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력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그래도 공장 씽씽”

사진마을 2016. 02. 25
조회수 7703 추천수 1

[내 나이가 어때서] 5-고령자친화기업-엠 코리아 운영 신윤정씨


mko1.jpg » 22일 경기도 시흥시 은행로 ‘엠코리아’ 공장에서 신윤정 대표이사(뒷줄 왼쪽에서 두 번째)가 직원들과 함께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전체 직원 17명 중 14명이 60살 넘어


일부러 노인 많은 곳에 공장 지어

나이 든 부모 모시듯 

 

툭하면 그만두는 젊은이들과 달리

사생활 안정돼 이직률 낮고

척 하면 회사가 뭣 필요한지 알아

 

올 안 고성에 직원 휴양 연수원

텃밭에 블루베리 등 심고

무상 양로시설 만들어 노후까지

  


자동차의 내부 바닥에 까는 카매트를 생산하는 ㈜엠코리아 시흥공장에는 일반적인 제조업 공장에 비해서 고령자가 많이 근무하는 편이다. 전체 직원이 17명인데 그중 14명이 60살 이상이다. 대표이사 신윤정(61)씨의 강력한 의지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22일 경기도 시흥시 시흥공장에서 만난 신 대표는 “언젠가부터 언론매체를 보면서 우리 사회에서 자식들이 나이 든 부모를 잘 모시지 못하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연로한 부모들이 자식들과 떨어져 살려는 것이 반드시 자식 세대들을 못 믿어서가 아니다. (시집온) 며느리가 남편의 부모를 모신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지 않으냐. 양로원(요양시설)을 보면 노인들을 돈벌이 수단으로 삼고 있는 것 같아서 못마땅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고 고령자를 많이 고용하게 된 동기를 밝혔다. 그는 “궁극적으로는 무상으로 운영하는 양로원을 만들고 싶다. 그 첫 단계가 노인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노인들 돈벌이 수단 삼는 것 못마땅"


 신 대표는 2014년 8월에 시흥 은행로에 공장을 만들었다. 노인들이 많이 사는 곳에 공장을 만들어야 노인을 모집하기 쉬울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출퇴근의 편의성을 고려한 것이다. 2015년 상반기엔 직원 수가 20명이 넘었는데 그 뒤 경기가 좋지 않아 지금의 규모로 줄었다고 한다.

 젊은 사람들에 비해 노동력이 떨어지지 않는지 묻자 신 대표는 “체력으로 보자면 좀 떨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우리 공장에선 그렇게 힘을 쓰는 업무가 많지 않아 문제될 것이 없다. 조금 무거운 것을 드는 일은 젊은 사람들이 한다. 일부러 체력과 상관이 없는 공정에 고령자분들을 배치하고 있다. 게다가 고령자들은 이직률이 낮다는 결정적인 장점이 있다.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어디든 비슷하겠지만 3개월을 채 못 넘기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 젊은 사람들은 곧잘 떠난다. 우리 공장의 고령자들은 3개월을 넘기고 나면 안정적이 되어 쉽게 그만두지 않는다. 다들 사회경험이 있는 분이다 보니 탄력적으로 일을 한다”고 대답했다.

 쉽게 이해가 되었다. 몇 달만 근무하고 나면 고령자들은 회사가 뭘 필요로 하는지 척 보면 알게 돼 자진해 협조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젊은이들과 달리 사생활도 안정돼 있어서 ‘느닷없이’ 결근하는 법이 없어서 좋다. 물론 쉴 때는 쉬지만, 미리 집안의 대소사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쉴 날짜를 알려주기 때문에 공장 운영에 무리가 없게 조정을 할 수가 있다는 것이다. 신 대표는 “다들 가정에선 어르신들이다. 그러니 자식들 관련해서 여러 일정이 많을 수밖에 없다. 오늘만 해도 두 분이 졸업식에 간다고 해서 쉬셨다. 물론 한참 전에 미리 이야기해주신 일정들이니 라인에 차질이 없다”고 했다.

 신 대표와 함께 공장을 둘러보았다. 프레스로 매트를 찍어내고 재봉틀로 가장자리에 박음질을 하고 조립한 뒤 포장해 출하하는 과정을 거친다. 이 공장에서 만드는 ‘반딧불 카매트’는 국내 최초의 이중 벌집구조형으로, 상판과 하판으로 되어 있어 조립 과정이 필요하다. 재봉틀에 앉아 있는 이용숙(70)씨는 “힘들지 않아요. 두 달간 재봉을 배웠는데 이젠 익숙해져서 편하고 좋아요”라며 여러 곡선이 들어 있는 매트를 능숙하게 손질해냈다.

