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몸을 그리스신화 속 여신으로 승화시켜
최고의 패션사진가, 허브릿츠 한국 첫 사진전
허브릿츠 (1952~2002)의 사진전 ‘허브릿츠 워크-할리우드의 별들’이 2월 5일부터 5월 2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열린다. 허브릿츠재단이 소장하고 있는 100여 점의 작품이 걸리는 이번 전시는 한국에선 처음이다.
사진가 허브릿츠의 사진인생은 그가 1978년 그의 친구였던 리처드 기어를 낡은 자동차 앞에서 찍기로 마음 먹은데서 시작된다. 당시 신인배우였던 리처드 기어의 사진이 보그, 에스콰이어, 마드모아젤 같은 잡지에 실리면서 배우도 유명해졌고 사진가 허브릿츠도 주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보도사진가들이 역사적 장면을 찍고 유명해지듯 패션이나 연예사진가들은 유명 연예인을 찍고서 유명해지곤 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엔 보도사진가가 찍었기 때문에 세상에 알려진 사건도 있으며 패션사진 쪽도 마찬가지다. 허브릿츠가 찍은 사진이 당대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으면서 허브릿츠와 스타가 동시에 성장한 사례가 많다. 허브릿츠는 1981년에 엘르의 표지사진으로 브룩실즈를 찍었고 올리비아 뉴튼 존의 ‘피지컬’ 음반사진을 찍었다. 1986년에는 음반 ‘트루블루’를 위해 마돈나를 찍었다.
이후 1990년대 후반까지 허브릿츠의 카메라 앞에 선 셀레브리티의 이름은 당대 슈퍼모델의 명단과 일치한다. 1989년에 롤링스톤 잡지를 위해 촬영한 ‘스테파니, 신디, 크리스티, 타티아나, 나오미’는 1990년대 슈퍼모델 전성기의 아이콘이 되었고 허브릿츠 사진인생의 대표작이 되었다.
» 나오미 캠벨, 1990년
» 엘리자베스 테일러, 1991년
» 크리스티 털링턴, 1990년
» 리처드 기어, 1978년
» 월계수가 된 다프네, 1985년
» 마돈나, 1990년
» 허브릿츠
허브릿츠는 전성기에 거의 아르마니, 샤넬, 베르사체, 등 대부분의 명품브랜드를 위한 상업사진을 찍었으며 한편으로 뮤직비디오 감독으로도 왕성한 활동을 펼쳐 마돈나, 쟈넷 잭슨, 나오미 캠벨, 제니퍼 로페즈, 브리트니 스피어스, 샤키라의 뮤직비디오를 찍었다.
1996년 허브릿츠의 사진이 보스턴 파인아트 미술관에서 전시되었고 25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들었다. 허브릿츠는 2002년 에이즈로 인한 폐렴 합병증으로 세상을 떴다.
허브릿츠는 인간의 몸을 혁신적으로 표현해냈다. 그리스시대의 조각을 염두에 둔 포즈를 즐겨 만들어냈으며 고대 신화에서 직접 모티브를 따온 사진작품도 만들어냈다. 종종 성에 관한 전통적인 범주와 관념을 벗어난 사진으로 화제를 모아온 허브릿츠에게는 누드를 예술로 승화시켰다는 표현이 합당한 편이다. 20세기 최고의 패션 상업사진가 중의 한 명인 헬무트 뉴턴이 변태스럽고 외설적인 누드에 집착했던 것과 비교할만하다. 뉴턴은 그 방향으로 성공했고 허브릿츠는 다른 길을 택했다.
사진 제공/사진기획전문회사 디투씨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