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와 사진 속 계단

사진마을 2020. 05.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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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글리츠, (퍼블릭 도메인)

 

photosay#42 영화와 사진 속 계단

 

지하철역 같은 큰 공공시설물은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지만 계단도 유력한, 수직이동 통로의 역할을 한다. 거기엔 예외없이 “계단을 이용하는 것이 건강에 좋고,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는 길”이란 취지의 메시지가 걸려있다. 우리 주변엔 직유적인 계단과 더불어 은유적인 계단이 수도 없이 널려있다. 한편으로 생각하면 그 계단들은 대단히 위험하다. 평지에서 걷다가 넘어져도 부러지기 십상인데 계단에서 떨어진다는 것은 현실이 아니라 영화 속 장면이라도 아찔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신분상승의 사다리도 떨어진다면 지하철역의 계단만큼 치명적이다.
1960년에 개봉된 김기영 감독의 영화 ‘하녀’는 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오스카 트로피를 손에 쥔 봉준호 감독과 봉 감독이 그 자리에서 헌사를 보낸 마틴 스콜세이지 감독의 연결고리 중 하나다. 봉 감독은 김기영 감독과 ‘하녀’의 광팬이었으며 마틴 감독은 2008년에 김 감독의 ‘하녀’를 복원시켜 칸 영화제에서 부활시키는 데 큰 힘을 보탰다. 영화 ‘하녀’의 공간에서 핵심은 계단이다. 신분 상승을 꿈꾸며 도시로 왔으나 결국 여공이나 하녀가 될 수 밖에 없었던 여성에게 60년대의 2층집은 꿈에서도 오르고 싶은 곳이다. 2층으로 올라가려면 계단을 통해야한다. 김기영 ‘하녀’에서 하녀는 주인집 남자를 유혹해 아이를 가지게 되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계단에서 굴러 낙태한다. 복수심에 불타는 하녀는 주인집 부부의 아들(지금의 국민배우 안성기가 초등학생 아들로 나온다)을 계단에서 떨어져 죽게 한다.
 이곳은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에 있는 계단이다. 계단을 따라 왼쪽으로 조금 더 내려가면 자하문 터널이 시작된다. 계단 장면이 유난히 많이 나오는 영화 ‘기생충’에서 기택의 가족들이 비오는 날 달려갔던 그 장면이 이곳에서 촬영됐다.
 ‘3등 선실’(작은 사진)은 세계 사진 역사에서 결코 빼놓을 수 없는 한 장을 꼽을 때마다 등장하는 걸작으로 알프레드 스티글리츠가 1907년에 미국에서 유럽으로 가는, 당대 최고의 여객선(SS Kaiser Wilhelm II)호 위에서 찍었다. 1911년에 처음 사진이 발표되었고 당시 이 사진을 본 파블로 피카소가 “이 사진가는 나와 같은 영혼으로 작업하고 있다” 라고 말했다.
 이 사진의 핵심도 1등 선실과 3등 선실의 공간을 분리하는 계단에 있다. 아래쪽 3등 선실에 있는 사람들은 이때도 그렇고 그후로도 결코 위로 올라올 수 없었을 것 같다. 정작 스티글리츠 본인과 가족들은 1등 선실을 썼다.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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