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이 어르신에게 마음 치유

사진마을 2016. 02.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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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나이가 어때서 4] 우울증 예방교육 프렌즈봉사단

 

ff01.jpg » 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프렌즈봉사단' 김열래씨가 1월 2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미근문화원에서 어르신들에게 우울증 예방교육을 하다가 마술을 보여주고 있다.

 


 75살 이상 자살 70%가 우울증 탓
 
 OX퀴즈에 갑론을박, 정답은…
 추임새도 넣고 장단 맞추며 공감
 
 진단 10계명, 예방 10계명
 속을 속속들이 들여다보듯 ‘콕콕’
 
 부끄러운 병 아니고
 치매 같은 정신병도 아니다
 
 팔 다쳐 깁스하면 낫듯
 뇌도 마찬가지
 
 더 사랑하고 예뻐해주고
 약과 식사 잘 챙기면 말짱

 

우울증 ○× 퀴즈
1. 노인 우울증은 병이다.
2. 노인 우울증은 자연스러운 노화현상이다.
3. 노인 5명 중 1명은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다.
4. 자살은 우울증의 증상이다.
5. 기억력 감퇴는 우울증의 증상이다.
6. 이유 없이 몸이 아픈 것은 우울증의 증상이다.
7. 배우자나 친구가 사망하면 우울증에 걸릴 수 있다.
8. 우울증 환자는 집에만 있어야 한다.
9. 우울증 환자는 억지로라도 밖으로 데리고 나가고 잔소리를 해야 한다.
10. 우울증 약을 먹으면 바보가 된다.                                                                     

정답과 해설은 아래쪽에


시립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 소속 전문노인자원봉사단인 ‘프렌즈봉사단’의 단원인 김열래(77)씨와 정영식(66)씨가 27일 서울 서대문구 미근동 미근문화원(경로당)을 찾았다. 열다섯명 안팎의 어르신을 대상으로 우울증 예방 교육을 하는 날이다. 프렌즈봉사단은 2007년에 만들어졌으며 회원 20명이 팀으로 움직이며 연 12회의 우울 예방 교육, 연 4회의 지역사회 다시 웃기 우울 예방 캠페인, 연 2회의 청소년 우울 예방 교육 등의 정기 활동과 더불어 일대일 결연, 사랑의 안부전화, 방문상담, 문화탐방 등의 활동도 수시로 해오고 있다.


 경로당에서 정영식씨가 ○×퀴즈의 10번째 문제를 냈다. “마지막 문제입니다. ‘우울증 약을 먹으면 바보가 된다’ 맞습니까? 맞으면 동그라미, 틀렸다고 생각하면 가위표를 하세요.” 경로당에 모인 할머니들이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맞아 맞아, 바보가 된다더라.”
 “아니래, 약 먹어도 괜찮다더라.”
 정씨가 웃으면서 말했다. “정답은…….”


 이에 앞서 김열래씨가 20여분 동안 할머니들을 대상으로 교육을 했다. 경로당에서 편하게 자리를 잡은 할머니들은 때맞춰 추임새도 넣고 아는 이야기가 나오면 장단을 맞추면서 교육에 빠져들었다.
 “세 가지를 가르쳐 드리려고 합니다. 꼭 지키셔야 합니다. 오늘 우리는 우울증 공부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75살 이상의 어르신들 중에서 우울증으로 자살하는 분이 전체 자살하시는 분의 70%를 차지해요. 무서운 일입니다. 게다가 전체 자살률로 봐도 우리나라가 1위였어요.”
 -맞아, 1위래 1위.


 “오늘 배울 세 가지는 뭐냐면 우울에 대한 증상을 아는 것, 그리고 왜 이 증상이 일어나는지 원인을 알아보는 것, 그리고 치료, 이렇게 세 가지입니다. 어르신들이 경험해봤겠지만 우울의 우는 걱정이고 울은 답답함이에요. 가슴이 답답한 병이다. 어딘지 모르게 찝찝하고 결국 잠도 안 와요. 잠을 안 자니 밥맛도 없어지고 체중이 빠지죠. 기운이 없어지니 자신도 없어져. 초조하고 불안해요. 마치 내가 죄인처럼 느껴지는 거죠. 그러다가 자살하고 싶어지게 됩니다. 보통 사람들도 우울감이 다 있어요. 슬픔도 있고…. 친구랑 싸워도 슬프죠. 길을 나서다가 갔던 길을 또 가고 왔다 갔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고….”
 -맞아 맞아. 누구 보니 그렇더라. 나이도 얼마 안 되었는데…, 72살밖에 안 되었는데 말이야.


