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찍어보자
서 있거나 앉거나 꼬거나 뛰거나 걷거나 …
잘못 들이대다간 ‘찰싹’ 친구 밥 한끼 사시라

‘포토 스페셜-11강’에서 하트 만들기를 미션으로 제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당시 미션 참가작들이 별로 많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뜻밖이었습니다. 보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 모두에게 웃음과 기쁨을 줄 수 있는 미션이라 참가작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에 곰곰 생각해보니 참가작이 많지 않았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트 만들기를 찍으려면 사람의 얼굴이 드러나야 하는데 그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사람을 찍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모르는 사람을 찍을 땐 사진기자인 저도 어려움을 느낍니다. 공공장소에서 열리는 집회, 시위, 회견 등의 스트레이트 뉴스사진의 경우엔 행사참석자들의 얼굴이 드러나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대체로 집회참석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이트 뉴스사진과 달리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스케치 사진에선 꼭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가을 산으로 단풍놀이를 온 사람들은 여가를 즐기러 온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진을 찍히는 것 자체가 개인의 여유로움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결과물인 얼굴사진이 예상치도 않게 신문이나 온라인 매체 혹은 개인의 블로그에 등장하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먼 거리에 있는 사람 잡거나 옆·뒤 모습 찍거나 실루엣으로

하물며 직업이 아닌 취미로 사진을 찍는 생활사진가들에겐 사람의 얼굴을 찍는 것이 아주 난감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어떤 식으로 대처하면 좋을까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보겠습니다. 우선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찍는 방법이 있습니다. 곱게 물든 단풍이나 황금빛 갈대밭을 주요소로 잡고 배경이나 조연 정도로 사람을 등장시키는 것입니다. 공원, 광장, 길거리 같은 곳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을 크게 찍어야 한다면 옆모습이나 뒷모습을 찍는 것도 방법의 하나입니다. 실루엣으로 등장시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인물의 라인만 살리고 세부묘사를 생략하면 인격을 침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2008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매그넘코리아 전시장에서 관객들에게 사진을 설명하다 질문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친구가 한 매그넘작가의 사진에 배경으로 등장했는데 초상권이 침해당한 경우가 아니냐는 것이 질문의 요지였습니다. 그분과 함께 그 사진 앞으로 가봤습니다. 거리를 찍은 사진인데 건물의 유리에 비친 간판이 주요소였고, 인물은 우연히 그 거리를 지나다 찍힌 경우였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그 인물을 노리고 찍은 사진이 아니었고, 수치심을 느낄만한 표정도 아니었습니다. 알아서 결정할 일이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줬습니다. (주인공이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한국에서 작업했던 매그넘사진가들은 모르는 인물이 주요소로 등장할 땐 대부분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한 컷 부탁하면 ‘쿨’하게!

가장 권장하는 방법은 찍히는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입니다. 찍기 전, 혹은 필요에 따라서는 찍고 난 다음에 사진의 목적을 충분히 설명하고 허락(동의)을 받는 것입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인격을 침해할 목적이 아님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만약 싫다고 한다면 두 말없이 포기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사진을 찍을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처지를 바꿔 생각하면 편합니다. 카메라를 든 누군가가 거리에 있는 나를 찍는다고 가정해봅시다. 무턱대고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만약 그가 나에게 와서 예의 바르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다면 서슴없이 허락해줘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외국의 경우를 일률적으로 따질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진 찍고 찍히는 것에 대한 관용도가 약한 편입니다. 찍는 사람은 예의가 필요하고, 찍히는 사람은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손을 흔들거나 인기척을 하고 사진을 찍으면 그 순간이 본인에게 수치스러운 장면이 아니라면 멋있게 씩 웃어주거나 그냥 하던 일을 계속 합시다. 설령 그 사진이 어떤 공모전에서 입상한다고 해서 기분 나쁠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할 때는 전혀 차원이 달라지니 명확한 동의를 구할 일입니다.
제가 만난 수많은 생활사진가들 중에선 소심한 이들이 많습니다. 양해를 구하는 것이 쑥스러워 어렵다면 속편한 방법을 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는 사람을 찍는 것입니다. 아는 사람이라면 미리 허락을 받고 모델로 등장시켜 연출한 사진을 찍어도 좋겠고, 눈치채지 못하는 상황에서 슬쩍 셔터를 누른 뒤 사진을 보여줘도 됩니다. 몰래 친구, 가족, 동료를 찍었다고 해서 초상권 소송이 벌어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정말 소심해서 이도 저도 못하겠다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꽃이나 풍경 사진을 즐기면 됩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서 있거나 앉거나 꼬거나 뛰거나 걷거나 …
잘못 들이대다간 ‘찰싹’ 친구 밥 한끼 사시라

