도 해태의 형상이었다. 해태는 용과 같이 전해 내려오는 전설의 동물로 수호의 신이며 사자를 닮았고 머리에 뿔이 하나 있는 상상의 신기한 동물이다.
 그는 그가 발견한 해태의 형상에 푹 빠져든 후로 여러 경로를 통해 그가 발견한 바위의 이름을 해태암으로 이름 짓자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해태암은 동해 너머 일본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우리 영토를 넘보는 어떤 주장이나 시도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상으로 상징화시키면 아주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입니다.”

 

33-독도2해태암2.jpg

약간 왼쪽으로 튼 각도에서 찍은 '해태암'.  버티고 선 두 앞발과 머리가 해태와 흡사하다. 
 
 얼핏 보기에도 무척 닮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제과업체의 상징물과 흡사하게 생겼다. 독도를 구성하는 바위는 총 90여개. 이들 중에서 동도와 서도만 공식지명이 있을 뿐 나머지 바위는 주민들이 부르는 이름만 있고 공식 명명절차가 없어 지도에 표기되지 않는다고 배대장은 전했다. 배 대장은 해태암이라는 이름을 인정해달라고 국토지리원과 경북도에 여러 차례 요청을 해오고 있으나 아직 여의치 않다고 한다. 독도를 행정구역상 관리하는 울릉군청 직속 독도관리사업소 관계자는 "하늘에서 볼 때만 그렇게 보일 뿐 바다나 섬에서 볼 땐 다르게 보인다. 2005년 열린 지명위원회에서 주민들이 부르던 '삼형제굴바위' 로 이름을 명명했다" 고 한다.

 누군가가 대한민국 국토의 어떤 곳에 이름을 새로 지으려면 해당군청에 참고자료를 첨부해서 신청을 하고 검토해서 타당성이 있다면 군, 도 지명위원회를 열어서 결정할 사항이다.  

 

 경찰에 몸담은지 어언 30년을 바라보는 배 대장은 "독도를 수호하려는 한 마음외에 어떤 사심도 없다. 틈만 나면 독도와 영해를 노리는 일본을 생각하면 한시라도 서둘러 해태암을 공식명명하고 독도의 심벌로 활용해야한다" 며 안타까워했다.

 

헬기타고 20년 '하늘길은 내 손바닥' 의 3편은 4월 3일에 이어집니다.

3편엔 땅바닥에선 결코 제 모습을 볼 수 없는 화순 운주사의 와불을 비롯한 전국 사찰의 항공 사진과 배 대장의 이야기가 이어집니다. 

 

 3편 "돌부처가 일어서면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사진/ 배영찬 제공

글/ 한겨레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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