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어떻게 발견할까?

사진마을 2017. 08. 29
조회수 11952 추천수 1

한국 사진계 유례없는 ‘사건’, 방법도 사진도 새 ‘눈’

[SNS로 후원 받아 사진찍는 임재천씨]
 
3년째 제주 강원 부산 차례대로
한 달에 열흘씩 아홉 달
하루 평균 20km씩 발로 찍었다
 
3번째인 부산이 고비
올 것이 왔나, 허리 디스크가 터졌다
이전 5번의 교통사고 후유증 탓도
 
14살 때 <내셔널지오그래픽> 보고
사진에 빠지기 시작했다
‘사진학 강의’ 읽고 또 읽어 너덜너덜
 
사진에 도움될 것 같아 문창과로
졸업 뒤엔 기자도 하고 사업도 하다
쫄딱 망해 빚만 잔뜩 져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사진을 하다가
페북으로 출판사 사장과 인연
책 내면서 페북 예약판매로 ‘영감’
 
기업이나 기관에 손 벌리지 않고
일반 사진애호가 후원 받기로
페북 올리니 50명 5천만원 금세


ljcj01.jpg » 임재천이 촬영한 부산 서구 남부민동 부산공동어시장, 2016. 9ljcj02.jpg » 임재천이 촬영한 부산 중구 대청동 남성여고, 임재천은 "이곳에서 부산의 옛 모습과 현 모습이 파노라마처럼 한 눈에 보인다"고 말한다. 2017. 3


사진가 임재천씨는 3년 전인 2014년 3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후원금 5천만 원을 모았다.  50명의 후원자가 각 1백만 원씩 보내온 이 돈으로 그 후 1년에 걸쳐 제주도를 찍었고 2015년 9월 사진전시를 열고 사진집을 냈던 임재천씨는 이후 강원도편을 거쳐 올해 부산편까지 촬영작업을 마쳤다. 후원자 50명과 사진가 임재천 1인의 협업이란 의미에서 ‘50+1’이라 부르는 이 프로젝트는 한국 사진계에 전에 없던 선풍을 몰고왔다. 사진전시에 걸리는 50장은 후원자들이 직접 한 장씩 고른 사진으로 구성이 되며 전시가 끝나면 액자째로 후원자에게 전달된다. 전시할 사진 선택을 전문기획자가 아닌 일반인에게 맡기는 방식 또한 실험적이어서 사진전의 품질에 대한 우려가 있었으나 제주편과 강원편의 전시 모두 만족스러웠다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2016년 8월부터 촬영해온 부산편의 사진전시와 사진집 제작을 앞두고 있는 임재천씨를 그가 살고 있는 춘천에서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었다.
임씨는 “3번째가 고비인 모양이다. 삼세판. 고개도 두 개 넘고 난 세 번째가 힘들고 운동도  3일째가 힘들다고 하지 않는가”라고 했다. 그도 그를 것이 임씨는 지난 4월 부산작업이 막바지에 이르렀던 무렵 허리 디스크가 발병하여 주저앉고 말았다. 한 달에 열흘씩 아홉 달 구십 일간 하루 평균 20킬로미터씩 걷는 강행군을 했지만 그때문만으로 디스크 5번이 터지고 4번이 터지기 직전까지 간 것은 아닐 것 같다. 임씨는 그동안 크고 작은 교통사고만 다섯 차례 겪었다고 했다. 그중 몇 번은 말 그대로 죽을뻔한 중상이었고 그 때 허리도 다친 적이 있었는데 그게 누적되었다가 올해 터진 모양이라고 했다.


술에 찌들어 살다 선배 채찍에 번쩍

  임씨는 “올해 3월에도 부산에 열흘 동안 있었는데 유난히 날씨가 흐리고 해서 사진을 제대로 못 찍었다. 춘천으로 돌아갔다가 다음달에 다시 내려와야 했는데 꽃이 질 것 같기도 하고 날씨를 장담할 수 없어 열흘을 그냥 이어서 촬영하기로 했다. 그러다가 일이 터졌다. 움직일 수 없이 아파서 촬영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라며 가장 먼저 50명의 후원자들에게 모두 전화를 걸어 촬영 중단에 대해 사과를 했는데 그들은 한결같이 임씨의 건강이 얼른 회복되길 빌었다고 한다.
 
