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같은 사진도 작가가 찍으면 작품?

곽윤섭 2008. 12. 11
조회수 11482 추천수 0


 

001.jpg
 

작가와 아마추어는 다르다고?

 

사진마을 회원 ‘초보찍사’ 님이 질문을 보내왔습니다. 사진의 내용에 대해 묻는 것은 아니고 “작가와 아마추어 사진가의 사진은 과연 뭐가 다른가. 에 대해 고민이 많은 모양입니다. 질문의 글을 요약해 보여드립니다.

 

1. 물론 만인이 합의하는 ‘좋은 사진’에 대한 기준 같은 것은 없겠지만 작가라는 사람들의 사진도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많다. 왜 찍었는지 모르겠고 구성이나 구도에서 어떤 미학적 재미가 있는 것도 아닌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찬사를 보낸다.

 

2. 상당수의 작가는 아마추어들이 찍은 사진에 대해서 “근본 없는 사진”, 즉 사진을 제대로 처음부터 이론적으로 배우지 못한 사람의 사진이라고 평가를 한다.

 

대략 이런 문제제기입니다. “똑같이 막샷을 찍어도 작가가 찍으면 작품이고 내가 찍으면 필름낭비인가요? 다행히 디지털시대라 필름을 실제 낭비하는 것은 아니라 다행입니다”라는 표현을 곁들이기도 했습니다.
 

매그넘 작가보다 내 사진이 선택을 받은 이유

 

사례 1)

매그넘 코리아 전시를 앞두고 제가 강연회를 몇 차례 진행한 적이 있었습니다. 매그넘의 창립취지, 역사와 매그넘 코리아전시의 의미를 설명한 뒤에 본격적으로 사진을 설명하는 순서가 있었습니다. 그 말미에 약간 장난스러운 순서를 가졌습니다. 매그넘 코리아에 참가한 작가 중에서도 한창 잘나가는 마틴 파의 사진 5장과 제가 찍은 사진 5장을 이름표기 없이 섞어서 보여준 뒤에 좋아 보이는 사진, 혹은 마틴 파의 사진을 골라내 보라고 한 것입니다. 서울, 대구 등 전국 여러 곳에서 진행했었는데 고맙게도 마틴 파의 사진보다 제 사진을 먼저 선택해준 분들이 꽤 있었습니다. 물론 제 사진이 마틴 파의 사진보다 낫다거나 못하다는 이야길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사진 한두 장만 봐서 그 사진의 수준이나 사진가의 수준을 가늠하는 것은 어렵다는 이야깁니다. 특히 마틴 파의 경우 핫도그나 붕어빵 같은 거리 노점상의 음식을 찍은 사진이나 관광지의 문화를 담은 사진 같은 경우엔 하나하나의 완성도보다는 테마의 일부란 면에서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핫도그 사진 하나만 떼어놓고 보면 제가 찍은 사진, 이제 사진을 막 배운 초등학교 학생이 찍은 사진과 아무 차이가 없습니다. 하물며 쨍한 사진, 멋진 사진을 추구하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포털 사이트나 대형 사진동호회의 1면에 올라온 사진과 마틴 파의 핫도그, 제주도 바닷가 등을 비교하면 아마 100명 중 90명 이상이 마틴 파의 사진을 외면할 것입니다. 이름을 공개하고 비교하면 결과는 좀 달라질 것입니다. 매그넘이 찍었다고 하면 갑자기 핫도그사진에 아우라가 생기는 것 같은 착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좀 길게 썼지만 요약하면 이런 겁니다. 테마를 알지 못하고 사진을 보면 그 사진이 좋은지 나쁜지 알 길이 없다. 만약 전문 사진작가라고 하더라도 자신이 못 본 사진, 즉 처음 공개된 사진이 있다면 그게 어떤 수준인지 가늠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002.jpg
 
 

004.jpg
                                                                                                   마틴파/매그넘포토스

