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기 전에 잠깐, 사자 귀는 어디 걸렸나?

곽윤섭 2009. 11. 18
조회수 15602 추천수 0
가까이 더 가까이 
 
‘생각하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꽉 채워라
팁 하나 더, 세로의 마법을 익혀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면 신의 손, 곧 고수다
 
 
Untitled-2 copy.jpg

“정글 속의 사자를 찍는다고 치자. 커다란 맹수의 표정은 대단히 강렬하다. 흥분이 밀려온다. 마음 속에선 그림이 된다는 생각이 치밀어오른다. 셔터 위의 손가락에 절로 힘이 갈 것이다. 그러나 이때 욕망을 누르고 냉정하게 자문해봐야 한다. 사자의 귀가 프레임에 닿아있는가?”
 
세계적인 사진교육가 브라이언 피터슨(57)이 사진 초보자들에게 건넨 충고다. <창조적으로 이미지를 보는 법> <뛰어난 사진을 위한 셔터속도의 모든 것> <뛰어난 사진을 위한 DSLR의 모든 것> 등 출간하는 책마다 전 세계적으로 열광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켜온 대가의 훈수답게 에두르지 않고 바로 정곡을 찌른다.
 
Untitled-1 copy.jpg

피터슨을 만난 것은 11월3일 서울 고려대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포토숍 월드 코리아 2009’행사장에서였다. 체육관을 가득 메운 3500여명의 참가자들은 포토숍을 활용한 그의 ‘비포 앤 애프터’(before and after) 시연에 열광했다. 미국과 프랑스를 오가며 사진 강의와 작업을 이어가고 있는 피터슨을 강연이 끝난 뒤 단독으로 인터뷰했다.
 
-사진교육을 오랫동안 해온 것으로 유명하다. 초보자를 위한 촬영팁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것을 이야기해달라.
=요약하자면 ‘가까이 들어가라, 그리고 프레임을 채워라’다. 렌즈를 통해 대상을 볼 때 ‘생각하는 것’과 ‘보는 것’의 차이를 이해해야 한다. 사자의 귀가 프레임에 닿아있지 않으면 셔터를 눌러선 안 된다. 망원으로 더 당기든가 아니면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또다른 팁은 세로 사진을 활용하는 것이다. 어떤 사진을 찍을 때 세로가 최선의 선택이 되는 상황이 있다. 그 상황을 구별해낼 줄 알아야 한다.
 
-가로와 세로의 상황을 어떻게 구분해야 하는가?
=보기 싫은 나무 두 그루 사이에 사람들이 서있다고 하자. 가로로 찍는다면 나무를 피할 수가 없다. 이때 세로로 프레임을 잡으면 사람이 잘리지 않으면서도 나무를 피할 수 있다. 간단한 이치다. 그러나 초보자들은 가로만 고집하는 경향이 있다.
 
Untitled-4 copy.jpg

-초보자가 아닌 고수들을 위한 팁을 제시한다면?

=사진이란 세계를 탐험하는 것이다. 셔터로 감정을 실어내야 한다. 무에서 유를 창조해야 한다. (피터슨이 말하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것은 프레임 구성이나 앵글의 변화를 통한 촬영을 가리킨다. 그냥 눈으로 봤을 땐 의미가 없어 보이는 사물이나 대상의 나열을 프레임 구성이나 앵글의 변화를 통해 접근하면 특별한 뭔가를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포토숍 프로그램을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가?
=카메라만으로는 촬영할 수 없는 상황이 종종 있다. 그럴 땐 포토숍을 적극 활용한다. 예컨대, 역광의 상황에서 보조 조명이나 플래시가 없다면 일단 찍고나서 포토숍으로 디테일을 살려낸다. 상업용 사진을 작업할 때 합성하는 것도 즐긴다. 그러나 단순히 트리밍만을 위해서 포토숍을 쓰진 않는다. 애초 찍을 때 프레임을 꽉 채운다.
 
Untitled-5 copy 2.jpg

-한국에도 당신의 독자들이 많다. 스스로 가장 만족해하는 책은 무엇인가?