  임씨는 14살 때 한 미국인이 건네준 내셔널지오그래픽을 보고 사진에 급히 관심이 생겼다. 혼자 사진을 배웠는데 바바라 런던의 ‘사진학강의’라는 책을 5권 샀다. 손에서 놓질 않고 달달 외우면서 4권은 걸레처럼 되어 버렸고 한 권은 기념으로 가지고 있다. 더 이상 사진을 배울 필요가 없어서 대학 전공을 문예창작으로 선택했다. 고등학교 때 시 동호회 활동을 하기도 했지만 감정이입이란 측면에서 문학이 사진에 도움이 될 것 같았기 때문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서울예전 문창과 경쟁률이 180대 1이었고 같이 입학한 친구들은 목숨을 걸고 시인이나 소설가가 되려고 입학했는데 나는 목적이 달랐으니 이런 이야기를 입 밖에도 꺼내지 못했다. 나이 50이 넘었으니 이제는 말할 수 있다”라며 껄껄 웃었다.
 
 대학을 졸업한 임씨는 자동차 관련 잡지사와 음악 관련 잡지사에서 기자생활을 했고 뜻한 바 있어서 오페라 <아이다> CD 세트 판매사업을 하다가 3달 만에 쫄딱 망했다. “이건 아니다” 싶어 고개 들어보니 1억 원의 빚만 남았다. 갚을 길이 없어 날마다 “술 처먹고 다니다가” 어느 날 밤 임씨의 집 대문 앞에서 임씨를 기다리던 채권자였던 선배가 귓방망이를 한 대 갈기면서 정신이 났다. 이후 5년에 걸쳐 간신히 빚을 다 갚을 수 있었다고 한다.
  지금 3년째 하고 있는 ‘한국의 발견’은 어떤 계기로 하게 되었는지 물었다. 사업을 말아먹었던 임씨는 1999년에 다시 사진을 시작하면서 아시아나 기내지 사진을 맡게 되었고 한창기 선생의 ‘한국의 발견’시리즈가 문득 떠올랐다. ‘한국의 발견’은 ‘뿌리 깊은 나무’를 만들었던 한창기씨가 기획한 것으로 한국을 11개 시도로 나눠 인문학적 접근으로 이 땅과 이 땅의 사람들을 글과 사진으로 엮어낸 명저였다. “한국의 발견을 다시 해보자 싶어 20억짜리 기획서를 써서 기업과 정부부처에 보냈는데 퇴짜를 맞았다. 내가 생각해도 당시 듣보잡이었던 임재천이 먹힐 리가 없었다” 이름을 알리기 위해 임씨는 이를 악물고 2000년부터 10년 동안 한국을 찍었고 출판사를 찾아갔으나 여전히 곤란하다는 반응을 들어야 했다. 어쩌다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서천 국립생태원 다큐멘트 작업을 맡아 일했다. 3년간 번 돈으로 빚을 갚으니 수중에 140만 원이 남았다. “사진은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 이런저런 궁리를 하던 차에 아는 선배가 페이스북을 한다기에 찾아가서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도 달고 그랬다. 사실 임씨도 2010년에 페북 계정을 열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게 뭐…. 정신이 산만하여” 5시간 만에 닫았던 이력이 있다.