 

005.jpg


지명도 따라 평가도 달라지는 현실

 

사례 2)

사진 공모전 심사에 참여할 땐 공정을 기하기 위해 올린 사람의 이름을 감추고 심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심사하는 사람의 기준이 뭔지에 따라 당락이 결정될 것입니다. 이때 반영되는 기준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새로움이 아주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가 됩니다. 예전에 보던 사진이냐 아니면 처음 보는 사진이냐를 따진다는 것입니다. 교수, 사진작가 등이 심사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사진을 업으로 삼는다고 볼 수 있으므로 다른 이들보단 사진을 많이 봤을 것입니다만 인터넷에 떠도는 모든 사진을 다 알고 있다고 할 순 없습니다. 그래서 간혹 심사위원들에겐 새롭게 보이지만 인터넷의 고수 사진가들에겐 새롭지 않은 경우도 발생합니다. 흔히 말하는 공모전 고수들의 경우엔 심사위원 머리꼭대기에서 논다는 기분이 들기도 합니다. 심사위원을 할 정도의 사진전문가들도 완벽할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이제 초보찍사님의 질문에 다시 접근하겠습니다. 전문작가의 사진세계를 저도 모두 이해하진 못합니다. 개인적인 의견을 말씀드리면 그 중엔 전혀 보고 싶지 않은 사진도 있고 가치를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작업도 있습니다. 이 대목은 제가 스트레이트 사진을 주로 찍는 일간지 사진기자 출신이란 점이 크게 작용하고 있을 것입니다. 요즘 사진계엔 형식주의에 주로 의존해 있는 그대로의 사진에서 많이 벗어나 그림인지 사진인지 조각인지 영화인지 구분할 수도 없고 컴퓨터로 합성하든 손으로 합성하든 만진 작업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습니다. 과연 이 작품들을 사진이라고 해야 할지 난감합니다.

 

그러나 제가 장르규정을 할 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분들이 사진을 한다면서 그런 작업을 해나간다면 그대로 인정해야 할 뿐입니다. 또한, 그 사진세계를 이해하기 위해선 어느 정도의 공부가 필요합니다. 그동안 어떻게 찍어왔는지, 최근의 테마가 뭔지에 대해서 사전조사를 해야 이해가 됩니다. 물론 이해는 되더라도 공감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관객이나 독자의 자유입니다.

 

그래서 작가의 지명도에 근거하여 무작정 찬사를 보낸다는 대목 또한 아픈 현실입니다. 우리는 사진을 보는 법을 공부한 적이 없으니 몇몇 권위에 의해 이리저리 몰려다니면서 누군가가 1면에 사진을 걸어두면 아무 생각 없이 “멋진 사진이다”라고 말하는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남에게 인정받기보다 사진 자체를 즐기자

 

문제 제기의 두 번째 항목은 아마추어 사진가들의 사진을 평가절하하는 전문가들이 있다는 것입니다. 저는 그런 전문가들이 소수라고 믿고 싶습니다만 그 소수의 전문가들에게도 눈 가리고 콜라 맛을 보듯 이름을 가리고 사진을 고르게 하는 블라인드 테스트를 해보고 싶군요. 아마 그들은 사진의 내용보단 사진을 찍은 사람의 이름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한편으로는 일관된 작품세계를 추진해온 사진작가와 취미로 찍는 사람의 진지함에 대한 편견 때문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맨유에서 뛰는 박지성과 마포구 공덕동 조기축구의 스타 ‘쌀집 김씨’는 소속팀의 지명도뿐 아니라 실력차이도 명백합니다. 그러나 김씨가 뼈를 깎는 노력 끝에 실력이 생겼다면 여러 단계의 테스트와 절차를 거쳐 프리미어리그로 갈 수도 있을 것입니다. 쉽지 않겠지만 이론적으로는 그렇다는 것입니다. 사진도 다를 바가 없습니다. 매그넘에서 뛰는 사진가들과 우리나라 인터넷의 사진고수 김씨는 현재 실력 차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진고수 김씨도 취미가 아닌 직업으로 사진을 택하고 테마를 정해 여러 해 노력하면서 자신의 작품을 알리는 노력을 한다면 언젠가 매그넘 회원들의 찬반투표를 거쳐 정회원이 될지도 모릅니다.  역시 힘든 과정이 될 터이지만 길은 열려 있습니다. 설령 프로축구선수나 프로사진가가 되진 못했다고 해도 그 근처까지 갔다면 실력은 존중해야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의 실력에 대한 평가를 사진으로 하지 않고 이름과 경력을 위주로 한다면 그것은 그 전문가들의 허물입니다. 

