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 든 모나리자, 누구를 향하는가

사진마을 2017. 08.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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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있는 수필 11


전유(appropriation)는 동의없이 뭔가를 도용하거나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문화적 전유라고 한다면 문화상품, 예술품 등에서 이미지나 구호 같은 것을 빌려와서 그 의미를 변화시키는 과정이다.
  스튜어트 홀은 문화적 이미지나 예술작품을 해독하거나 생산하는 방식을 세 가지 범주로 나누었다. 첫 번째는 지배적-헤게모니적 해독이다. 여기서 수용자(독자, 관객, 시청자 등)는 헤게모니적 입장과 동일시된다. 멀지 않은 과거에 밤 9시 뉴스에 나오는 모든 것을 믿었던 시절이 있었음을 상기하라. 두 번째 범주는 교섭적 해독이다. 예술품이나 문화적 이미지의 지배적인 의미와 타협하고 절충하여 수용한다. 반반이다. 세 번째는 저항적 해독이다. 이 수용자들은 정반대의 입장을 취한다. 이미지나 예술품이 가진 이데올로기에 동의하지 않거나 아예 거부해버리기도 한다. 늘 그렇지는 않지만 전유는 저항적 생산이나 해독의 형태를 취하기도 한다.
 수수께끼 같은 신비스러운 미소로 유명한 모나리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작품 중의 하나다. 또한 이미 1919년에 마르셀 뒤샹이 모나리자에 콧수염을 그렸던 것처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전유되고 있는 예술 작품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지난봄 핀란드 헬싱키의 캄피 채플 근처 광장에서 이 모나리자를 만났다. 무슨 영문인지 자동소총을 들고 있다. 현재 루브르미술관에 있는 모나리자는 100여 년 전에 도난사건으로 유명해지기 시작했다. 당시 화가 피카소도 도난 혐의자 대상에 올라 조사를 받았다. 그 후엔 여러 이유로 앙심을 품은 관객들이 모나리자에 돌을 던지거나 강한 산을 뿌리거나 붉은색 스프레이를 분사하기도 하고 머그컵을 던지기도 했다. 소총을 든 모나리자는 자신을 지키려고 저러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애초에 다빈치가 일부러 중성적인 이미지로 모나리자를 그렸던 것이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비판이란 가설을 믿는다면 요즘 구설수에 오르는 몇 인사들에 대해 한 방 날리고 싶은 것으로 짐작된다.
 사진 글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이 글은 경제월간지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7년 7월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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