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저녁에 그의 사진이 깊어져간다

곽윤섭 2008. 10. 13
조회수 9120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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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 2007, 셀레늄 착색하여 영구 보존 처리된 젤라틴 실버 프린트 ⓒ 강운구

 

강운구 사진전-'저녁에'

 

한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강운구의 사진이 더 깊어지고 있다. 처음 전시장을 둘러봤을 땐 낯선 느낌까지 들 정도였는데 한 번을 더 살펴보고 작가와 대화를 나누면서 많은 부분이 해소되긴 했지만 첫 충격을 완전히 지울 수는 없었다. 한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사진전 ‘저녁에’는 모두 114점의 사진이 걸려있다. 2001년 개인전 ‘마을 삼부작’이후 7년만이다. 부지런하기 짝이 없는 그의 활동에 비하면 발표가 너무 뜸하다는 생각이 들만도 한다. 그만큼 전시의 내용이 충실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그는 이번 전시에 걸 사진을 직접 인화했다. 마음에 드는 사진이 나올 때까지 여러차례 깐깐하게 작업을 반복했다고 한다. 전시장의 동선과 사진 배치도 본인이 직접 했다. 크게 인화한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는데 그는 이렇게 말했다.

 

“줄여서 이야기해도 최소 2~3년씩 노력한 작업들인데 한 작품 당 30초도 안보고 지나가버리면 너무 허무할 것 같았다. 크다고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고 작다고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아니다. 작게 붙인 사진은 멀리서는 못보니 한 발 더 가까이 와서 정성껏 관람해달라는 작가의 주문이 들어있는 것이다.”

 

사진은 연속사진, 그림자, 흙과 땅 세 가지 파트로 나눠 전시되고 있다. ‘그림자’ 에선 작가의 그림자나 반영이 들어있는 사진이 일곱 장 있다. 다큐멘터리사진에선 좀처럼 볼 수 없는 일이다. “예전엔 프레임에 내 그림자가 있으면 실수라고 생각하고 빼려고 노력했다. 그랬는데 이번엔 일부러 넣었다. 해가 머리위에 있을 땐 안보이더니 저녁이 되니까 그림자가 길게 늘어지는 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세상을 기록하기 위해 바깥으로만 돌아다니다가 이제 슬슬 내면을 돌보기 시작했다는 이야기다. 전에 없이 사람이 들어있지 않은 풍경사진도 많아졌는데 사진 안하는 친구들이 “사진 많이 예뻐졌다. 편해졌다”라고 했다는 이야길 전하며 아이같이 수줍은 미소를 보였다.

 

‘저녁에’는 전시작 대부분이 늦은 오후 혹은 저녁에 찍은 것이라는 직접적 의미와 함께 어느덧 작가의 인생이 저녁에 도달했다는 뜻도 있다고 작가 본인이 주장했다. 하지만 그런 외형적인 면보다는 작가의 사진세계가 더 깊어졌다는 뉘앙스가 가장 강하다. 곱게 갈아놓은 밭이나 논 위에 농부의 발자국을 담은 사진 또한 그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예전엔 들에서 일하는 모습을 직접 표현했었는데 어느 순간 발자국만으로도 농부의 땀을 읽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사진을 공부하는 생활사진가들을 위한 조언을 부탁했다.

 

“정말 좋아하는 대상을 찍어라. 유행하는 스타일이나 사진선생의 주문을 따라하지 말고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대상을 찍어야 한다. 그게 없다면 그만 두는 것이 좋다”

 

사진의 변형이나 해체, 합성을 이용한 현대사진의 트렌드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그런 사진들이 예술이 아니라고 할 수가 없다. 그 분들의 길을 존중한다. 다만 나의 길과 그분들의 길이 만날 일은 없겠다”

 

한미미술관은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2번출구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다. 전시는 12월 6일까지 열리며 11월 8일에 작가와의 만남이 예정되어있다.

 

곽윤섭 한겨레 사진전문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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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1일 열린 '작가와의 만남' 에서 작가가 자신의 사진세계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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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2007, 셀레늄 착색하여 영구 보존 처리된 젤라틴 실버 프린트 ⓒ 강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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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해, 2007, 셀레늄 착색하여 영구 보존 처리된 젤라틴 실버 프린트  ⓒ 강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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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순창, 2008, 셀레늄 착색하여 영구 보존 처리된 젤라틴 실버 프린트 ⓒ 강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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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제, 2008, 셀레늄 착색하여 영구 보존 처리된 젤라틴 실버 프린트 ⓒ 강운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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