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사진만, 나머지는 다 공짜

곽윤섭 2015. 04. 20
조회수 15792 추천수 1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의 유쾌한 실험
 강남역 금싸라기 빌딩 꼭대기 22층 소유주 17명 쾌척
 운영위원 22명 월 20만원씩 내…전시도 관람도 무료

 

SPA-001.jpg » 4월 15일 남이섬에서 열린 운영위원 야유회/스페이스22제공

 

2013년 12월 22일 문을 연 사진·미술 대안공간 ‘스페이스22’가 지난 달, 사진만 따진다면 22번째 전시인 황인화의 <군산회상 Mneme in Gunsan>을 마쳤다. 현재는 23번째로 이갑철의 사진전 <바람의 풍경, 제주 천구백팔십>이 열리고 있다.

 

 그동안 ‘스페이스 22’에서 열렸던 전시의 내용은 매우 다양하다. 개관 후 세 번째로 열렸던 전창섭의 <비 해피(Be Happy)>는 그림이었고 나머지 사진전 중에는 조각 설치 사진 작업 <스스로 움직이는 것들(2014년 4월 박지나)>, 사진아카이브전 <사진관시대의 초상사진, 초상의 민주화를 열다(2014년 8월)>, 3D합성사진전 <뮈토스(2014년 8월 김창겸)>등이 포함되어 있다. 손을 대지 않고 찍은 나머지 사진들 중에서도 직설적인 다큐멘터리와 유형학, 공간에 대한 고찰 등이 고루 들어있어서 다양한 실험을 선보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아무런 수익을 추구하지 않는 대안공간 ‘스페이스22’에서 열리는 모든 전시는 대관료를 받지 않는다.

 

 스페이스22는 강남구 역삼동 강남역 네거리에 있는 미진프라자빌딩 22층에 있다. 강남의 금싸라기 공간에 비영리 문화공간이 생기게 된 것에 사연이 있을 법하다. 2011년께부터 같이 사진을 배우면서 알게 된 미진프라자빌딩 주주이자 소유주들의 대표인 정진호씨와 건축가 윤승준씨는 사진계에 공헌할 수 있는 전시공간이 필요하다는데 뜻을 모으고 장소 물색에 나섰다.

 

 미진프라자 22층의 공동소유주 16명을 설득하는데 근 1년이 걸렸다. 건물의 나머지 층에 입주한 업종의 대부분이 치과, 안과 등 병원인 것을 보면 미진프라자 22층의 보증금이 수천만 원대이고 월 임대료 또한 상당한 액수의 금액이라는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처음엔 “상업공간을 왜 비영리로 운영하려고 하느냐”는 반대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마지막엔 좋은 뜻을 위해 17명이 흔쾌하게 의기투합해 22층 전층을 무상으로 내놓았다. 임대료뿐만 아니라 관리비, 발레 파킹이 되는 주차비까지 무상으로 제공되었다. 건물 측에서 원가 수준의 공사비를 냈고 건축가인 윤승준 현 스페이스22관장이 설계와 시공을 맡아 22층을 문화공간으로 완전히 변모시켰다.

 

 한편으로는 공간을 운영할 운영위원들을 모았는데 개관 당시 각자 월 20만원씩을 내는 운영위원 15명이 모였고 최연하씨는 급여 없이 전담 큐레이터 일을 맡았다. 윤승준씨가 관장이 됐고 역시 무급이다. 2015년 현재 운영위원은 22명으로 늘었고 더 모으지 않는다고 한다. 운영위원 22명은 어떤 사람들인지 궁금했다. 정대표는 “나와 윤관장, 그리고 이은숙 스페이스22실장도 운영위원이다. 그 외 제조업, 여행사 등 사업하는 분도 있고 교수, 전업주부, 전직 기자, 사진작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모였는데 공통점은 모두 사진을 좋아한다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관장은 갤러리 유지관리, 전시 기획과 관리를 담당하는데 “1주일에 한번 관장 주재로 기획회의를 열어 전시 작가를 결정한다. 회의에는 정대표, 이실장, 최큐레이터가 참석하는데 스페이스22의 방향성은 최소 10~15년 경력 이상의 중진, 이름하여 ‘낀 세대’를 위한 공간으로 만들자는 것이었다. 가급적 새로운 작품을 전시하려고 한다. 최연하 큐레이터의 의견을 존중하는 편이다”라고 밝혔다.

 

 스페이스22의 이은숙실장은 “2016년부터는 1년에 두 차례 정도 ‘포트폴리오 오픈콜’을 시행할 계획으로 학력, 연령, 경력에 제한을 두지 않고 사진작업을 위주로 하는 작가를 대상으로 미발표작에 한하여 포트폴리오를 접수한다. 선정이 되면 전시부터 도록, 홍보인쇄물 제작과 온오프 홍보, 작품 운송 및 설치까지 모두 스페이스22가 부담한다. 사진 발표 기회를 넓히려는 취지다”라고 말했다. 이런 좋은 취지에 작가가 동참한 경우도 있다. 올해 1월 이곳에서 사진전 <창신동 이야기>를 열었던 엄상빈 작가는 전시가 끝난 뒤 고급 원목 액자 45개를 스페이스22쪽에 기부했다. 따라서 앞으로 이곳에서 전시를 여는 작가는 원한다면 액자를 무상으로 대여받을 수 있다.

 

 스페이스22는 또 올해부터 ‘올해의 작가’를 선정해 12월 22일 개관기념일에 전시를 열어줄 것이다. 스페이스22에서 전시를 열었던 작가들이 총 16명을 추천했고 무기명으로 투표하여 선정하는 방식이다. 김기태작가가 뽑혔다. 역시 홍보와 도록까지 스페이스22에서 부담한다. 또한 전시 개막 오프닝파티의 준비도 스페이스22쪽에서 부담할 뿐만 아니라 운영위원들이 직접 정성껏 상을 차리는데 전업주부가 7명이나 되니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SPA-003.jpg » 4월 14일 스페이스22에서 자리를 같이한 운영위원들. 윤승준관장, 정진호대표, 이은숙실장(왼쪽부터)/곽윤섭 

 

 개관 이후 만 1년을 성공적으로 넘기고 2년차를 맞은 갤러리의 자부심이 대단하다. 윤관장은 “우리 공간을 거쳐 간 작가 중에 노상익작가는 6회 일우사진상 ‘올해의 주목할 만한 작가’로 출판부문에서 수상했다. 또 2014년 2월에 전시했던 여지, 안준작가는 외국에서 활발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는 많은 작가들을 조명할 것이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스페이스22의 미래에 대해 윤관장은 “대안공간이라는 것이 쉽게 생겼다가 없어지기도 하는데 지속가능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우린 일단 2018년까지 5년 계약을 했고 작가와 관객과 사진계 모두에 좋은 공간이라는 인식이 퍼진다면 그 후에도 계속 갈 것이다. 널리 알려지는 것도 중요하지만 단 한 명이라도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이 왔다 편히 머물고 갈 수 있는 공간이 되길 희망한다. 확장성보다는 내실 있는 곳으로 알려지고 싶다. 미진프라자빌딩의 다른 층을 방문한 손님들이 22층에 올라오면 무료로 수준 높은 작품을 감상하고 갈 수 있다는 점도 알려지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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