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로 가는 길, 바람 따라 새 따라 발길 절로절로

사진마을 2015. 06. 01
조회수 8245 추천수 0

한선영 ‘길이 고운 절집’

스물네 곳 절집 가는 길, 적막 깨는 풍경소리

 

hsyb03.jpg » <길이 고운 절집> 중에서

hsyb04.jpg » <길이 고운 절집> 중에서

 

 
여행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길을 떠난 사람, 여정, 목적지 정도가 아닐까 싶다. 어릴 때의 기억을 더듬어 보면 학교에서 소풍이나 수학여행을 갔던 것이 제법 길게 집을 떠난 여행의 첫 경험이었는데 전날 밤이 가장 마음 설레고 좋았다.
 
고등학교의 수학여행 때 나에게 카메라가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고 누가 나를 찍었는지도 확실치 않다. 확실한 것은 설악산에서 단체로 기념사진을 찍었다는 점이며 나에겐 지금 한 장의 사진도 남아있지 않다는 점이다. 인생도 큰 틀에서 보면 여행이라고 부를 수 있다고 하고 나도 동의한다. 그런데 인생은 지금 내가 어디쯤 가고 있는지, 다음 기차지는 어디인지, 나머지 여정을 위해 물품을 보충해야하는지, 언제 이 여행이 끝이 나는지…. 모든 것이 불확실하다. 사람들은 그래서 인생이라는 긴 여행의 여정 속에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고 짧은 여행을 떠나고 돌아오고 또 떠난다. 바다로 산으로 외국으로 절로 여행을 떠나는 모양이다. 주말에 당일치기라도, 휴가철에 1박2일이라도 떠나지 않으면 미칠 지경이 되는 모양이다.
 hsyb01.jpg
여행 갔다 와서 쓰는 것을 여행기라 하는데 여행기는 여행에서 본 것과 들은 것과 맡은 것과 먹은 것과 깨달은 것으로 구성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비중이 큰 것은 사진과 글이다. 따라서 글을 잘 쓰고 사진을 잘 찍으면 좋은 여행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여행작가 한선영씨는 현재 사진마을 작가마당에서 매 화요일 ‘길이 고운 절집’을 연재하고 있다. 같은 이름의 여행기 ‘길이 고운 절집’에 등장하는 스물네 개의 절집과 그 절집으로 가는 길의 단상들이 주옥같이 소개되고 있다.

연재를 시작하기에 앞서 어떻게 구성할지 상의한 적이 있었다. 전적으로 일임할 것이라 해놓고 잊어버렸고 5월 12일에 첫 회분이 나왔고 3회까지 진행이 되었다. 강진 백련사편이었는데 오늘 책 ‘길이 고운 절집’을 소개하려고 책과 작가마당 연재 내용을 견주어 보고 읽었다. 그냥 책의 내용을 발췌해서 풀어나가려니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니어서 놀랐다. 책에 맞는 문장이 있고 연재에 맞는 형식이 따로 있다는 것을, 한선영씨가 알고 있다는 이야기다. 성의있게 요약했고 아예 새로 쓰기도 했다.

작가마당에 올라오는 사진이 책에 없기도 하고 책에 있는 사진이 작가마당엔 없기도 하다. 책은 한번 손에 들면 내키는 데로 쭉 읽어나갈 수도 있으나 온라인 연재는 매주 기다리는 맛이 있다. 물론 나도 웹툰 연재물을 한꺼번에 몰아보기도 한다. 조석작가의 ‘마음의 소리’는 그렇게 봐도 좋다. 하지만 윤태호의 ‘미생’처럼 줄거리가 이어지는 것은 1주일을 느리게 만들기도 했다. 
 
한선영의 ‘길이 고운 절집’ 연재는 드라마가 아니니 이번 주 내용과 다음주 내용에서 주인공이 이야길 이어나가진 않는다. 하지만 다음 주에는 어떤 길을 거쳐 어떤 절집을 만나게 될지 궁금하게 만드는 묘미가 있다. 마음이 급하다면 책을 손에 들면 된다. 김민수목사가 찍고 썼던 365일 풀꽃 묵상집 ‘하나님, 거기 계셨군요’가 떠오른다. 늘 곁에 두고 있다가 혹은 끼고 다니다가 문득 열어본 쪽에서 오늘의 꽃을 만나 이야기를 보면서 잠시 마음을 추스를 수 있다.
 