 

“돈 많이 번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아”


 대부분 고령인 만큼 다들 경력이 만만찮을 것 같았다. 이 점에 대해 신 대표는 “처음에 이력서를 받을 때 전직 경력을 쓰지 말라고 주문했다. 서로 즐겁게 일하자는 것이 나의 모토다. 이력서엔 나이와 활동 가능 여부만 쓰게 했다. 젊었을 때 얼마나 높은 자리에 있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우리 공장에서 일하시는 분들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어서 서로 옛날이야기는 잘 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3명의 젊은 사람이 고령자들과 함께 잘 어울리나 보다 했는데, 그 ‘젊은 사람’도 50대였다.

 신 대표는 오는 3월에 강원도 고성에 연수원을 지을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안에 공사가 끝나면 내년부터는 그곳을 회사 직원들의 휴양시설로 쓸 생각이다. 2천평가량의 부지를 확보했는데 건물 자리를 뺀 대부분의 땅은 텃밭으로 가꿔서 블루베리 등을 심으려고 한다. 의지할 데 없는 고령자들에게 무상으로 양로시설을 제공한다는 장기 계획을 착착 진행하고 있다.

 신 대표는 “대학을 졸업하고 10년 동안 직장에 다니다 창업을 했다. 고무 공장, 유통, 섬유사업 등을 했는데 잘나갈 땐 4개 업체까지 운영했다. 아이엠에프(IMF) 때 부도가 났는데 다시 일어섰다. 은행 빚을 말끔하게 다 갚고 현재 공장을 2개까지 살려냈다. 죽을 때 돈 많이 번 사람으로 남고 싶지 않다. 노인들이 자식들에게 기대지 않으려면 돈이 필요하니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앞으로도 계속 고용할 생각이다. 이런 말을 내가 해서 좀 그렇지만 뿌듯하다. 무엇보다 60살 이상 된 분들로도 아무 탈 없이 공장이 안정적으로 잘 돌아간다는 게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시흥/글·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취재

그는 온통 땅 위의 별이었다 [1]

  • 사진마을
  • | 2016.03.08

[쿠바는 쿠바다] <4> 체 게바라가 묻혀있는 산타 클라라 아바나를 벗어나 쿠바의 다른 도시 탐방 시작 거리에, 간판에, 동상에 체 게바라, 체 ...

전시회

카메라도 흥분해 떨리는 행복 [1]

  • 사진마을
  • | 2016.03.07

박신흥 사진전 '해피데이즈' 찍히는 사람도, 찍는 사람도, 보는 사람도...   박신흥의 사진전 ‘해피데이즈’가 서울 충무로 갤러리브레송에...

뭘까요

2월 뭘까요-누구일까요-1월 당첨자 발표

  • 사진마을
  • | 2016.03.04

1월치 ‘누구일까요?’의 정답은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권철입니다. 추첨해 다섯 분을 뽑았습니다. 김만평, 김수종, 김은혜, 이해빈, kimsj님께 캐나다 ...

취재

무코팅 렌즈로 담은 ‘자연의 빛’

  • 사진마을
  • | 2016.03.04

노성미 개인전 ‘산 너울, 빛 너울’ 산후 우울증 치료하려고 사진 시작 전날 산 올라 새벽 여명 빛으로 촬영 1년반 동안 매주 찍은 산 사진 ...

취재

“기억하면 사랑이 되는 게 사진이잖아요” [1]

  • 사진마을
  • | 2016.03.04

다문화가정 사진 촬영 7년째 인클로버재단 한용외 이사장 인클로버재단은 다문화가정을 찾아가 가족사진 찍어주는 일을 7년째 주력사업으로 펼쳐온 ...

취재

일단 그림이 되니 막 눌렀다, 근데 왜 찍지? [2]

  • 사진마을
  • | 2016.03.01

[쿠바는 쿠바다] <3> 오래된 거리 오래된 차, 관광객에게는 낭만이지만... 헤밍웨이의 그 단골집 그 술, 그에겐 구원이었는데   새벽에 일어났다...

취재

북한 김정은과 남한 이민호가 동격?

  • 사진마을
  • | 2016.02.26

[쿠바는 쿠바다] <2> 쿠바 기자와 쌍방향 인터뷰 쿠바 기자는 북한체제 묻고 한국기자는 카스트로 물어 관광관련 학과 인기…TV 방영 한국 드라마...