 “그렇죠. 또 이런 경우도 있어요. 목구멍에 뭐가 걸렸다는 분이 있습니다. 이런 우울증상이 계속되면 생활에 지장을 줍니다. 학교, 가정, 직장에. 그런데 이런 증상이 괜히 오는 것이 아닙니다. 원인이 반드시 있습니다. 우리가 원인을 알아야 합니다. 첫째는 스트레스입니다. 압박감, 긴장감 이건 어디서 와요? 생활 주변에서 옵니다. 돈이 없는 분, 불안한 분, 만성질환 등입니다. 어르신들 어디가 아프세요?”
 경로당에 앉아 있는 할머니들이 이구동성으로 반응을 보였다. 저마다 한마디씩 하면서 동병상련의 의견과 조언과 진단을 주고받았다.
 -허리, 온통 아파, 다리, 관절…, 속도 안 좋고. 짜고 맵게 먹으니 그래. 맞아요 맞아. 당뇨, 골다공증, 콜레스테롤, 혈관이 좁아지고.
 “그렇죠. 그런 분들이 약을 계속 드시는데 그런 경우에 약 때문에 뇌로 가는 물질의 밸런스가 서로 안 맞아서 뇌의 기능이 일시적으로 저하되어 생기는 것이 우울증입니다. 이건 치매가 아닙니다. 정신병도 아니고요. 우리가 팔을 다치면 깁스를 하잖아요. 깁스를 하고 있으면 불편하지만 치료하면 낫습니다. 뇌도 같아서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우울증은 낫습니다. 병원 가서 치료하면 됩니다. 그렇죠. 얼른 병원에 가면 됩니다.”

 

ff03.jpg » 정영식씨가 OX퀴즈를 진행하고 있다.

ff04.jpg » 퀴즈를 풀고 있는 어르신들.

 


 김열래씨는 “치료를 받는 것이 가장 중요한데 본인도 노력해야 하지만 주변에서 보호자가 우울증 환자를 사랑하고 예뻐해줘야 하고 약과 식사를 잘 챙겨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씨가 이날 어르신들에게 강조한 우울증 예방법은 다음과 같다.
 1. 술과 카페인을 피하고 담배는 끊어버린다. 담배를 피우면 우울증 확률이 2배가 된다.
 2. 육류를 줄이고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는다. 규칙적인 식사를 해야 한다. 등 푸른 생선이 좋다.
 3. 하루에 20분 이상 햇빛을 쬔다.
 4. 하루 30분씩 일주일에 3회 이상 운동을 해야 한다.
 5. 물을 하루에 8잔 이상 마신다. 물을 마시면 혈액순환에 도움이 된다. 물을 자주 마셔서 속에 있는 나쁜 것을 내보낸다.
 6.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긍정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7. 항상 대화하는 습관을 기른다. 그러기 위해선 친구가 있어야 한다. 집에만 있으면 안 된다.
 8. 욕심을 버리고 체념하는 법을 배운다.
 9. 자주 많이 웃고 또 웃는다.
 10. 이 모든 것의 총합이 스트레스다. 스트레스를 해소해야 한다. 해소법의 하나로 교차호흡법이 있다. 오른손 검지로 오른쪽 콧구멍을 막고 깊게 숨을 쉰다. 이번엔 반대로 한다. 1분에 열두 번 정도 해본다.


 김씨는 교육 막바지에 어르신들에게 호소하듯, 친구에게 당부하듯 강조했다.
 “우울증은 부끄러운 것이 아닙니다. 우울증 약 먹어도 중독 안 됩니다. 반드시 낫습니다. 여러 어르신들이 이제부터 홍보대사가 되어서 주변에 교육도 하고 알리기도 하셔야 해요. 2007년부터 서대문에서 이거 했는데 서대문의 자살률이 내려갔답니다. 우리 모두 행복한 서대문을 만들어요. 다 같이 박수!”

ff05.jpg » 김열래씨가 교육을 하고 있다.

공감 치유
이혼하고 홀로…검은 옷·모자에 방 ‘콕’
밝은색 입혔더니 말문 트고 바깥활동

 

프렌즈 단원 중에는 2007년부터 계속 활동하는 분들이 있다. 미근경로당에서 교육을 마치고 서대문노인종합복지관으로 돌아와 초창기부터 활동한 회원 박상희(75)씨, 윤정화(76)씨와 인터뷰를 했다.


