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강의실] <12> 달라붙은 평면에 스피커 달아 볼륨을 높여라

곽윤섭 2009. 09. 03
조회수 16565 추천수 0
소리를 잡아라
눈으론 멋진데 찍고보면 밍밍한 건 ‘무감각’ 탓
울림은 무궁무진…셔터속도 낮추는 것도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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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차원의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은 앞, 뒤, 좌, 우로 움직일 수 있고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제자리 뛰기나 계단, 엘리베이터, 번지점프 등을 통해 어느 정도의 상하이동도 가능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3차원에 익숙해져 있습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초등학교 정문이 눈앞에 나타났다면 그 너머가 완전히 보이진 않고 대상의 일부만 보인다고 해도 어떤 놀이기구나 건물이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습니다.
 
온갖 소리들이 뒤섞인 도시의 풍경에서 소리를 빼버리면?
 
그러나 사진으로 옮기는 순간 3차원의 세상은 평면에 착 달라붙으면서 입체감이 사라져버립니다. 눈으로 볼 때 멋진 풍경이 사진에선 좀처럼 재현되지 못하는 이유 중의 하나가 그것입니다. 또 하나의 큰 이유는 시각을 제외한 감각의 차단 때문입니다. 사람에겐 시각 외에도 소리를 듣거나 냄새를 맡고 맛을 볼 수도 있으며 어떤 대상을 만지면서 감각을 느낄 수 있습니다. 바로 이것이 사람의 5감(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입니다.
 
바닷가에서 일출이나 일몰을 찍을 때 황금빛 바다를 보는 것 외에 파도소리나 갈매기의 울음소리도 들려오며 짭짤하거나 약간 비릿한  바다의 냄새도 맡을 수 있습니다. 바지를 걷어붙이고 들어가면 발목을 간질이는 파도의 감촉도 전해질 것입니다. 산이나 들, 도시에서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 현상이 벌어집니다. 온갖 새소리, 쏴 하고 바람에 부대끼는 나뭇잎 소리가 들립니다. 청보리밭의 물결을 프레임에 담을 때에는 눈 외의 다른 감각기관도 적극 거들고 나섭니다.
 
도시에선 감각이 혼란을 느낄 정도로 어수선합니다. 자동차에서 나는 여러 가지 파열음은 귀에 거슬립니다. 지하철이 달리거나 정차할 때 내는 소리, 이젠 어딜 가나 피할 수 없는 핸드폰의 벨소리와 통화음, 승객들의 수다, 다음 역이 어딘지 알리는 방송 등이 끊임없이 들려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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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산 들판 거리 지하철…, 연상의 장치로 활용

 
이런 바다, 산, 들판, 도시, 지하철의 풍경들을 사진으로 찍는 순간 나머지 감각기관이 느낌 결과물은 모두 사라지고 시각만이 남습니다. 바로 현장감이 없어지는 것이며 위에서 말한 두 가지 이유 중 하나인 입체감의 상실과 더불어 사진이 밋밋하게 느껴지는 이유입니다. 때문에 셔터를 누른 때의 나의 감동은 사진에서 좀처럼 그대로 재현이 되질 않는 것입니다.
 
이번 강의에선 사진에 소리와 냄새와 맛과 촉각을 담을 것을 제안합니다. (그렇다고 해서 사진을 클릭하면 어떤 음성파일이 작동하거나 향기가 흘러나오는 장치를 부착하자는 이야긴 아닙니다.) 크게 나눠서 두 가지 방법을 제시합니다. 하나는 청각, 후각, 미각, 감각을 촉발시킬 수 있는 매개체에 해당하는 것을 프레임에 담아서 그런 감각들을 연상시키는 장치로 활용하자는 것입니다.
 
그 중 특히 청각을 담을 수 있는 대상들을 찾아봅시다. 우선 사람을 포함한 생물이 있습니다. 입을 크게 열고 있는 가수,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이 활짝 웃고 있는 사람의 얼굴도 좋은 대상입니다. 강아지, 참새, 까치, 갈매기 등도 고유한 소리를 냅니다. 물론 입을 강조하는 앵글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는 것은 기본적인 이야깁니다. 소리를 내는 것으로는 스피커, 마이크 등도 있으며 기타, 바이올린, 피아노 등 악기도 아름다운 소리를 냅니다. 노래방의 탬버린도 만만치 않은 소리를 내는 악기임에 분명합니다.
 
흔들림을 찍느라 나조차 흔들리면 꽝, 삼각대는 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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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의 효과적인 방법은 셔터속도를 이용하는 것입니다. 파도, 계곡의 폭포, 밀밭, 보리밭의 흔들림 등을 찍을 때 셔터속도를 특별하게 해서 찍으면 우리의 감각을 깨우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맑은 날, 필름이나 디지털카메라의 감도가 ISO 200 정도라고 한다면 조리개 수치가 f 16일 때 셔터속도는 1/500초나 1/250초 정도까지 나올 것입니다. 이 셔터속도로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을 찍어봐야 흔들림이 표현되긴 어렵습니다. 즉, 셔터속도를 내려주는 것이 관건입니다. ISO를 가능한 수치까지 낮추고 조리개 수치는 가장 큰 쪽으로 키우면 셔터속도를 조금이라도 더 내릴 수가 있습니다. (셔터속도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는 곽윤섭의 사진마을 강의실, ‘셔터맨과 셔터’ 편에서 볼 수 있습니다.)
 http://news.naver.com/main/hotissue/read.nhn?mid=hot&sid1=103&cid=74106&iid=24034&oid=028&aid=0001945023&ptype=021
 
한계치까지 셔터속도가 다 내려갔는데도 원하는 만큼의 느린 셔터속도가 나오지 않을 땐 ND 필터를 사용하면 도움이 됩니다. ND 필터는 컬러는 변화시키지 않으면서 빛의 양을 줄여주는 역할을 합니다. 즉, 렌즈 너머로 보는 세상을 실제보다 더 어둡게 만들어주기 때문에 셔터속도를 떨어뜨릴 수가 있는 것입니다. 어떤 상황에서 몇 초의 셔터속도가 필요한지에 대해선 일일이 언급할 순 없습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실제로 해보는 것이니 카메라를 매뉴얼 모드나 셔터 우선 모드로 놓고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이나 깃발 등을 찍어보면 금방 셔터 수치를 알 수 있을 것입니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 금주의 미션 ㅣ 사진에서 소리가 들리도록 하라
 
사진엔 시각의 결과물만 담길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지만 청각을 연상시킬 수 있는 대상을 프레임에 담아서 소리를 느껴볼 수 있도록 해보겠습니다. 또한 셔터속도를 이용해서 여러 대상의 움직임을 찍어보길 권합니다. 사진에서 바람소리가 들려온다면 멋진 일이 될 것입니다. 제가 위에서 제시한 것은 일부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주변을 보면서 상상력을 발휘해보시길 바랍니다. 
 
주의사항-셔터속도가 1/60초 이하로 내려가면 흔들릴 가능성이 아주 높아집니다. 삼각대를 준비하거나 삼각대를 대체할만한 장치를 마련해야 안정감이 있는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기간:2009년 9월 3일~ 2009년 9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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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윤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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