취재

황금, 소금 그리고 지금 [1]

  • 사진마을
  • | 2016.02.25

생일잔치 봉사 ‘해피 앤 파티 플랜’  “인생에서 중요한 3가지, 황금 소금 그리고 지금  생일상 받는 사람도 좋고 차려주는 사람도 좋고” ...

취재

“경력 묻지도 따지지도 않아…그래도 공장 씽씽”

  • 사진마을
  • | 2016.02.25

[내 나이가 어때서] 5-고령자친화기업-엠 코리아 운영 신윤정씨   전체 직원 17명 중 14명이 60살 넘어 일부러 노인 많은 곳에 공장 지어 나...

취재

찍으면 사진이 되는 나라 [4]

  • 사진마을
  • | 2016.02.24

[쿠바는 쿠바다] <1> 갈아타는 비행기 삐긋해 돌고 돌아 48시간만에 발디뎌 도착하자마자 누르기 시작해 누르고 누르고 또 눌렀다  "Al Imperi...

취재

“다 늙어빠진 얼굴 찍어 뭐하게 하셨던 ‘백수 어르신’이 첫 모델이죠” [2]

  • 사진마을
  • | 2016.02.12

[한겨레 짬] 무주 포내리 상곡보건진료소장 박도순씨 시골마을 보건진료소장이 사진 에세이집을 냈다. <포내리 사람들>. 한가로운 지역이어서 취미삼...

사진책

혹시 친구 필요하지 않으세요? [3]

  • 사진마을
  • | 2016.02.05

고양이 사진가 김하연의 두번째 에세이 <어느새 너는 골목을 닮아간다> 출간   신문배달원 사진가 김하연의 고양이 사진에세이집 ‘어느새 너...

취재

어르신이 어르신에게 마음 치유

  • 사진마을
  • | 2016.02.03

 [내 나이가 어때서 4] 우울증 예방교육 프렌즈봉사단  75살 이상 자살 70%가 우울증 탓    OX퀴즈에 갑론을박, 정답은…  추임...

뭘까요

1월 뭘까요-누구일까요-12월 당첨자 발표

  • 사진마을
  • | 2016.02.02

12월치 ‘뭘까요?’의 정답은 목탁입니다. 추첨하여 다섯 분을 뽑았습니다. 강명지, 송미경, 유은경, 이승환, 이일주님께 ‘또 다른 언어, 수어로 ...

사진책

사진하는 태도가 틀렸어요 [1]

  • 사진마을
  • | 2016.01.29

박찬원 사진공부하다 쓴 에세이집 골프, 야구, 생선회... 사진도 힘을 빼야 사진을 시작한 지 만 8년이 된 사진가 박찬원(72)씨가 사진공부를 하...

전시회

낯설지 않네, 그림자 늘어진 어느 오후

  • 사진마을
  • | 2016.01.29

김승현 사진전 '낯선 일상 그 이후'  2012년 첫 개인전 ‘낯선 일상’을 열었던 김승현 작가가 4년 만에 ‘낯선 일상 그 이후’를 전시한다. ...

전시회

그가 찍으니 스타가 여신으로 [1]

  • 사진마을
  • | 2016.01.25

인간의 몸을 그리스신화 속 여신으로 승화시켜 최고의 패션사진가, 허브릿츠 한국 첫 사진전 허브릿츠 (1952~2002)의 사진전 ‘허브릿츠 워크-할리...

취재

코엑스에 내 사진이 걸린다면

  • 사진마을
  • | 2016.01.22

  2016년 5월, P&I와 세계 7대륙 여행사진 공모전 무료, 유료 참가 가능... 접수는 3월 31일까지.     해마다 5월이면 서울 코엑스에...

전시회

꿈결 같은 모던타임즈, 응답하라 1950~60년대

  • 곽윤섭
  • | 2016.01.18

한영수 사진전 <서울, 모던타임즈> ‘6학년’ 이상이면 ‘쌍과부집 데칸쇼’를 안다 그때 그 시절 사진 속에 감춰둔 새로운 세상   한영수(1933~...

취재

영어 배워서 남도 주고 팝송 노래도 멋지게 한 곡조

  • 사진마을
  • | 2016.01.13

[내 나이가 어때서] <3> 서울노인복지센터 잉글리쉬클럽 1. 강명준 강사가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운동 서울노인복지센터에서 잉글리쉬클럽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