헵번이 가장 좋아했던 요리는

사진마을 2017. 08. 31
조회수 12522 추천수 0

20세기 최고 스타 오드리 헵번

아들이 쓴 <오드리 앳 홈> 출간

사랑했던 요리 레시피 50가지

미공개 사진 250점 든 사진집


[ 집밥 사진 공모전]

한겨레 웹진 ‘사진마을’은 출판사 ‘오퍼스프레스’와 함께 신간 <오드리 앳 홈> 출간 기념 ‘집밥 사진 공모전’을 시작합니다. 밥과 국을 포함하여 집에서 만든 모든 집밥요리를 찍은 사진을 사진마을 참여마당(http://photovil.hani.co.kr/participation)에 올리면 됩니다. 10명을 선정해서 <오드리 앳 홈>을 한 권씩 보내드립니다. 요리를 만든 사람이 어머니든 아버지든 형제든 상관없이 요리와 관련된 사연을 곁들이면 선정될 확률이 높아집니다. 응모 횟수에 제한 없습니다.
 응모 기간은 9월 15일(금)까지. 발표는 9월 19일(화) 사진마을 참여마당 게시판.


***웹진 사진마을과 출판사 오퍼스프레스가 함께 했던 집밥사진 공모전 결과를 발표합니다. 
jihojiho님, jjang84님, katarinak님, wonibros님, armiank님, jmkim93315님, photo054kr님, Chad님, 송영관님, 노은향님.

책 받을 주소와 본인 실명, 그리고 연락처를 오퍼스프레스 담당 이메일인 sh@opuspress.co.kr로 보내십시오. 9월 22일까지. 


 20세기를 대표하는 가장 아름다운 배우 중 한 명이었으며 말년에는 유니세프 봉사활동을 통해 힘든 처지에 있는 제3세계의 어린 아이들을 구호하는데 전력을 기울였던 오드리 헵번과 관련된 책이 한 권 나왔다. ‘오드리 앳 홈’(원제 AUDREY AT HOME). 오퍼스프레스가 냈으며 값 24,000원.
 이 책은 오드리 헵번의 둘째 아들인 루카 도티(1970~ )가 쓴 일종의 오드리 헵번 전기에 해당하지만 여타 인물의 전기와 판이하다. ah001.jpg
  우선 오드리 헵번이 어릴 때부터 시기적으로 좋아했던 요리법이 50가지 들어있어 요리책으로 분류되어도 좋을 정도다. 로마의 휴일에서 공주 역할을 했고 초기의 모든 영화에서 반짝거렸던 헵번이었기 때문에 요리법이 대단히 호화로울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예를 들어 책에 소개된 첫 레시피는 네덜란드식 헛스팟으로 이것은 옛날부터 네덜란드에서 전해내려오는 원기회복용 요리다. 1574년 스페인 군대가 라이덴(네덜란드의 도시 이름)을 포위해 주민들을 굶겨 죽이려 했고 식량이 바닥날 무렵 네덜란드 군대가 도시를 해방시켰는데 도시에 남은 먹을거리라곤 감자와 당근, 양파가 전부였다. 이후 매년 그날이 되면 해방을 축하하기 위해 이 요리를 만들어 먹었다는 것이다. 오드리 헵번은 ‘안네의 일기’로 알려진 안네 프랑크에게 공감을 느끼게 된다. 안네처럼 헵번도 독일이 침공했을 때 네덜란드에서 숨어 지냈던 것이다. 헵번은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우리는 전쟁이 났을 때 둘 다 열 살이었고 전쟁이 끝났을 땐 열다섯 살이었다. 1946년에 어떤 친구가 그 책(안네의 일기)을 건네주었다. 나는 책을 읽었고 그 책은 나의 마음을 갈가리 찢어놓았다. 그 책을 읽었던 많은 사람이 같은 심정을 느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것이 책으로 보이질 않았다. 내 이야기와 똑같았다. 안네는 아우슈비츠에서 죽었고 나는 살아남았을 뿐이다.” 해방이 되었을 때 헵번은 168센티에 39킬로그램이었다.
 