 

003.jpg
매그넘 사진가 브루노 바르베가 인터뷰 도중 재밌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 글을 보시는 생활사진가들에게 드릴 이야기가 있습니다. 전문가들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기쁜 일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주변의 사람들, 가족, 친구, 동료가 좋아하는 사진도 충분히 의미가 있습니다. 직업적으로 사진을 할 일이 아니라면 굳이 많은 사람에게 인정을 받으려 애쓰지 마시란 것입니다. 공모전에 출품을 해보는 것은 나쁘지 않지만 그냥 재미삼아 하시란 것입니다. 여러분의 사진이 가장 아름답습니다. 사진은 어차피 주관적인 부분이 많습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핫도그 사진을 제외한 모든 사진은 제가 찍었습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취재

사람이 없는 뉴스사진…보도사진이 달라졌어요

  • 곽윤섭
  • | 2008.12.16

  이집트 국경의 철망에 걸린 아프리카 소녀의 드레스- 요나단 웨이츠만 (이스라엘)  월드프레스포토08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두고 ...

강의실

똑같은 사진도 작가가 찍으면 작품? [2]

  • 곽윤섭
  • | 2008.12.11

  작가와 아마추어는 다르다고? 사진마을 회원 ‘초보찍사’ 님이 질문을 보내왔습니다. 사진의 내용에 대해 묻는 것은 아니고 “작가와 아마추어...

강의실

인물사진 촬영때 동의 받는 건 필수

  • 곽윤섭
  • | 2008.12.04

   <강의실>의 제 글을 읽으신 dasto3118 님께서 덧글로 문제제기와 질문을 해오셨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만한 문제 제기이므로 이 코너를 이용...

취재

갑사 가는 길 오렌지 카펫

  • 곽윤섭
  • | 2008.12.02

사진명소답사기⑧ 공주 일대-계룡산 갑사, 공산성 겨울을 앞둔 갑사에선 기와지붕 개량공사가 한창이다. 단풍 더하기 은행은? 정답은 주황색 융단이다...

취재

만지면 상상력이 춤춘다

  • 곽윤섭
  • | 2008.11.27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소년의 집 교사가 교육서 &lt;감각&gt;을 만져보고 있다. PHOTO STORY- 빛을 만지는 아이들 시민예술을 기반...

강의실

중간 점검-좋은 사진을 찍는 몇가지 방법

  • 곽윤섭
  • | 2008.11.24

각자에게 맞는 편안한 자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인물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강의실을 연 지 아홉달이 지났고 그 동안 올린 글...

취재

일산 고수들 다 모였네

  • 곽윤섭
  • | 2008.11.13

목용균 일산디카마니아 사진전 사진 동호회 클럽 아이디엠(Club IDM:일산디카마니아)이 11월 9일부터 일산 웨스턴돔 이벤트 광장에서 사진전을 열...

취재

이게 중학생의 사진이라고?

  • 곽윤섭
  • | 2008.11.11

언북중학교 사진반 학생들이 과천 서울랜드를 찾았다. V라인 포즈를 요구했는데 왼쪽에 있는 지도교사 최태원 선생님과 그 옆의 교장 이신우 선생...