인생 여정을 가다 보면 이 길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어 지치거나 화날 일 있다. 훌쩍 떠나면 좋겠는데 그게 맘 먹은 대로 된다면 그건 인생도 아니다. 하여 한선영의 ‘길이 고운 절집’을 문득 아무 쪽이나 열어보면 새소리 들리고 바람소리 들리는 절집 가는 길이나 풍경소리 들리는 절집을 보며 잠시 피정에 들 수 있다.                                                         책 구입 바로가기
 
   

 

<책 속에서>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려고 걷기 시작한 길도 한참을 걷다 보면 걷는 일 자체에 집중하게 된다. 마음속 짐을 내려놓겠다고 생각했다가 짐을 들고 있는지조차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이 단순해지면 이런저런 감정에 막혀 가려져 있던 내 마음의 길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생각’을 내려놓고 ‘마음’을 만날 수 있는 시간, <길이 고운 절집>을 찾아가는 이유다. (머리말 중에서)
 
머릿속에 잡념이 가득하니 마시는 차 한 잔에도 번뇌의 가지가 무성하다. 잡스러운 내 마음을 오래도록 들여다보다가 결국은 번뇌 가득한 마음 한 잔을 훌쩍 마셔버렸다. 마음이 흔들리면 어쩌나 하고 조바심을 내다가, 차 한 잔에 담긴 마음을 아예 마셔버리니 차라리 후련하다. (안동 봉서사)
 
우리는 대개 꽃살문의 아름다움만 보고 스쳐간다. 하지만 신통한 목수와 관음조가 진정 원했던 것은 꽃살문을 통해 반야용선을 타고 극락에 이르기를 바랐던 것은 아닐까. (부안 내소사) 



곽윤섭선임기자kwak1027@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전시회

현실 같은 초현실, 초현실 같은 현실 [2]

  • 곽윤섭
  • | 2015.06.19

한국에서 4년째 작업하고 있는 울라 레이머의 특별회고전 사진기자로 일하다가 파인아트로...존재 혹은 부재 메시지 합성으로 오해받기도...재건-파괴...

취재

뿌리, 그 처음 혹은 그 끝 [1]

  • 곽윤섭
  • | 2015.06.18

곽기자 포토에세이 꽃과 열매 풍성하게 하는 힘이면서도 부정 부패와 부조리가 창궐하는 독샘  1977년에 퓰리처상...

전시회

한방에 더위가 훅!

  • 곽윤섭
  • | 2015.06.02

추연만의 사진전 <파도의 중심에 서다>가 갤러리카페 마다가스카르에서 열리고 있다. 6월 12일까지. 작가노트와 사진을 소개한다. ...

사진책

절로 가는 길, 바람 따라 새 따라 발길 절로절로

  • 사진마을
  • | 2015.06.01

한선영 ‘길이 고운 절집’ 스물네 곳 절집 가는 길, 적막 깨는 풍경소리   여행을 구성하는 것은 무엇인가? 길을 떠난 사람, 여정, 목...

전시회

닮은 듯 다르고 다른 듯 닮은 ‘텅 빈 응시’ [1]

  • 사진마을
  • | 2015.05.27

김한선-신경현 부부 사진전 ‘투 플러스 원(Two plus One)’  “나는 결국 너이고, 너 또한 나   인간과 사물도 또한 마찬가지” 사진...

뭘까요

뭘까요? 4월 정답자, 5월 문제 발표

  • 사진마을
  • | 2015.05.26

4월치 ‘뭘까요?’의 정답은 지구본 모양의 연등입니다. ‘연등’은 정답 처리했고 ‘지구본’만 쓰신 분은 오답 처리했습니다. 정답자 중 다섯 분...

사진책

외로운 늑대처럼 독하게 ‘사진 물질’

  • 사진마을
  • | 2015.05.26

권철 사진집 ‘이호테우’ 중국 자본에 사라질 해변 해녀 삶 기록 “돈 안 되는 사진만 찍는 게 나의 운명” 다큐멘터리사진가 권철의 새 ...