 -미근경로당에서 교육하는 것을 보니 프렌즈 단원들이 대단히 뛰어난 교육을 하더라. 어떻게 배우는가?
 “수시로 전문강사를 모셔서 배웠고 최근 기법까지 계속 업데이트하고 있다. 2008년에는 이화여자대학교의 이경희 교수가 ‘노년의 특성과 노년학습자의 이해’를 강의했고 그밖에 노인 우울 및 자살의 이해, 노년기 정신건강 및 전화상담 기법, 시니어강사 스피치 교육, 자살예방교육, 우울예방강사 양성교육 등을 배웠다.”


 -우울증은 위험한 병인가?
 “혼자 사는 독거노인이 많아지고 있다. 이들이 우울증에 걸리면 치매로 발전하기 십상이다. 그러다 보면 자살로 이어진다. 우울증 환자의 80%가 자살을 시도한다는 통계가 있다.”


 -상담하거나 봉사활동을 하면서 만난 사람 중에서 우울증을 극복한 사례를 소개해 달라.
 (박상희) “2009년인가에 나하고 동갑인 할아버지와 복지관을 통해 일대일 결연으로 상담하게 되었다. 이분이 이혼하고 자녀들도 집을 나가버려 혼자 살게 되었는데 우울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항상 방 안에서 검은 옷을 입고 검은 모자를 뒤집어쓰고 앉아서 꼼짝도 하지 않는 거다. 대화를 시도했는데 모자를 쓰고 있으니 눈을 맞출 수가 없었다. 모자를 벗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집에 가서 남편에게 이런 이야길 했더니 ‘옷과 모자를 새로 장만해서 주자’고 하더라. 그래서 밝은색으로 싹 갈아입혔다. 그러고는 변화가 왔다. 1년 정도 걸렸다. 밝아지니 대화도 하고 바깥출입도 하더라. 난초 치는 것도 배우고 서예도 하더니 마포복지관에서 서예 선생도 하더라. 우리 남편이 아파트 경비 일자리를 제의했는데 그건 또 ‘매이는 게 싫다’면서 거절하더라. 상담도 했지만 투자도 했다. 이분이 갈비탕을 좋아해서 가끔 사 드린다. 남편과는 문자를 주고받으며 형님 아우 하고 지내고 있다.”


 -본인은 어떤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하게 되었는가?
 “내가 형제가 여자 여섯인데 다섯째 딸이다. 아버님이 아들처럼 키우겠다면서 이름을 지으셨다. 봉사하면서 살아야 명이 길어진다고 어릴 때부터 내게 말씀하셨다. 그게 평생 따라다녔고 지키려고 노력했는데 과연 말 그대로 된 것 같다. 내가 유방암과 난소암이 걸렸는데 봉사활동을 많이 해서 은혜를 입었는지 살아남았다. 하하.”


 곁에 있던 윤정화씨에게 사례를 물었다.ff001.jpg » 프렌즈봉사단 정영시, 김열래, 박상희, 윤정화씨(왼쪽부터)
 윤씨는 “내가 상담을 맡았던 할머니는 아현동에 살았는데 수급자가 아니었다. 아들이 3명 있다는데 다 나가 살았으니 할머니 혼자였다. 가보니 집이 큰데 전화도 불통이고 전기도 끊어져 있었다. 집이 컴컴하면 사람이 못 살아. 우리 남편이 공대 출신이거든. 그래서 같이 가서 싹 고쳐주고 왔다. 그 이후엔 그 할머니랑 함께 야유회에 가서 고구마도 캐고 옥수수도 따고 재미있게 잘 지냈다”고 말했다.


 인터뷰를 지켜보던 정영식(66)씨가 “윤정화 선생은 봉사를 할 게 아니라 받을 나이다”라고 웃으면서 말했다. 윤정화씨는 “안 받아. 봉사하고 사니 삶이 윤택해져서 좋아. 정씨처럼 젊은 봉사자가 새로 들어오니 좋구먼”이라고 맞받았다.


 프렌즈 단원들은 마지막 한마디를 강조했다.
 “욕심을 부리면 안 돼. 내려놓아야 해.”

 

 

정답과 해설
1. ○  병이다. 마음의 감기라고 보면 된다. 약을 먹으면 낫는다.
2. ×  모든 노인에게 우울증이 오는 것이 아니다. 실제로 40대, 50대가 더 많다.
3. ○
4. ○  맞다. 우울증 환자의 80%가 자살을 시도하거나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5. ○
6. ○
7. ○
8. ×  어떻게든 바깥활동을 하는 것이 좋다.
9. ×  그렇지만 자연스럽게 유도해야지 강제로 하는 것은 좋지 않다.
10. ×  우울증은 정신병이 아니다. 약을 먹어도 바보가 되질 않는다.


글 사진/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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