강의실

최고의 모델은 가까운 곳에

  • 곽윤섭
  • | 2008.11.05

엄정미   가족은 가장 훌륭한 인물사진 모델 지금까지 인물을 찍어보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누굴 찍어야 하는 것일까요? 사진동호회에...

취재

금강을 밟아보자-유물로 보는 선조들의 가을 이야기

  • 곽윤섭
  • | 2008.10.28

[국립중앙박물관 가을 테마전] 계단에 정수영의 해산첩-집선봉을 그려두었다. 멀리서 보면 금강산의 절경이 그대로 보인다. 산수화는 산과 물, 나...

취재

영남대 산책로의 가을이 예술이네

  • 곽윤섭
  • | 2008.10.24

곽윤섭의 사진명소 답사기 ⑦ 영남대 산책로와 몇 곳 오는 10월 31일부터 11월 16일까지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열린다. 10개국 200여 작가의 사진...

취재

이 저녁에 그의 사진이 깊어져간다

  • 곽윤섭
  • | 2008.10.13

김천, 2007, 셀레늄 착색하여 영구 보존 처리된 젤라틴 실버 프린트 ⓒ 강운구 강운구 사진전-'저녁에' 한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가 강운...

강의실

인물사진 찍기 전 마음을 열어야

  • 곽윤섭
  • | 2008.10.06

한겨레 21 커버스토리를 위해 제가 찍은 한비야씨입니다. ‘작업’을 걸듯 이야기를 나눠보자 인물사진엔 여유가 있어야 합니다. 특히 모델이 자기...

취재

가을 선운사 꽃무릇 불꽃놀이

  • 곽윤섭
  • | 2008.09.25

곽윤섭의 사진명소답사기⑥ 고창 선운사 꽃무릇길 그동안 주로 사시사철 언제 찾더라도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곳을 소개했다. 그런 곳은 지형이나 ...

강의실

인물사진, 프로사진작가만 찍을쏘냐? [1]

  • 곽윤섭
  • | 2008.09.24

이 사진을 찍은 생활사진가는 가장 편한 모델로 조카를 선택했다. 이불에 슬쩍 던져두자 즐거워하는 순간이다. 사진가와 모델 사이에 신뢰가 넘치...

취재

사진인가 그림인가…장르 파괴의 생생 현장

  • 곽윤섭
  • | 2008.09.19

미켈란젤로 피스톨레또 작 ‘갈채’ 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본 현대미술의 단면 한국국제아트페어(KIAF2008)가 19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막...

강의실

사진찍기의 첫 걸음은 인물로부터 [2]

  • 곽윤섭
  • | 2008.09.19

무엇을 찍을 것인가 지금까지 우리는 “어떻게 찍을 것인가”에 대해 여러 가지 측면에서 검토를 해봤습니다. 사진용어로 이야기하자면 ’다양한 앵글...

취재

일본인 눈에 비친 1965년의 청계천 풍경

  • 곽윤섭
  • | 2008.09.11

‘구와바라 시세이_청계천 사진전’ 일본의 유명 원로사진가 중엔 ‘매그넘코리아’에 참가했던 일본 유일의 매그넘 회원 구보타 히로지(69)가 있고 ...

강의실

보자마자 우선 ‘찰칵’…다가가서 다시 한 컷

  • 곽윤섭
  • | 2008.09.09

고양이 눈높이에서 ② 취재 때문에 흔히 ‘길냥이’라고 불리는 거리의 고양이들을 찍을 일이 있었습니다. 밤이 이슥한 퇴근길에 몇차례나 동네 ...

강의실

눈높이 따라 사물의 모습도 바뀐다

  • 곽윤섭
  • | 2008.09.03

   고양이 눈높이에서-1 사진을 어떻게 찍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은 끝이 없습니다. 초보사진가만 그런 것도 아니고 꽤 오랫동안 사진을 찍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