“니가 무슨 조용필이냐?” 핀잔만

다시 계정을 살린 임씨는 88올림픽 때 어느 신문사에서 외국 사진 기자를 위한 가이드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그 기자가 선물로 준 코닥크롬 10롤로 찍었던 사진을 한 장씩 페이스북에 올렸다. 눈빛 출판사 사장이란 사람이 페친 신청을 하더니 1주일 후에 보자고해서 만났다. 눈빛에서 책 내는 것이 꿈이라고 했더니 조만간 눈빛 문고판을 할 테니 기다리라고 했다. “선심 쓰는 거냐?”라고 물었더니 “그랬다면 내가 벌써 망했을 것”이라고 이규상 사장이 말했다. 그해 9월인가 슬라이드 4천 장에서 646컷을 골라 보여드렸던데 문고판은 나중에 하고 300쪽짜리 눈빛 총서를 하자고 했다. 승격이 된 셈이라 기뻤는데 다음날 총서 말고 제대로 된 사진집 내자고 다시 제의를 하셨다. 욕심이 생겨서 페이스북을 통한 예약판매를 한 번 해볼까 싶어 눈빛에 말했더니 “니가 무슨 조용필이냐?”라고 핀잔을 주면서 사진집 잘 안 팔린다. 예약판매 걸었다가 몇 권 안되면 정작 책이 나왔을 때 더 안된다고 만류했다. 오기가 생겨 임씨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제가 사진집을 내면 구입하실 분 손 들어보세요.” 세어보니 220권이나 되더라. 다시 눈빛에 말했고 눈빛출판사 편집장께서 내 편을 들어줬다. 10월 23일 임재천과 눈빛의 계정으로 각각 사진집 ‘한국의 재발견’ 예약판매를 받았다. 11월 20일에 마감했더니 450권이 팔렸고 8일 뒤에 1쇄 천 권이 다 나갔다.
  한국 사진계 초유의 사건이었다. 임씨는 이때 자신이 붙어서 기업이나 기관에 손 벌리지 말고 일반 사진애호가들의 후원을 받는 ‘한국의 발견 2’을 하기로 작정했다. 다음해인 2014년에 역시 페이스북을 통해 후원금을 모으기 시작했고 제주, 강원에 이어 올해 부산작업에 이르게 된 것이다. ljcj05.jpg » 춘천 어느 카페에서 인터뷰하다 곽윤섭 기자가 찍은 임재천


층층이, 켜켜이, 틈틈이 빡빡한 부산
  부산에서 뭘 발견했는지 물었다. 임씨는 “지난달에 150장을 후원자들에게 보냈고 이들이 50장을 골랐다. 후원자들은 한결같이 ‘부산이 이렇게나 빡빡한 곳이었나?’라고 놀라더라. 일제 강점기와 6.25전쟁이 지나 현재 부산의 모습을 갖춘 배경엔 자갈치가 빠질 수 없다. 산복도로가 형성된 계기도 자갈치시장이다. 6.25 이후 뭘 벌어먹으려는 사람들이 모두 자갈치로 몰려 들었고 마을도 자갈치를 중심으로 형성되었다. 걸어서 시장으로 올 수 있으려면 가까운 곳에 살아야 하니 근처 산에 집을 짓기 시작했다. 부산은 절반이 산이다. 아미동 비석마을을 봐라. 오죽하면 무덤을 파헤쳐서 비석을 기단석으로 해서 집을 지었겠나? 자갈치가 가까워서, 차츰 아미, 남포동, 중앙동, 영주동, 우암동으로 이어진다. 그러니 빡빡할 수밖에 없다. 영주동에 가면 산으로 올라가는 계단 길을 가운데 두고 현관 입구가 서로 마주보고 있다. 부산은 층층이, 켜켜이, 틈틈이 뭐가 들어서 있어 빈틈이 없다. 사람과 건물, 시장이 빡빡해요. 춘천 인구가 27만인데 부산은 450만 이고 산복도로에만 100만 명이 산다. 내가 예전에 춘천 망대길 골목이 한국에서 가장 좁다고 했는데 수정한다. 부산이 더 좁다. 비교가 안돼요. 한 명이 간신히 지나가는 정도가 아니라 옆으로 지나가야할 정도다”라고 말했다. 
 
 임씨는 “그렇게 빡빡한 삶을 사는데도 또 신기한 것은 부산 사람들이다. 뭘 발견했냐고? 부산이 전국에서 물가가 가장 싸다는 것을 발견했다. 남포동, 광복동은 번화한 곳인데 거기에 아직 막걸리 한 통에 2천 원하고 안주 안 시켜도 김치 포함 안줏거리 3가지가 나오는 선술집이 아직 있다. 칼국수 3천 원. 이렇게 싸면 월세가 얼마일까? 오래된 집주인이 건물을 팔지 않고 세입자를 내보내지 않으니 이 모든 것이 가능하다. 상부상조한다. 거슬러 올라가면 6.25전쟁으로 이어진다. 이게 부산 정신이다. 센텀? 부산 사람들은 센텀시라고 부르더라.”라고 덧붙였다.


