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찍은 쌍둥이 아들과 딸

사진마을 2020. 06. 29
조회수 3955 추천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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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사진전 소식을 전합니다. 사진마을 작가마당에서 <한비 단비 이야기>, <길잃은 아이 (Lost Child)>를 연재하고 있는 이창환 작가의 전시입니다. 사진마을의 큰 경사가 아닐 수 없습니다.

 

위 웹포스터에 나온 것처럼 7월 3일부터 16일까지 서울 충무로 갤러리 꽃피다에서 열립니다. 조심스럽게 거리를 두고, 애정이 가득한 사진들을 직접 현장에서 감상하시길 권합니다. 세상에 이런 사진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작가노트와 전시기획자의 서문을 전문 게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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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비 단비 이야기 작업 노트

 

제 어머니는 제가 여섯 살 때 돌아가셨습니다.
 
제가 다섯 살 때였습니다.
아마 화창한 봄, 아니면 시원한 가을이었을 겁니다.
 달콤한 낮잠을 자고 깨어났는데 집에 아무도 없는 것입니다. 분명히 어머니가 재워주셨는데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저는 처음 겪는 상황이라 겁에 질려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그래도 두려움이 사라지지 않자 옷장 서랍을 열고 옷을 사방에 내던지며 분풀이를 했습니다. 잠시 후에 어머니가 문을 열고 들어오셨습니다. 제가 잠든 사이 잠깐 옆집에 다녀오신 겁니다. 울고 있는 저와 엉망이 된 방바닥을 번갈아 보시면서 굳은 표정으로 무슨 일인지 물으셨습니다. 저는 엄마가 없어서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 순간 또 다른 두려움이 몰려들었습니다. 어린 나이였지만, 저는 제가 지금 틀림없이 혼날 상황이라는 것을 잘 알았습니다. 어머니가 당장이라도 호통칠 것만 같았습니다.
 
“하하하하하”
 
 그런데 어머니는 크게 웃으시며 저를 안아 주셨습니다. ‘우리 창환이가 엄마가 없어서 그랬구나. 알았어. 이제 말없이 어디 안 갈게.’ 하시며 저를 더 꼬옥 안아 주셨습니다.
 이것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기억입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이 기억을 수천 번 수만 번은 떠올렸습니다. 참 오랫동안 힘들고 우울한 시기를 겪었지만, 어머니와 기억은 언제나 제가 빛을 찾도록 부추겼습니다. 저는 지금 사랑하는 아내와 한비, 단비를 만나 행복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제가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고 지금처럼 번듯한 삶을 사는 것은 어머니의 사랑 덕분일 것입니다. 어머니와 함께한 시간은 5년도 채 되지 않습니다만, 제 기억 속에 어머니의 사랑은 아주 강력하고 또 영원합니다.
 저도 한비, 단비에게 바로 이것을 주고 싶습니다. 즐겁고, 재미있는 추억과 적절한 순간에 용서하고 안아 주면서 사랑한다고 진심으로 표현하는 순간을 아주 많이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그 행복한 기억들이 아이들의 삶을 단단하게 지탱해주는 기둥이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잔소리할 때도 있을 것이고 엄하게 꾸짖을 때도 있을 것입니다. 그래도 아이들에게 가장 힘이 되는 것은 사랑입니다. 이 사실을 잊지 않을 것입니다.
 
이창환  

 


 

카메라로 그리는 자화상 <가족>

 

사진을 하면서 두근거리는 순간들을 만났다. 그중 하나가 「인간가족전 The Family of Man」이다. 이것은 뉴욕 현대 미술관 개관 25주년 기념행사로 기획된 전시였다. ‘인간은 하나’라는 슬로건 아래 총 68개국 256명의 사진작가가 찍은 503점의 작품을 선별하였다. 전시는 탄생과 죽음, 젊음과 늙음, 절망과 희망, 갈등과 화해의 많은 장면들을 다루고 있다. 태어나 살아가다 늙어 죽는 기본적인 인간사를 사진이라는 매체로 드라마틱하게 표현해 놓았다. 세계 각지 사람들의 생활공간과 환경을 넘어 카메라로 삶을 기록한 그 사진들을 보며 가슴이 두근거렸다.
 
 전몽각 선생의 「윤미네 집」 사진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이처럼 평범한 이야기가 특별한 사진이 되는구나… 사진이 쉬워지는 순간이었다. 지금 생각하면 감히 섣부른 착각이었다. 가족은 가깝기 때문에 잘 이해할 수 있지만 오히려 사진으로 담아내기는 쉽지 않다. 사람을 카메라에 담는다는 것, 더군다나 가족을 카메라 앞에 세운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사랑과 인내, 그리고 시간의 힘이 필요하다.
 
 가족사진은 역사적으로 자신과 가족의 정체성을 기록해 보여주는 수단으로 존재했다. 하지만 1980년대를 기점으로 현대사진에서 개인의 사적인 삶을 토대로 작품을 창작하는 경향이 점차 우세해지기 시작했다.
 
 2020 갤러리 꽃피다 기획전 「가족」은 낸 골딘(Nan Goldin)의 사진처럼 관계를 이질적이거나 배타적으로 표현하지 않는다. 오히려 친근하고 사적이다. 아들, 남편, 아내, 시어머니, 아버지, 부모님, 쌍둥이, 이산가족까지. 이번 전시는 다양한 작가들의 ‘가족앨범’이다.
 
 가족을 찍는다는 것은 셀프 포트레이트를 찍는 것과 같다. 작가가 카메라 앞으로 나와 스스로와 대면하는 행위이다. 그런 점에서 이번 전시는 가족 사진전이지만 작가들의 셀프 포트레이트전이라 할 수 있겠다.
 
 김유리 (전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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