=(내가 쓴) 모든 책을 다 좋아하지만, 개인적으로 재미있어 하는 책은 <뛰어난 사진을 위한 셔터속도의 모든 것>이다. 이 책은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얼마 전 뉴욕의 편집자가 이메일을 보내왔는데, 아마존 예술 분야에서 5위에 올랐다고 한다.
 
피터슨은 인터뷰 도중, 기자의 카메라를 잠깐 빌려달라고 했다. 카메라를 받더니 즉석에서 두 가지 시범을 보였다. 하나는 촬영하는 순간 렌즈를 돌려 피사체를 파고드는 ‘주밍’이었다. 다른 하나는 좌우로 움직이는 피사체를 따라잡는 ‘패닝’이었다. 먹이를 노리는 사자처럼 빠르고 정확했다.
 
Untitled-3 copy.jpg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취재

사진의 주인은 '찍힌 사람들'

  • 곽윤섭
  • | 2010.02.03

주영욱 인도에서 찍은 사진을 되돌려주러가는 주영욱씨 전문 사진작가가 아닌 주영욱(49·한국마크로밀코리아 대표)씨는 4일 인도 바라나시로 사진전을...

취재

낯선 땅에서 빛으로 쓴 시, 마음 찰칵

  • 곽윤섭
  • | 2010.01.29

사진전 연 시인 박노해 중동 분쟁지역 돌며 찍은 4만 컷 중 37장 전시 가까이 더 가까이, 아이들 울음소리까지 쟁쟁  1991년 3월12일 ‘노동의 ...

취재

‘버려졌기에’ 아름다운 대륙 눈앞에서 영화로…

  • 곽윤섭
  • | 2010.01.18

‘다큐멘터리 사진 전설’ 살가도의 아프리카전 리뷰 2012년 전시 ‘살아남은 자연’ 제네시스 미리 맛봐 대형 프린트 100장엔 ‘사회 문제’ 섬세하...

사진책

윤미네 집-복간

  • 곽윤섭
  • | 2010.01.07

<윤미네 집>구매하러가기 복간된 '윤미네 집' 전몽각선생의 사진집 '윤미네 집'이 20년 만에 복간됐다. 지난 1990년 전몽각씨의 동명사진전 '윤미네...

전시회

박노해 첫 사진전 ‘라 광야’전

  • 곽윤섭
  • | 2010.01.06

이라크, 레바논, 팔레스타인 등의 첨예한 분쟁 현장에서, 인류 문명의 시원지 알자지라와 쿠르디스탄에서, 카메라를 든 ‘사진가 박노해’를 만납니...

전시회

세바스티앙 살가도 ‘아프리카’전

  • 곽윤섭
  • | 2010.01.06

▲ 루에나시 교외의 학교. 학생 각자가 의자 대용의 물건을 가지고 온다. 앙골라, 1997. 다큐멘터리 사진계의 살아있는 전설인 세바스티앙 살가도...

취재

제사상에 김치? 아차! 족집게 편집자에 ‘꾸벅’

  • 곽윤섭
  • | 2010.01.05

한겨레 섹션 ‘건강 2.0’ 사진취재 후기 (3) 부랴부랴 후보정…자칫 ‘대형사고’ 터질뻔 같은 값이면 맛있게, 예쁜 그릇 빌려 ‘찰칵’ 9월1일치엔...

취재

내 이름은 이혜수, 한국사람입니다

  • 곽윤섭
  • | 2009.12.31

이 사진과 글은 사진가 이기태씨의 작품입니다. 아래쪽에 이기태씨에 대한 소개글이 있습니다. [포토스토리] ‘과거 자신’ 돕는 이혜수씨 베트남...

취재

모유 먹이는 엄마 찍으러 갔다가 ‘대략 난감’

  • 곽윤섭
  • | 2009.12.18

한겨레 섹션 ‘건강 2.0’ 사진취재 후기 민망함도 잠시, 4명의 엄마와 아기 절묘한 포즈 손 사진, 그래픽으로 어수선 ‘편집 위해서라면…’ 8월4...

