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의실] 왜 사진을 배우려 하나

사진클리닉 2008. 02. 25
조회수 11665 추천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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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송과 꼬마의 대결

 “왜 사진을 배우려고 하나”
여러 사람들에게 사진을 왜 배우려고 하는지 물어보았다. 가장 많은 대답은 “사진을 (체계적으로)잘 찍고 싶어서”였다. “하는 업무가 사진과 연관된 것이 많아요, 글쓰기를 하는데 사진도 필요하더군요, 갈수록 사진이 많이 쓰이는 것 같아요” 등 실리적인 이유도 포함되어 있었다. “교사로서 학생들의 삶을 기록하고 수업자료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 “시간이 남아서”, “뜻밖에 돈이 생겨서”, “일하고 있는 단체에서 사람들이 대표로 가서 배우고 오라고 떠미는 바람에”, “강사가 마음에 들어서” 등  다양하고 엉뚱한 소수의견도 있었다.

 동기는 다양했지만 사진을 잘 찍고 싶은 마음은 한결 같다. 그래서 이 책의 첫마디도 이렇게 시작했다.  “왜 사진을 배우려고 하나”

 요즘 나오는 디지털카메라는 어떤 것이든 자동카메라다.  1839년 사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 나타난 카메라는 완전 수동이었지만 그 이후 긴 세월을 거치면서 차츰 자동기능이 포함되어 왔다.  필름카메라의 경우엔 모든 것을 손으로 조작해야 하는 완전수동 기종도 있지만 요즘은 수동과 자동기능이 겸용으로 갖추어진 것이 일반적이다. 디지털카메라도 고급기종은 수동기능이 포함되어 있지만 모든 기능을 자동으로 쓸 수 있게 되어 있다.
 
 그렇다면 자동카메라는 무엇을 자동으로 찍어준다는 말일까.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초점조절자동기능이다. 다음으로 셔터속도와(and/or) 조리개이며, 화이트밸런스등도 자동조절이 된다. 여러 자동기능 중 가장 유용하고 한편으로 카메라 메커니즘 발전의 많은 단계에서 가장 획기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초점 조절 자동기 능일 것이다. 초점이 맞지 않는 사진은 나중에 되살릴 수가 없다. 컴퓨터상에서 사진을 만지는 프로그램이 수도 없이 나와 있지만 처음부터 초점이 흐릿한 경우라면 이를 해결하는 뾰족한 방법은 없는 것이다. 사진을 찍었지만 실패했다고 느낄 때 가장 흔한 증상이 초점의 문제다.  눈이 나쁜 사람이나 초점을 맞추는 것이 귀찮은 사람들에겐 침침했던 눈이 확 떠지는 것 같은 발명이다. 눈이 좋고 부지런한 사진가들도 자동초점기능을 애용한다. 가끔은 눈과 손끝으로 맞추는 것보다 더 정확하게 초점이 맞는 것 같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유용한 자동기능은 셔터와 조리개의 연동을 이용한 여러 가지의 자동노출기능이다. 뒤에 다시 언급하겠지만 조리개와 셔터속도를 모두 알아서 결정해주는 프로그램 모드, 셔터속도를 정해주면 그에 맞는 조리개수치를 알아서 제시하는 셔터속도 우선 모드, 조리개수치를 정해주면 그에 맞는 셔터속도를 제시하는 조리개 우선 모드 등이 모두 자동노출기능의 여러 가지 방식이다. 이 또한 자동초점에 버금하는 놀라운 발명이다. 사진을 찍는 사람들의 실수 혹은 실패 원인 중 두 번째로 많은 것이 노출부족 혹은 노출과다인 것을 생각하면 퍽이나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능이 아닐 수 없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면 같은 렌즈를 달고 프로그램모드로 맞춰놓은 두 대의 같은 디지털카메라를 앙리 카르띠에 브레송(선생님, 죄송합니다)과 사진을 처음 시작한  유치원 꼬마에게 주고 같은 방향을 향해 같은 눈높이에서 동시에 셔터를 누르게 한다면 어떻게 될지 생각해 보자. 둘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서 있다 해도 화각의 차이는 조금 차이가 날 것이다. 그 사소한 차이를 제외하면  둘의 사진은 (거의) 같을 수밖에 없다.
 
