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와 빛으로 새긴 세월호 눈물

곽윤섭 2015. 05. 05
조회수 12902 추천수 1

신미리 작가 “가슴이 너무 아파” 샌드아트 영상 만들어

1년만에 다시 인디밴드 ‘더 플레이’와 손잡고 추모 영상

   

 천개의 바람1.jpg » 신미리 작가가 만든 세월호추모영상 중에서 캡쳐. 클릭하면 동영상으로 연결됩니다.

 

 그의 손이 스치고 지나가자 촛불이 타올랐고 엄마의 품에 안긴 소녀의 등에서 날개가 돋아 올랐다. 커다란 눈망울에서 금세 눈물이 떨어졌다. 그리고 태극기로 덮인 세월호가 리본에 의해 인양이 되었다. 지난해 4월 세월호 참사를 뉴스로 보면서 울지 않은 국민이 없었을 것이다.  
 샌드아티스트 신미리씨는 “가슴이 너무 아파서, 뭔가 해야겠다”라고 마음먹고 열흘 동안 밥도 제대로 못 먹으며 세월호 추모 샌드아트 영상을 제작했다. 4분30초 분량의 이 동영상은 두 가지 버전으로 음악과 결합이 되어 유튜브를 통해, 안산 단원고와 여러 곳에서 열린 추모공연을 통해 퍼져나갔다. 팝페라 가수 임형주씨의 세월호 추모곡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곁들여 만든 영상이 있고, 다른 하나는 윤일상씨의 연주곡 ‘부디’와 함께했다. 특히 명동성당에서 열린 추모공연에선 임형주씨가 현장에서 영상에 맞춰 ‘천 개의 바람이 되어’를 직접 부르기도 했다. 
 “나의 사진 앞에서 울지 마요. 나는 그곳에 없어요….”라는 가사에도 불구하고 이 영상을 보면서 또 많은 국민이 눈물을 흘렸다. 신미리작가는 올해 세월호참사 1주기를 맞아 다시 샌드아트로 추모 영상을 만들었다. 이번엔 인디밴드 ‘더 플레이’가 만들고 부른 ‘별처럼 멀어진 너에게’와 협업했다.    smr-01.jpg » 신미리작가가 용인 작업실에서 작품 제작을 시연하고 있다.
 
 빛이 나오는 라이트박스 위에 모래를 이용해 손으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을 샌드아트라고 부른다. 수채화 화가 출신이며 국내에선 몇 되지 않는 1세대 샌드아티스트인 신미리작가를 4일 경기도 용인의 작업실에서 만났다. 아직 한국에선 다소 생소한 것 같지만 이미 입소문을 통해 기업, 학교, 자치단체 등에서 공연의뢰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샌드아트는 캐나다인 캐롤라인 리프가 1968년 처음 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에선 언제 시작되었으며 신미리작가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나? 샌드아트는 어떤 것인가? 
 “한국에 들어온 것을 정확히 알진 못한다. 나는 8년 정도 되었다. 그때 어떤 팝페라 가수가 한 줌의 모래를 건네주며 샌드아트로 자신과 콜라보(협업)를 하자고 제의했다. 그때 첫 촉감이 너무 좋았고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모래에 몰입하여 살고 있다. 사실 어렸을 때 누구나 모래 장난을 했던 기억이 있을 것이고 나도 꼬맹이 시절 몽산포해수욕장에서 모래성을 쌓던 기억이 있다. 동네 아파트의 놀이터에서도 ‘두껍아 두껍아’를 부르며 곧잘 모래를 갖고 놀았다. 샌드아트는 포괄적인 용어로 모래로 조각을 하는 작업도 포함한다. 정확히 말하자면 내가 하는 것은 샌드애니메이션작업이다. 크게 나누자면 닦기로 하는 음각과 뿌리기로 하는 양각 기법이 있다. 내 손이 붓이다. 가장 큰 백붓(배경을 칠하는 붓)은 손바닥이며 새끼손톱은 세필이다. 거칠게 말하자면 최소 20가지 이상의 선 굵기를 낼 수 있다. 모래와 빛과 손이 있으면 된다. 재료비가 들지 않는 친환경 예술이다.”  
 
 -궁금한 것이 많다. 모래는 일반 모래인가? 
 “누군가는 서해모래를 쓴다고도 하고 누군가는 사막모래를 쓴다고도 하는데 그거 참…. 별 차이 없다. 모래를 절구로 갈아서 곱게 만든다. 스타킹을 씌운 체에 걸러내서 가늘게 만드는데 그렇다고 너무 가벼워 튀거나 날아가선 안 된다. 모래연구를 해본 적도 있다. 대천 앞바다 모래가 곱긴 곱더라. 손으로 하는 작업이다 보니 모래는 정확히 세척하고 소독한 것만 쓴다. 주로 모래 자체의 색으로 작업했는데 컬러도 연구중이다. 이왕이면 천연재료로 해볼까 한다.”
  
 -세월호추모영상외에 또 일반인에게 무료로 공개된 것이 있는지? 
 “사실 세월호추모영상 전에 ‘겨울왕국’을 제작해 유튜브에 올린 적이 있다. 누구나 볼 수 있다. 최근엔 ‘빅히어로’를 올렸는데 일부 컬러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에서 샌드아트 작업을 하시는 분들 중에서도 가장 섬세한 터치를 만들어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비결이 무엇인가?
  “글쎄…. 늘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부단히 연습하고 몸에 익혀야한다. 왜 운전도 차가 내 몸처럼 되는 순간이 온다고 하지 않는가. 모래가 내 맘대로 되는 시점이 온다. 몇 년은 해야겠지. 그런데 손의 감각도 중요하지만 샌드아트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더 중요하다. 기업이나 지자체에서 공연을 의뢰하면 거기서 원하는 컨셉에 맞게 구상하고 스토리보드를 그리는 것이 우선이다. 내용이 창의적이지 않은채 손 기술만 좋다고 되는 게 아니다.”
  
 -배우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개그맨 김병만씨를 가르친 적이 있다고 들었다.  
 “성남아트센터에서 3년째 초급, 중급, 고급 과정을 두고 강의하고 있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누구나 시작할 수 있다. 2011년 개그콘서트 ‘달인 김병만’ 코너를 위해 방송국에서 연락이 왔다. 김병만씨는 서너 차례 교습을 하고 녹화를 했는데 응용력이 뛰어나더라. 겁내지 않고 쉽게 덤벼드는 것을 보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인들도 마찬가지다. 쉽게 도전하라.”
  
 신미리작가는 최경주재단을 위해 무료 공연을 했으며 소리 소문 없이 자선공연을 꾸준히 하고 있다. 1년에 한 번은 피아노 듀오 ‘원 하트’와 함께 장애인을 위한 협업공연을 한다. 2014년 8월에는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팝페라, 브라스 밴드, 타악기, 마술, 비보이팀과 함께 샌드아트가 곁들여진 공연을 했는데 이 또한 정례화시킬 계획이라고 한다. 신작가는 “세월호 추모 영상의 고화질 원본은 지금까지 20곳 이상에 보내줬다. 무상으로 틀고 공익적인 목적으로 쓴다면 언제든 연락하면 보내드릴 용의가 있다는 것을 알려달라”라고 당부했다.
 
 곽윤섭선임기자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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