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방 전후 서울의 표정은...

곽윤섭 2009. 01. 21
조회수 11077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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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인식/청암사진연구소
 

 국방부 사진대장 임인식의 렌즈에 담긴 옛 서울 거리·사람들 
                       [사진전 리뷰-서울, 타임캡슐을 열다]

 

서울고궁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서울, 타임캡슐을 열다.’ 특별전은 사진가 임인식의 개인전이라고 불러도 무방하다. 임인식은 사진가로서 널리 알려진 편이 아니다. 그가 한국전 때 현역 육군대위의 신분으로 국방부 사진대장으로 일했고 사진기자나 사진작가가 아니었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이경민 연구원(사진아카이브연구소)은 ‘한국사진사의 재발견, 임인식’이란 글에서 이렇게 주장하고 있다. “이경모, 성두경, 임응식 등 동시대의 다른 종군사진가들에 비해 사진사적 평가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으며, 그의 사진세계의 전모를 알 수 있는 회고전조차 열리지 못했다. (중략) 하지만 그는 우리나라 현대사진사에 있어 뚜렷한 족적을 남긴 인물로서, 사진의 기능과 범위를 확장하는 데 큰 역할을 하였다. 무엇보다도 그는 국방부 정훈국 사진대의 기틀을 세워 종군사진가들을 지휘 통제했으며, 일찍이 사진통신사를 세워 사진정보를 필요로 하는 기관에 제공했으며 이 과정에서 다양한 사진아카이브를 생산하였다.”

 

세계사진사에서 손꼽는 인기전시였던 인간가족을 기획한 사진가 스타이켄이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당시 종군사진가들을 통솔, 지휘하였던 것을 떠올리게 하는 대목이다.

 

이런 사정을 이해하고 보면 한국전을 전후한 무렵 임인식의 기록이 독보적이며 유일한 것도 많은 것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가 전쟁 초기에 찍어서 미국의 사진통신사에 제공한 미군병사의 주검사진은 미국의 유력 일간지들의 1면에 실리면서 미국 국민들을 경악시켰고 먼 나라에서 열리는 국지전으로 생각하던 인식에 전환을 일으킨 계기가 된 특종이었다. 이번 전시엔 한국전쟁의 사진은 별로 없다. 하지만, 눈빛출판사가 펴낸 ‘우리가 본 한국전쟁’을 보면 특히 한국전에서만큼은 로버트 카파보다 못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 타당할 것 같다. 책에 등장하는 중앙청 탈환, 해병대의 서울시가전, 인천상륙작전 등의 사진은 생생하고 현장감이 넘친다.

 

‘서울, 타임캡슐을 열다’에는 1940~1950년대에 임인식이 찍은 서울의 사진 50여 점이 걸려 있다. 이승만과 맥아더 등 유명인사의 사진과 함께 해방 후 서울의 모습을 담은 기록차원의 사진도 있지만 물놀이, 공기놀이, 어린이날 기념식 등 생활상을 담은 사진이 더 시선을 끈다. 물론 이번에 공개된 사진만 가지고 임인식의 시각이 덜 정제되어 있다고 규정할 순 없지만 미적 가치보다는 실용적인 필요에 의해 찍은 것으로 보이는 사진도 몇 있다. 그 무렵 한국은 사진의 미명기라 할 수 있고 열악한 해방 전후의 사회상을 고려하면 사진의 속성중 기록성만으로도 충분히 가치를 인정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전시는 서울 종로구청이 고궁박물관과 함께 공동으로 준비했기 때문에 전시장에 걸린 사진도 종로를 중심으로 경복궁, 숭례문 등 도심에 한정되어 있어 사진가 임인식의 위상을 모두 보여주기엔 턱없이 불충분하다. 그런 제약에도 불구하고 몇 사진들은 당시 한국의 어느 작가에 견주어도 떨어지지 않을 예술성이 보였다. 1948년 8월 해방 후 첫 개인사진전을 열고 사회주의적 리얼리즘을 선보이며 당시 살롱사진에서 헤어나지 못하던 한국의 사진계에 큰 반향을 불러왔던 임석제가 그의 작은아버지였으므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눈에 쏙 들어온 작품으론 ‘마차를 이용한 도로포장공사’ (1956년)를 들 수 있다. 마차가 사람이나 화물을 실어나르던 대중교통수단으로 널리 쓰이던 시기였으므로 당시 사진가들에겐 말과 마차, 마부가 단골 소재이기도 했다. 비스듬한 역광이 군복 입은 마부의 어깨와 말의 콧등에 떨어지고 있으며 도로포장작업에서 나온 연기나 증기로 인해 실루엣으로 표현된 인부들의 구성이 강한 인상을 주고 있다. 오른쪽 뒤로 아스라이 보이는 서울거리가 작품의 완성도를 채우고 있다. 전시장엔 그 외에도 한국사에서 가장 힘든 시기였던 1940~50년대 한국인의 얼굴과 거리가 수시로 등장하는 서정성 있는 사진들이 여럿 있다. 전시 규모가 크지 않으므로 더 설명하며 나열하는 것은 지나칠 것 같다. 직접 만나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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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인식/청암사진연구소
  
                

현재 청암사진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임인식의 아들 임정의(사진가)씨에 따르면 이번에 공개된 사진은 4~5만 장 중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 체계적인 정리를 거쳐 추가로 세상에 드러날 사진들이 몹시 궁금하다. 임정의씨는 “자료의 방대함에 비해 정리, 관리 작업이 역부족이다. 역사적인 자료이기도 하거니와 과거를 모르는 세대들에게 알려줘야 할 소중한 교육적 자료”라며 서울시나 국가기관에서 적극 나서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지하철 경복궁역 5번 출구에서 가깝다. 전시는 설 연휴에도 쉬지 않으며 2월1일까지 열린다. 사진전이 열리는 기획전시실 바로 옆 전시실에선 조선왕조의 궁중유물을 볼 수 있으며 시간에 맞춰가면 오전 10시부터 매시 정각에 열리는 경복궁 수문장 교대식을 볼 수 있는데 놓칠 수 없는 멋진 사진꺼리다. 전시와 박물관이 모두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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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인식/청암사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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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인식/청암사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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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인식/청암사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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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왜 전시회의 제목에 타임캡슐이란 말이 들어갔는지는 조금 생각하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잊혀졌던 역사와 기록을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만날 수 있다. 박물관 옆 마당에선 2009년 1월 서울의 아이들이 바람처럼 달리고 있었다. 이 사진도 서울의 기록이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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