취재

‘맛이 간’ 고등어 찍었는데 왜이리 싱싱해 보여?

  • 곽윤섭
  • | 2009.12.11

한겨레 섹션 ‘건강 2.0’ 사진취재후기 (1) 연기에 심취한 꼬마 모델 인상 써…모기는 그림으로 ‘뚝딱’ 편집자·취재기자들과 머리 맞대고 이미지 ...

취재

수류탄 든 50년대 군인과 21C 회사원이 같이

  • 곽윤섭
  • | 2009.12.03

강용석 사진전 ’한국전쟁 기념비’ ‘6·25 작가’ 전쟁 60돌 맞아 10년만에 개인전 지루함 벗고 이야기 담아 맛나게 ‘찰칵찰칵’ ▲ 충남 당진군...

전시회

하니포토워크숍 ‘뉴칼레도니아’ 사진전

  • 곽윤섭
  • | 2009.12.02

12일까지 서울 한미사진미술관 한겨레신문사가 마련하는 ‘1회 사진가등용 하니포토워크숍: 뉴칼레도니아’ 사진전이 12일까지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

취재

역사와 전통 - 경동 사진반 동문회

  • 곽윤섭
  • | 2009.11.26

경사회 사진반 옛자료 * 경사회 소개 경사회는 경동 고등학교 사진반 졸업자들로 구성된 모임으로 정식 명칭은 ‘경동 사진반 동문회’ 입니다. ...

취재

사라 문만의 가을동화 잔치 마지막 기회

  • 곽윤섭
  • | 2009.11.24

좋지 않은 카메라 역이용해 특유의 화질 ‘창조’ 만들어, 흐릿하게, 장노출로 찍으면 나도 작가 환상적인 가을동화 <사라 문 특별전> 폐막이 임...

취재

누르기 전에 잠깐, 사자 귀는 어디 걸렸나?

  • 곽윤섭
  • | 2009.11.18

가까이 더 가까이  ‘생각하는 것’과 ‘보는 것’은 다르다, 꽉 채워라 팁 하나 더, 세로의 마법을 익혀라 무에서 유를 창조하면 신의 손, 곧 ...

취재

자연이 찍었다

  • 곽윤섭
  • | 2009.11.17

[하니포토 워크숍] 카메라에 형형색색으로 담긴 풍광·삶·색깔 태평양 섬, 뉴칼레도니아, 사람도 그냥 자연일뿐 모자람도 넘침도 그저 자연이 한 일...

취재

누르기만 하면 모두가 그림, 태초가 있었다

  • 곽윤섭
  • | 2009.11.17

10장보다 나은 1장, 1장보다 나은 10장, 엮었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이야기를 찍었다 3색 테마, 3색 눈, ‘뉴칼레도니아+α’가 빛났다 뉴칼레도니아...

취재

사진 무림 춘추전국시대, 렌즈가 운다

  • 곽윤섭
  • | 2009.11.17

 달빛이 물빛을 읽는다. 안개는 아슴아슴  숨이 목에 차는 순간 찰칵!  필살기 노출 검법이 드디어 완성됐다  이젠 필터 장풍과 후보정 초식...

강의실

[미션 강의실] &lt;22강&gt;인물 찍을 때 예의는 필수, 몰카는 금물

  • 곽윤섭
  • | 2009.11.12

다리 찍어보자 서 있거나 앉거나 꼬거나 뛰거나 걷거나 … 잘못 들이대다간 ‘찰싹’ 친구 밥 한끼 사시라 ‘포토 스페셜-11강’에서 하트 만들기를...

강의실

[미션 강의실] &lt;21강&gt; 한 해 갈무리한 내 마음의 풍경, 시 한 편 찰칵

  • 곽윤섭
  • | 2009.11.05

가을, 추상을 찍자 디지털시대 크로스 오버, 사진일까 다른 무엇일까 문제는 내용…상상의 창고 열면 현실보다 더 현실 사진은 발명 초기부터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