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잔치 봉사 ‘해피 앤 파티 플랜’
“인생에서 중요한 3가지, 황금 소금 그리고 지금
생일상 받는 사람도 좋고 차려주는 사람도 좋고”
경기도 시흥시 노인종합복지관의 전문노인자원봉사단 ‘해피 앤 파티 플랜’은 2013년부터 ‘찾아가는 생일잔치 서비스’를 하고 있다. 한 달에 서너 번꼴로 생일잔치를 여는 이들이 방문하는 곳은 관내에 있는 경로당, 지역 아동센터 등이다. 가끔 거동이 불편해 경로당을 찾지 못하는 재가 홀몸노인도 찾아간다. 지난달 28일 ‘해피 앤 파티 플랜’ 단원들은 시흥시 하중동 관곡마을 성원경로당에서 생일잔치를 열었다. 이날 행사를 마련하고 잔치를 진행한 단원들은 박월성(79), 조윤자(68), 한순(65), 이연우(61), 김명숙(56)씨로 구성된 팀이다. 준비 과정과 봉사활동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단원들이 너나없이 한마디씩 했다.
“준비하는 데 많은 게 필요하다. 마술 연습을 하고 풍선도 만들고 노래 연습도 한다. 애들에게 맞는 노래, 노인에게 맞는 노래가 따로 있겠지. 오늘은 ‘내 나이가 어때서’, ‘안동역에서’, ‘고장 난 벽시계’, ‘묻지 마세요’ 등을 부르려 한다. 악기도 좀 다뤄야 하지. 탬버린, 젬베, 카바사, 우쿨렐레 등이다.”
“왜 봉사활동을 하느냐고? 어르신들이나 아이들이 좋아하고, 무엇보다 내가 좋아서 한다. 엔도르핀이 많이 돈다. 우리도 나이 먹어가면서 모든 것을 자신 있게 할 수 있다. 남을 즐겁게 할 수 있다는 자긍심이 생겨서 좋고 존재감이 생겨서 좋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게 얼마나 좋은지….”
“생일잔치이니 케이크 마련하고 다과 준비하고 폴라로이드로 즉석사진을 찍어서 액자에 넣어 선물한다. 길지 않지만 팀워크가 중요하다. 재가 어르신들에게 생일잔치를 해드렸는데 감격하시더라. ‘자식도 안 챙겨 주는데 와줘서 고맙다’고 눈물을 글썽이는 분도 있었다. 거동이 불편해 복지관이나 경로당 출입도 못 하는 분들이다. 그중에는 평생 생일상을 처음 받아보는 분도 있었다.”
박월성씨는 “서울대병원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10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갔다. 손잡고 기도도 해주고…. 서대문 라파엘의 집에 밥해서 갖다 주기도 하고. 도시락 배달도 하고 장례 미사도 했다”고 말했다. 이연우씨는 “정보화진흥원에서 지원받아 복지관에서 시니어기자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복지관에서 컴퓨터를 배웠고 글쓰기는 1년간 시흥시 노인종합복지관 내의 늠내골작은도서관에서 봉사활동으로 사서를 하면서 책을 많이 본 게 도움이 되었다. 300권 정도 본 것 같다. 가리지 않고 보는 편인데 생텍쥐페리, 베르나르의 <개미> 등 주로 문학 서적이다. 좋은 구절이 있으면 메모를 해뒀다가 글을 쓸 때 인용한다. 사진찍기는 복지관에서 배웠다. 동영상도 직접 촬영한다”고 자랑했다.
복지관에서 4년 동안 바리스타로 일하고 있다는 조윤자씨도 “헬스장에서 2년간 봉사활동을 하면서 헬스기구 사용법을 배웠다”고 자랑했다. 조씨가 “복지관에서도 많이 배웠다. 난타, 노래, 요가, 차밍댄스, 라인댄스…”라고 하자, 김명숙씨는 “나도 난타와 검도를 배웠는데 아직 일을 하고 있어서 언니들 따라다니는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다.
성원경로당에 도착한 단원들은 경로당 할머니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생일잔치 준비를 했다. 펼침막을 걸고 풍선을 달았다. 생일을 맞은 분들에게 축하 모자를 씌우고 준비한 생일케이크를 놓았다. 축하 노래를 부르고 촛불을 껐다. 초는 100살까지 사시라고 하나씩만 꽂았다. 여러 레퍼토리로 축하공연을 하고 마술을 선보였다. 할머니들이 열렬하게 호응했다. 기념사진을 찍었다. 이날은 두 분의 생일잔치를 했다. 다른 달에 생일이 있는 분들이 있을 터이니 또 방문하게 될 것이다. 단원중 한 명이 작별인사를 했다.
“인생에 있어서 중요한 세 가지 금이 있어요. 뭐든지 살 수 있는 황금이 있고요. 음식에 빠질 수 없는 소금이 있어요.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지금이에요. 어르신들, 그리고 절대로 넘어지면 안 돼요. 알았죠!”
시흥/글·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