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기 전에 잠깐, 사자 귀는 어디 걸렸나?

곽윤섭 2009. 11. 18
조회수 15937 추천수 0
가까이 더 가까이 
 
‘생각하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꽉 채워라
팁 하나 더, 세로의 마법을 익혀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면 신의 손, 곧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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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 속의 사자를 찍는다고 치자. 커다란 맹수의 표정은 대단히 강렬하다. 흥분이 밀려온다. 마음 속에선 그림이 된다는 생각이 치밀어오른다. 셔터 위의 손가락에 절로 힘이 갈 것이다. 그러나 이때 욕망을 누르고 냉정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사자의 귀가 프레임에 닿아있는가?”
 
세계적인 사진교육가 브라이언 피터슨(57)이 사진 초보자들에게 건넨 충고다. <창조적으로 이미지를 보는 법> <뛰어난 사진을 위한 셔터속도의 모든 것> <뛰어난 사진을 위한 DSLR의 모든 것> 등 출간하는 책마다 전 세계적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켜온 대가의 훈수답게 에두르지 않고 바로 정곡을 찌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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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슨을 만난 것은 11월3일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포토숍 월드 코리아 2009’행사장에서였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3500여명의 참가자들은 포토숍을 활용한 그의 ‘비포 앤 애프터’(before and after) 시연에 열광했다.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사진 강의와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피터슨을 강연이 끝난 뒤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사진교육을 오랫동안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초보자를 위한 촬영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이야기해달라.
=요약하자면 ‘가까이 들어가라, 그리고 프레임을 채워라’다. 렌즈를 통해 대상을 볼 때 ‘생각하는 것’과 ‘보는 것’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사자의 귀가 프레임에 닿아있지 않으면 셔터를 눌러선 안 된다. 망원으로 더 당기든가 아니면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또다른 팁은 세로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다. 어떤 사진을 찍을 때 세로가 최선의 선택이 되는 상황이 있다. 그 상황을 구별해낼 줄 알아야 한다.
 
-가로와 세로의 상황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
=보기 싫은 나무 두 그루 사이에 사람들이 서있다고 하자. 가로로 찍는다면 나무를 피할 수가 없다. 이때 세로로 프레임을 잡으면 사람이 잘리지 않으면서도 나무를 피할 수 있다. 간단한 이치다. 그러나 초보자들은 가로만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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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자가 아닌 고수들을 위한 팁을 제시한다면?

=사진이란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다. 셔터로 감정을 실어내야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 (피터슨이 말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은 프레임 구성이나 앵글의 변화를 통한 촬영을 가리킨다. 그냥 눈으로 봤을 땐 의미가 없어 보이는 사물이나 대상의 나열을 프레임 구성이나 앵글의 변화를 통해 접근하면 특별한 뭔가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포토숍 프로그램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가?
=카메라만으로는 촬영할 수 없는 상황이 종종 있다. 그럴 땐 포토숍을 적극 활용한다. 예컨대, 역광의 상황에서 보조 조명이나 플래시가 없다면 일단 찍고나서 포토숍으로 디테일을 살려낸다. 상업용 사진을 작업할 때 합성하는 것도 즐긴다. 그러나 단순히 트리밍만을 위해서 포토숍을 쓰진 않는다. 애초 찍을 때 프레임을 꽉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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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당신의 독자들이 많다. 스스로 가장 만족해하는 책은 무엇인가?

=(내가 쓴) 모든 책을 다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있어 하는 책은 <뛰어난 사진을 위한 셔터속도의 모든 것>이다. 이 책은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얼마 전 뉴욕의 편집자가 이메일을 보내왔는데, 아마존 예술 분야에서 5위에 올랐다고 한다.
 
피터슨은 인터뷰 도중, 기자의 카메라를 잠깐 빌려달라고 했다. 카메라를 받더니 즉석에서 두 가지 시범을 보였다. 하나는 촬영하는 순간 렌즈를 돌려 피사체를 파고드는 ‘주밍’이었다. 다른 하나는 좌우로 움직이는 피사체를 따라잡는 ‘패닝’이었다. 먹이를 노리는 사자처럼 빠르고 정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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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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