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인가 그림인가…장르 파괴의 생생 현장

곽윤섭 2008. 09. 19
조회수 7931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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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켈란젤로 피스톨레또 작  ‘갈채’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본 현대미술의 단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2008)가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막을 올렸다. 2008년 행사엔 20개 나라 218개 화랑이 참가했다. 참가 작가 수가 1500여명,작품 수가 6,000여점이나 되는 대규모 행사다. 회화, 조각, 판화, 사진 등 미술의 모든 분야가 총망라돼 있어 현대미술의 흐름을 한눈에 보기에 좋은 기회다.

 

218개 화랑 작품들 중에서 사진을 중심으로 소개를 하기 위해 인도양홀과 태평양홀을 넘나들면서 발품을 팔았다.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진의 개념과 정의가 모호한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사진 형식의 파괴야 하루 이틀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방식이 갈수록 다양해진다는 점에선 나날이 새롭다고 할 수 있겠다. 사진과 회화, 사진과 설치 미술의 구분이 무의미해지고 있어서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했다. 그림이냐 사진이냐 아니면 조각이냐고 물어봤으나 곧 부질없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냥 뭉뚱그려  ‘작품’이라고 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러나 아무리 사진이 변한다고 해도 사진의 기본원리나 속성이 변할 순 없다. 있는 그대로를 전달한다는 면에서는 회화나 판화는 사진과 같을 수가 없다. 그런 면에서 접근하면 회화나 설치미술의 작가들이 왜 사진을 즐겨 받아들이는지(혹은 즐겨 이용하는지) 이해할 수가 있다. 사진 발명의 역사를 보면 카메라 옵스큐라를 스케치 도구로 사용했던 시절이 있으며 당시 이런 필요성이 사진의 발명을 앞당기는데 일조했다고 볼 수 있다. 현실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는 것이 절실하게 필요했던 것이다. 마침내 사진의 발명이 공인(이미지를 어딘가에 정착시키는 것)되자 화가들에게서 ‘회화의 시대가 끝났다’는 탄식이 나왔다는 이야기는 널리 알려졌다. 아무리 정밀하게 그려도 사진을 따라갈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170여년이 지난 지금 사진과 회화(설치를 포함한 다양한 장르)는 역설적인 길을 걷고 있다. 정밀하게 그리려는 노력이 덧없어진 화가들은 추상의 세계로 나가기 시작했다. 그쪽은 사진에 맡기고(경쟁자체가 되질 않으니 맡긴다기 보다는 피한 것이다) 활로를 개척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림같은 사진, 실제같은 사진, 그리고 ‘그냥 사진’

 

한편 사진은 그 초기 단계부터 연출과 합성의 유혹에 직면했다. (고지식한) 사진은 있는 그대로를 묘사할 수밖에 없다는 속성이 고스란히 한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연극무대의 배우들 마냥 사진속 등장인물의 동작과 위치를 지정하고 사진을 찍는 기법이 등장한 것도 초기였고 채 100년이 지나기도 전에 갖가지 변형이 시도되었던 것이다. 디지털시대를 맞아 포토샵을 통한 사진의 변형이 신출귀몰해지기 전에도 사진을 이용한 변형은 존재해왔다.

 

사람들은 자신들의 주요 관심 분야가 먼저 눈에 들어오기 마련이다. 이런 생각들을 하면서 전시장을 둘러보니 사진처럼 보이는 것에 먼저 시선이 갔다. 어번아트(UrbanArt)화랑에서 출품한 김준의 디지털프린팅 작품들은 멀리서 보나 가까이서 보나 바디페인팅을 한 모델을 찍은 사진처럼 보였다. 그러나 실체는 컴퓨터를 이용해 마우스로 그려낸 디지털이미지다.

 

바로 맞은편에 전시되고 있는 미켈란젤로 피스톨레또의 작품 ‘갈채’도 사진을 이용한 것이다. 스테인레스 스틸 위에 사진이미지를 전사하여 거울처럼 벽에 세웠다. 이 작품을 감상하려면 바로 앞에 설 수밖에 없고 필히 관객의 모습이 작품의 일부로 포함될 수밖에 없다. 사진은 거울과 같은 측면이 있으니 기법뿐 아니라 작품의 속성까지 사진을 떠나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요시아키 이노우에 화랑에선 그림같은 사진과 사진같은 그림을 만났다. 히사야 타이라의 작품은 그림인데 현장을 사진으로 찍어와 거의 완벽히 똑같은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 작품으로 만들어냈다. 3미터 거리에선 도저히 그림인지 사진인지 알 수가 없었다. 바로 옆에 걸려 있는 토시오 시바타의 작품은 사진인데 1미터 앞에서 봐도 그림처럼 보였다. 물론 아무런 후보정을 하지 않고 그냥 사진의 속성을 유지했는데도 그렇다는 뜻이다. 혼란스러웠다.

 

전시장엔 “그냥 사진”도 있다.  김영섭화랑, 갤러리뤼미에르 등에서 걸고 있는 사진들을 보니 반갑기까지 했다. 윌리호니스,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 임영균 등의 낯익은 사진 작품을 보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아, 여기서도 보네" 반갑다 매그넘

 

매그넘 작가들의 작품들도 대거 판매되고 있다. 갤러리나우에선 아리 그뤼에르, 토마스 횝커 등 매그넘코리아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작가들의 유명한 사진들도 여럿 걸려 있고 베르너 비숍, 엘리엇 어윗 등의 과거 작품도 만날 수 있다. 스티브 매커리의 ‘아프간소녀’는 두곳의 갤러리에서 판매 중인데 크기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한정판은 7천7백만원에 거래된다고 한다.

 

사진이든 사진을 이용한 그 무엇이든 사진의 변화를 지켜보는 것은 유익했다. 사진의 장점 때문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미술작품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에 되려 “손대지 않은” 그냥 사진의 가치가 더 높아보이기도 했다. 한편으로 그런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여러 가지 사진을 만나보는 일은 충분히 의미있는 일이다.

 

한국국제아트페어는 23일까지만 열린다. 몇몇 화랑을 제외하면 대체로 사진촬영이 허용되고 있었다. http://www.kiaf.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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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같은 사진- 토시오 시바타 작  치치부시- '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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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같은 그림- 히사야 타이라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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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프린팅- 김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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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을 기록한 임영균의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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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매커리-아프간 소녀- 30인치X 20인치 작품으로 총 30개의 한정수량 중 6번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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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갤러리에선 매그넘코리아의 사진과 함께 매그넘 작가들의 예전 명작도 있다.


곽윤섭 한겨레 사진전문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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