“부산서 사진하는 사람들 부끄러울 것”
 임씨는 본인이 찍는 사진에 대한 자신감이 확고하다. “부산에서 사진 하는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면 많이 부끄러울 것이다. 좀 화가 나더라, 이렇게 부산에서 찍어야 할 곳이 많고,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도 많은데…. 부산은 공동어시장만 1년 찍어도 어마어마한 사진들이 나온다. 그런데 나는 부산의 공동어시장과 산복도로 마을을 찍은 사진을 못 봤다. 솔직히 말해서 귀찮은 거다. 안 간 거다. 사람들과 힘들게 부대끼고 먼 거리 걷고 욕먹고 이런 게 싫은 거다. 물론 나는 욕 먹은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특별한 노하우는 따로 없다. ‘나는 당신들의 모습을 착취하러 온 것이 아니다. 난 당신들 존중하니까 와 있는 거다’라는 태도가 중요하다. 어떤 사람이 나를 쳐다보는데 내가 대놓고 그를 찍으면 그 사람을 욕보이는 것이다. 나를 보고 있으면 가서 인사하고 말을 건넨다. 공동어시장 같은 경우엔 회사이기 때문에 총무과 가서 명함 주고 ‘1년 동안 촬영했으면 좋겠다’라고 허락을 받는다. 허락 받고 시장에 카메라를 들고 가면 내 카메라 보고 ‘당신 허가받고 찍느냐’고 묻는다. 딱 한번이다. ‘그렇다’라고 하고 나면 나에게 뭐라는 사람이 없다. 제가 항상 촬영에 가장 중요한 것은 제 사진에 찍힌 사람이 누구라도 동정심을 불러일으킬 여지가 있다면 사진을 공개하지 않는다. 누가 오해할 수 있다. 가난하지 않고 힘들게 산 사람도 아닌데 단지 옷에 뭐 묻었다고 해서 ‘힘든 삶을 살고 있고’ 그런 소리 듣는 것 싫다”라고 말했다.
  부산에서 찍은 사진 중에서 특별히 기억이 나는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즉각 답이 돌아왔다. “부산에서 1년에 두 번 하늘의 색깔이 바뀌는데 불꽃축제 때와 대보름에 달집을 태울 때다. 아마 내 사진을 보면 부산에서 사진 찍는 사람들은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 들 것이다. 그 사람들은 한 번도 그런 사진을 찍어보지 않았을 것이니까. 나는 불꽃 축제에서 불꽃을 본 적이 몇 번 없다. 불꽃이 터질 때 불꽃 자체가 궁금하지 않고. 구경하는 사람들이 빛에 물 들는 모습이 궁금했다. 이기대에서 찍었는데 지역민이 더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관광객은 광안리 간다. 삼각대 설치하고 3.7초인가 노출을 줬는데 대단히 인상적인 사진이 나왔다. 바람이 불어 풀은 흔들리는데 불꽃을 구경하는 사람들은 움직이지 않았다……. 후원자 50명 중에서 꼭 이 사진을 골라주길 기대했는데 다행히 포함되었다.” 


후원자가 전시 사진 선정, 획기적
 임재천의 ‘한국의 발견’은 사진 선정 방법도 획기적이다. 1년간의 사진 작업에서 임재천이 먼저 최종 200장을 고른다. 이 200장을 눈빛출판사에 보내 150장으로 압축한다. 후원자 50명에게 150장을 보낸다. 중복이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별도의 안전장치가 있어야했다. 그래서 후원 신청을 일찍 한 사람부터 1번부터 50번까지 순서를 정했다. 1번 후원자는 150장에서 한 장만 고르면 된다. 2번 후원자는 1순위, 2순위 두 장을 고른다. 이렇게 하면 50번 후원자는 50순위까지 골라야할 것 같지만 그렇지는 않더라고 했다. 15번 후원자부터는 15순위까지만 받아도 겹치지 않았다고 한다.   