취재

보이거나 보이지 않거나 [3]

  • 곽윤섭
  • | 2015.05.25

지난 한 달 가량 이곳저곳에서 찍은 사진들입니다. 춘천, 광주, 전주, 나주, 서울... center-surround 가 테마입니다. 제가 개인 작업을 하고 있다...

취재

안 보여도 달리고 던지고 날 수 있어!

  • 곽윤섭
  • | 2015.05.15

시각장애인들의 스포츠제전 2015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Seoul 2015 IBSA World Games)이 5월 10일부터 17일까지 서울잠실내체육관 등 11개...

취재

모래와 빛으로 새긴 세월호 눈물

  • 곽윤섭
  • | 2015.05.05

신미리 작가 “가슴이 너무 아파” 샌드아트 영상 만들어 1년만에 다시 인디밴드 ‘더 플레이’와 손잡고 추모 영상   그의 손이 스치고 지...

사진책

손대광 작가 추천 음악과 함께-‘어제의 오늘’ 속으로 시간의 귀환 [3]

  • 곽윤섭
  • | 2015.05.01

한영수 사진집 2탄 ‘꿈결 같은 시절’ 세월의 강 건넌 그 때 그 아이들 손대광 작가께 감사드립니다. 적절한 선곡입니다. 직접 본...

취재

부처님보다 먼저 온 연등

  • 곽윤섭
  • | 2015.04.28

한마음선원 장엄등 제작 참관기 부처님 오신날(5월 25일)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거리에는 벌써 연등이 내걸리기 시작했다. 한마음선원(대한...

취재

물 빠진 취수장에 예술이 샘솟는다

  • 곽윤섭
  • | 2015.04.23

문닫은 구의취수장이 서울거리예술창작센터로 거리예술과 서커스예술의 베이스캠프로 활용 사물놀이-서커스 결합 이색무대 등 개관공연  35년간 서...

강의실

상상마당 춘천에서 특강합니다.

  • 곽윤섭
  • | 2015.04.21

4월 30일 저녁. 춘천에서 특강과 토크쇼 <즉문즉설>이 진행됩니다. 제가 40분, 임재천 작가가 40분씩 강의하고 3부에선 저와 임작가가 사진에 대...

뭘까요

4월 문제 출제-3월 당첨자 발표

  • 곽윤섭
  • | 2015.04.21

 3월치 ‘뭘까요?’의 정답은 사람의 신발바닥입니다. 공중통로를 아래에서 바라본 상황입니다. 정답자는 유철균님 1명입니다. 듀나 에세이 <가능한 꿈...

취재

그 속엔 또 하나의 세계가 산다

  • 곽윤섭
  • | 2015.04.21

민물 수중사진가 황중문씨 매주 물속으로 얼음 속 계곡도 담고 수몰지 마을 흔적도 한겨울, 얼음이 얼어있는 계곡에서 톱으로 구멍을 내고 ...

강의실

오로지 사진만, 나머지는 다 공짜

  • 곽윤섭
  • | 2015.04.20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의 유쾌한 실험  강남역 금싸라기 빌딩 꼭대기 22층 소유주 17명 쾌척  운영위원 22명 월 20만원씩 내…전시...

취재

노들장애인야학음악대 공연 사진

  • 곽윤섭
  • | 2015.04.16

14일 오후 6시 서울시청 시민플라자에서 특별 공연이 열렸다. 이날 같은 장소에서 윤길중씨의 사진전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가 시작되었다. ...

편견이 장애일 뿐, 렌즈엔 장애가 없다 [2]

  • 곽윤섭
  • | 2015.04.10

윤길중 사진전 ‘아름답지 않다. 아름답다’ 특별히 다를 게 없어서 특별한 장애인들의 일상 어줍잖은 봉사 아닌 소통하는 친구로 마음 찰칵 ...

강의실

(수정)작가마당-모집 공고

  • 곽윤섭
  • | 2015.04.06

사진마을에 사진과 글을 연재할 필자를 찾습니다. 현재 사진마을에는 사진전시와 사진집 소개 코너가 있어 제가 직접 인터뷰 등 취재를 통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