 자동기능이 있어 유명한 대사진가와 유치원 꼬마의 사진이 같아지는데도 사진을 배워야 하는 이유가 있는 것일까?  물론 사진을 배워야 하는 이유는 있다.  왜냐하면 자동기능이 뒷받침되지 않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기술이 더 발전해도 영원히 자동으로 전환되지 않을 기능들이 엄연하게 존재한다.

 우선 셔터를 언제 누를지 결정하는 것은 자동으로 되지 않는다. 그리고 렌즈의 화각을 결정하는 것도 자동으로 될 수가 없다.  극히 제한적인 영상을 찍는 예외가 있다. 속도위반자동차를 찍는 도로의 감시카메라같은 경우엔 일정속도 이상에만 반응하는 장치가 있다. 그러나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한 목적이 아니다. 야생동물의 생태를 조사하기 위해 부비트랩 같은 센서나 무선감지기를 달아서 동물이 어느 지점을 지나가는 순간에 셔터가 눌러지게 하는 카메라가 있고 우주탐사선에 장착되어 화성표면의 바위와 평야를 찍어보내는 카메라가 있지만 이 역시 좋은 사진이라기 보다는 증거용 사진의 찍기위한 수준에 머무르는 특수한 경우다. 


 무엇인가를 찍기 위해 렌즈를 선택하고 줌을 당길지 밀지 아래에서 찍을지 위에서 부감으로 찍을지를 자동으로 결정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로보캅이나 터미네이터에겐 그런 선택기능이 있을 수도 있다. 단지 영화의 장면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로봇의 기능은 날로 향상되고 있다. 그러나 그 안에 사람의 지능에 필적하는 지적 인공두뇌가 들어있어서 특정 피사체를 선택하고 목적을 유지하기 때문에 가능할 뿐이다.

 그러므로 어느날 최첨단 카메라가 개발되어 “카메라 혼자서 피사체를 결정하고 화각과 렌즈를 선택하고 프레임을 구성한 다음 ‘지금이 최적의 순간’ 이라면서 셔터를 눌러주는 식” 으로 작동하는 날은 영원히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상의 이유처럼 셔터 누르는 순간의 선택을 기계가 대신 할 수 없어서 카메라를 배워야 하는 것만은 아니다.  


 조리개수치와 셔터속도를 조합해서 적당한 노출값을 알아서 결정해 주는 자동노출기능은 자동초점과 더불어 아주 유용하다. 측광방식만 제대로 한다면 큰 오류없이 적정노출이란 것을 찾아서 찍어준다고 한다. 어떤 이들은 자동노출로 찍어보니 80% 정도는 노출에 문제가 없었다고 한다.  사진의 이론에서 가장 골치가 아프다고 하는 것이 노출의 문제인데 이게  해결되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카메라를 배워야 하는 이유가 있다는 말인가?


r2.jpg 이유가 있다. 긴 이야기를 한마디로 줄여본다면 “어떻게 찍을지” 를 결정하기 위해서다.
 
 앞서 말한 브레송과 유치원꼬마의 이야기로 돌아가서 다시 한번 상황을 가정해보자. 역시 같은 디지털 카메라를 주고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사진을 찍도록 한다.  그런데 이번엔 노출결정방식을 프로그램 모드가 아니라 각자가 여러 기능을 알아서 조절하도록 한다면 사진이 같아질것인가?   이제 결과물은 많이 달라질 것이다.  브레송과 꼬마의 사진은 과연 어떤 점에서 차이를 드러낼 것인가.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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