  이번 부산편에서 임재천은 놀라운 점을 발견했다. “이번에 사진을 고른 사람들이 굿하는거나 오일장 사진을 한 장도 안골랐다. 50명이 다들 부산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을 고르더라. 역시 인기 있는 것은 풍경사진으로 사람이 없는 풍경을 많이 선호했다. 예를 들어 부산 남항의 정박지 같은 사진이었다”라고 했다. 이렇게 50장이 정해지면 그대로 전시장에 건다. 사진집은 약간 다르다. 후원자들이 고른 50장에 더하여 눈빛출판사쪽에서 80장을 추가하여 130장 정도가 들어간 책으로 탄생한다.
 인터뷰 도중 임재천씨 휴대폰이 울렸다. 통화를 하라는 뜻에서 자리를 비켜주면서 녹음 중이었던 내 휴대폰을 그냥 카페 탁자에 얹어두고 나왔다. 나중에 녹취 파일을 풀어보니 “아이고 허리야, 아이고”라는 신음소리가 들렸다. 인터뷰를 하는 도중에는 아픈 기색을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쓴 것이다. 


 내년 4월부터 전라도편 시작
  한국을 3개 시와 6개 도를 나눈 것은 이해가 되었는데 순서는 어떻게 정했는지 물어봤다. 임재천은 “촬영 활동에 있어서 여러 조건이 있는데 그중에 교통 편의성을 고려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임재천은 운전면허가 없다. 제주는 차를 빌리는 비용이 상대적으로 저렴하여 촬영시 동행자가 있었다. 사진을 좋아하는 분들이 나와 함께 동행하면서 같이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누면서 차를 운전하는 것이다. 강원도는 내가 사는 곳이 춘천이니 동행자 없이 집사람의도움을 받았다. 내륙은 자동차를 빌리는 비용이 하루 10만원에 육박하여 도무지 감당이 안되었다. 때문에 집에 아이가 현장 학습 신청을 한 달에 몇 일씬 내곤했다는 것이다.
 임재천은 좀 더 털어놓았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제주, 강원은 임재천 사진 색깔이 분명히 드러난 흔적이 좀 적다. 풍경이 많았다. 물론 강원도나 제주도는 풍광이 여타 다른 시도에 비해 뛰어나니 그런 측면도 있다. 강원도 다음으로 부산을 선택한 이유는 교통편 때문이다. 부산은 자동차 없이 혼자 얼마든지 다니고, 걸어다닐 수 있어서 더 심화된 작업을 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임재천의 색깔을 더 살릴 수 있었다. 자신 있다”라고 강조했다.
  임씨는 현재 열심히 재활운동을 하면서 디스크 치료에 힘쓰고 있다. 올해 9월 부산편 전시가 끝나면 즉각 2018년 전라도편을 위한 후원금 모금예약을 받기 시작한다. 재활이 예정대로 된다면 2018년 4월부터 전라도를 촬영할 것이다. 


명함에 사진노동자라고 새긴 이유
 임씨는 “전라도는 넓어서 동행자가 없으면 절대 못한다. 그래서 후원자를 모을 때 동행자도 같이 신청을 받고 싶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까지의 남성이 있으면 좋겠다. 물론 유류비나 식비는 내가 부담한다. 사진을 진중하게 찍을 사람이면 좋겠다. 나와 동행하여 내가 촬영하는 모습도 보고 이동 중에 서로 얘기도 주고 받을 수있으며 1년짜리 전라도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도 있지 않은가? 나이 제한? 우선 체력적으로 나를 따라 올 수가 없다. 여름철이면 새벽 3시에 일어나서 밤 11시까지 움직이는데 이거 아무나 못한다. 내 명함에 사진노동자라고 적어둔 것이 다 이유가 있다. 사진은 유랑하는 게 아니다. 또한 한 달에 10일씩 1년간 시간을 낼 수 있으려면 한 집안의 가장이면 불가능하지 않겠는가?”라고 했다. 
 임재천씨에 따르면 전라도 다음으로는 충청도, 경상도, 인천, 경기도, 서울의 순서대로 한국을 발견할 것이라고 한다. 그 다음엔 양쪽 정부의 허가를 받아 북한편도 도와 시로 나눠서 한 곳씩 작업하고 싶다는 소망을 밝혔다.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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