 두 번째로 이 책은 헵번에 관한 전기가 맞지만 배우로서의 활동보다는 제목처럼 ‘가정생활 속에서의 헵번’을 싣고 있다. 헵번이 42세 때 낳은 둘째 아들 도티가 크면서 바라본 어머니 헵번, 가정주부 헵번에 대한 이야기다. 간간이 헵번의 친구였던 유명배우들이 등장하지만 이 또한 아들 도티의 입장에서 서술됐다.
 “내가 태어난 이후 엄마가 첫 복귀 영화였던 <로빈과 마리안(1976)>촬영을 위해 세트장으로 돌아갔을 땐 나도 근사한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그건 단지 우리 엄마 바로 옆에 ‘제임스 본드(숀 코너리)’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책 10쪽)
 헵번은 둘째 아들이 태어나기 몇 해전인 1967년 영화 <어두워질 때까지>를 끝으로 사실상 은퇴했다. 당시 기자들에게 “내가 배우생활을 관두는 게 가족을 위한 엄청난 희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로 더러 있겠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가정주부와 엄마 노릇이 내가 가장 하고 싶은 일이거든요.”라고 말했다.
 

ah02.jpg » 라 페지블에서 여름 가든파티, 헵번이 파스타를 나누고 있다. 1970년대 ah03.jpg » 오드리 헵번과 저자 루카 도티.1973년 ah04.jpg » 사슴 피핀,요크셔테리어 미스터 페이머스와 함게 마당을 달리고 있는 어머니
 세 번째로 이 책은 오드리 헵번의 사진집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로 많은 사진이 실려있다. 그것도 우리가 익히 아는 영화 속 스틸 장면이 아니라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사적인 사진들이라 다른 곳에서 거의 본 적이 없는 오드리 헵번이다. 친구들과 함께 찍은 사진, 아들과 함께 찍은 사진, 유난히 동물을 사랑해 늘 헵번의 집엔 개가 함께 있었다. 그래서 헵번이 소파에서 개를 안고 쉬거나 노는 사진이 여러 장 책에 들어있다. 그 개들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다. 이 책 ‘오드리 앳 홈’ 한 챕터는 ‘애완견을 위한 요리: 어머니와 동물들’이다.


 “왜 강아지 두 마리를 침대에서 함께 데리고 자냐고? 네 마리가 다 같이 잘 만큼 넓은 강아지 침대를 못 찾았으니까” -오드리 헵번
“오드리는 개라면 정신을 못 차리고 좋아했는데, 기르는 개마다 전부 미친 듯이 애정을 쏟았고 늘 개를 키웠다” -빌리 와일더(사브리나를 찍은 영화감독)
  
 헵번이 가장 좋아했던 요리 중의 하나는 파스타였다. 아들인 저자 도티는 “어머니는 한 가지에 중독이 심했다. 어머니는 파스타 없인 살 수 없는 분이었다. 집에서도 늘 먹는 파스타를 어머니는 굳이 음식점에 가서도 주문해 먹었다. 그들이 공들여 짠 야심 찬 메뉴를 내밀면 어머니는 약간 당황해 하며 말했다. ‘너무 복잡하지 않다면, 간단하게 올리브유 약간 넣고 포모도로 파스타를 만들어주면 정말 고맙겠어요”
 책 194쪽에 ‘스파게티 알 포모도로’의 상세히 나오고 어머니(헵번)만의 변형 요리인 아마트리치아나 파스타 레시피도 나온다.
 
 이 책은 분명히 요리법과 헵번의 사진이 잔뜩 들어있는 전기이지만 기본적으론 아들인 도티가 엄마인 헵번을 기억하면서 쓴 책이다. 아들의 생일잔치에 아들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해 음식을 대접하는 헵번의 모습은 꾸밀 필요도 없이 그냥 엄마다.
 “처음에 학교 친구들은 놀러 오면 약간 겁에 질린 것 같았지만-그들이 집에서 무슨 이야기를 들었을지 누가 알겠나-우리 엄마도 그냥 다른 어머니들처럼 학교 현관에서 아이들을 기다리고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고, 아들 친구들과 부모들을 집에 초대하는 아주 평범한 사람이라는 것을 머잖아 알게 되었다.” (책 199쪽)
 
 이 책의 마지막 챕터는 ‘세상에서 가장 귀한 레시피: 유니세프의 요리’다. 헵번은 유니세프의 도움을 받은 최초의 어린이에 속했다. 헵번은 독일이 점령했던 네덜란드에서 2차대전 종전을 맞이했다. 그때 해방군과 함께 네덜란드에 들어온 유니세프의 전신, UNRRA(국제연합 구제 부흥 사업국)의 혜택을 받은 것이다. 전쟁으로 인해 숨어 지내면서 여러 달 동안 굶주렸던 헵번에게 모처럼 음식을 마련해준 것이 UNRRA였다. 그전부터 봉사활동을 했지만 1988년에 정식으로 유니세프 친선대사가 된 오드리 헵번은 1993년 암으로 세상을 뜨기 한 해전인 1992년에도 내전과 기아로 참상이 벌어진 소말리아로 날아가 구호활동을 이어갔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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