‘포토 스페셜-11강’에서 하트 만들기를 미션으로 제시한 적이 있었습니다. 돌이켜 보니 당시 미션 참가작들이 별로 많지 않았던 기억이 납니다. 뜻밖이었습니다. 보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 모두에게 웃음과 기쁨을 줄 수 있는 미션이라 참가작이 많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입니다. 그 뒤에 곰곰 생각해보니 참가작이 많지 않았던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하트 만들기를 찍으려면 사람의 얼굴이 드러나야 하는데 그것이 부담으로 다가왔던 것 같습니다.
사람을 찍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특히 모르는 사람을 찍을 땐 사진기자인 저도 어려움을 느낍니다. 공공장소에서 열리는 집회, 시위, 회견 등의 스트레이트 뉴스사진의 경우엔 행사참석자들의 얼굴이 드러나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대체로 집회참석자들은 자신들의 주장이 대외적으로 알려지길 원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스트레이트 뉴스사진과 달리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하는 스케치 사진에선 꼭 그렇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가을 산으로 단풍놀이를 온 사람들은 여가를 즐기러 온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사진을 찍히는 것 자체가 개인의 여유로움에 방해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그 결과물인 얼굴사진이 예상치도 않게 신문이나 온라인 매체 혹은 개인의 블로그에 등장하는 것을 불쾌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먼 거리에 있는 사람 잡거나 옆·뒤 모습 찍거나 실루엣으로

하물며 직업이 아닌 취미로 사진을 찍는 생활사진가들에겐 사람의 얼굴을 찍는 것이 아주 난감한 일이 될 것 같습니다. 이럴 때는 어떤 식으로 대처하면 좋을까요? 몇 가지 대안을 제시해보겠습니다. 우선 먼 거리에 있는 사람들을 찍는 방법이 있습니다. 곱게 물든 단풍이나 황금빛 갈대밭을 주요소로 잡고 배경이나 조연 정도로 사람을 등장시키는 것입니다. 공원, 광장, 길거리 같은 곳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을 크게 찍어야 한다면 옆모습이나 뒷모습을 찍는 것도 방법의 하나입니다. 실루엣으로 등장시키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인물의 라인만 살리고 세부묘사를 생략하면 인격을 침해하지 않을 것입니다.
2008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렸던 매그넘코리아 전시장에서 관객들에게 사진을 설명하다 질문을 받았습니다. 자신의 친구가 한 매그넘작가의 사진에 배경으로 등장했는데 초상권이 침해당한 경우가 아니냐는 것이 질문의 요지였습니다. 그분과 함께 그 사진 앞으로 가봤습니다. 거리를 찍은 사진인데 건물의 유리에 비친 간판이 주요소였고, 인물은 우연히 그 거리를 지나다 찍힌 경우였습니다. 누가 보더라도 그 인물을 노리고 찍은 사진이 아니었고, 수치심을 느낄만한 표정도 아니었습니다. 알아서 결정할 일이긴 하지만 이 정도라면 그냥 넘어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을 줬습니다. (주인공이라면 상황이 다릅니다. 한국에서 작업했던 매그넘사진가들은 모르는 인물이 주요소로 등장할 땐 대부분 양해를 구하고 사진을 찍었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군가 여러분에게 한 컷 부탁하면 ‘쿨’하게!

가장 권장하는 방법은 찍히는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는 것입니다. 찍기 전, 혹은 필요에 따라서는 찍고 난 다음에 사진의 목적을 충분히 설명하고 허락(동의)을 받는 것입니다. 상업적으로 이용하거나 인격을 침해할 목적이 아님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만약 싫다고 한다면 두 말없이 포기해야 합니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사진을 찍을 권리는 어느 누구에게도 없습니다.
처지를 바꿔 생각하면 편합니다. 카메라를 든 누군가가 거리에 있는 나를 찍는다고 가정해봅시다. 무턱대고 기분 나빠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만약 그가 나에게 와서 예의 바르게 설명하고 양해를 구한다면 서슴없이 허락해줘도 좋을 것 같습니다. 외국의 경우를 일률적으로 따질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우리나라 사람들은 사진 찍고 찍히는 것에 대한 관용도가 약한 편입니다. 찍는 사람은 예의가 필요하고, 찍히는 사람은 여유로운 마음가짐이 필요합니다.
누군가가 여러분에게 손을 흔들거나 인기척을 하고 사진을 찍으면 그 순간이 본인에게 수치스러운 장면이 아니라면 멋있게 씩 웃어주거나 그냥 하던 일을 계속 합시다. 설령 그 사진이 어떤 공모전에서 입상한다고 해서 기분 나쁠 일은 아닐 것 같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상업적 목적으로 이용할 때는 전혀 차원이 달라지니 명확한 동의를 구할 일입니다.
제가 만난 수많은 생활사진가들 중에선 소심한 이들이 많습니다. 양해를 구하는 것이 쑥스러워 어렵다면 속편한 방법을 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아는 사람을 찍는 것입니다. 아는 사람이라면 미리 허락을 받고 모델로 등장시켜 연출한 사진을 찍어도 좋겠고, 눈치채지 못하는 상황에서 슬쩍 셔터를 누른 뒤 사진을 보여줘도 됩니다. 몰래 친구, 가족, 동료를 찍었다고 해서 초상권 소송이 벌어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정말 소심해서 이도 저도 못하겠다는 분들도 있을 것입니다. 사람이 등장하지 않는 꽃이나 풍경 사진을 즐기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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