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으로 확인하는 분단의 간극

곽윤섭 2008. 12. 29
조회수 10195 추천수 0
 
1986-원산.jpg
1986 원산 (부분)    ⓒ 구와바라 시세이
 
 
60년대의 남한과 90년대의 북한-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전
 
구와바라 시세이의 사진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얼마 안 됐는데 또?”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대략 3개월 전에 시내 한 화랑에서 한 달간 그의 사진을 걸었다. 청계천 풍경 위주였는데 구와바라 시세이 하면 얼른 떠오르는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청계천 원경 외에도 1960년대 청계천변에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던 사람들의 생활상도 자세히 볼 수 있는 기회여서 좋았다. 전시장에서 만난 어느 학생의 표현처럼 분명히 지금보다 그때가 더 먹고살기가 어려웠을 것인데 당시 사람들의 표정이 더 밝고 순수해 보였던 기억이 특별했다.
 
구와바라 시세이는 1936년 일본 시마네 현에서 태어났고 1960년 대학을 마친 뒤 프리랜서 사진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그해 7월부터 미나마타의 수은 중독피해자를 기록하기 시작했고 1962년 도쿄에서 전시를 하여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그보다 훨씬 나중에 포토스토리의 대가 유진스미스가 다시 미나마타를 기록, 발표하게 되었는데 논란을 일으킬 앵글을 보여준 덕도 있고 미국 사진가의 기록이란 이점도 있어서인지 훨씬 유명해져 버렸다. 어쨌든 미나마타는 구와바라의 대표작이라 할 만한 작업이다.
 
매그넘 사진가 구보타 히로지만큼이나 구와바라 시세이도 한국을 자주 취재했다. 그가 처음 방한했던 1964년부터 격동기의 한국은 고스란히 그의 렌즈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한일국교회담 반대 시위, 월남 파병, 청계천 복개에 이르는 일련의 정치, 사회적 상황은 광범위하고 생생하다. 구와바라 시세이는 이렇게 술회했다.
 
“당시 한국에도 사진가들이 있었다. 그러나 취재에 제약이 많았던 시기였고 나는 외국에서 온 특파원 자격이라 유리한 점이 많았던 모양이다.”
 
청계천, 국교회담 반대시위 등의 사진은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이번엔 과연 어떤 사진을 만나게 될까 하는 마음으로 한미미술관을 찾았다. 제2전시실을 들어서면서 먼저 만나게 된 사진은 뜻밖에도 북한의 사진이었다. 1980년대와 90년대의 북한 도시와 농촌의 사진 17점이 방을 가득 채우고 있다. 외국 손님을 맞이하기 위하여 연도에 늘어선 주민들의 모습은 외부인의 시선을 의식한 표정이었지만 그 밖에 들이나 논에서 만난 주민들은 편안하고 따뜻했다. 처음 접하는 구와바라의 사진들이 많았으므로 순식간에 머릿속에 새기면서 제1전시실로 향했다. 남한의 사진들이 걸려있었다. 1998년과 1988년의 서울거리를 담은 2장을 제외하면 나머지는 대부분 1960대 후반의 사진이다. 유명한 청계천 사진은 복도 쪽에 두 장 걸려있을 뿐이며 제1 전시실은 대부분 미발표 작으로 농촌과 시장 그리고 서울과 부산 등 도시의 인물을 담고 있었다. 사진을 찍는 사람은 누구나 그렇듯 처음 본 것에 열광하기 마련이다. 처음 보는 앵글, 처음 보는 구성에도 혹하게 되지만 피사체 자체가 새롭다면 정신없이 찍게 된다. 사진을 보는 것도 마찬가지라서 미발표 작을 대하는 순간은 늘 신선하다.
 
채 50여 장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두 번씩 다시 둘러봤는데 어느 순간엔가 한 박자 늦은 기시감을 느꼈다. 처음 전시실에 들어섰을 땐 분명히 새로운 작품이라 생각했었다.
 
어느 대목에서 그랬는지 확인하려고 몇 차례나 크리스마스 이브 날의 텅 빈 전시실을 뺑뺑 돌았다. 그러다가 북한 사진이 걸려있는 제2 전시실로 돌아가서야 답을 찾을 수 있었다. 1960년대 후반 남쪽 사람들의 표정이 이삼십 년 뒤의 북쪽 사람들에게서 나타난 것이다.
 
사진전 서문을 쓴 한정식 교수는 이렇게 표현했다.
 
“(북한 사람들의 사진이) 조금 기묘한 느낌을 주는 것도 사실이다. 우리의 수십 년 전 사진과 함께 들여다보노라니 모습이 같아서인지 우리의 과거가 그들의 현재와 묘하게 일치하는 바람에 찢어진 두 장의 그림을 맞춰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켜주고 있다는 점이다.” 
 
같은 민족이니 얼굴이 다를 리가 없다. 머리 스타일이나 복식이 조금씩 다를 뿐 같은 땅, 같은 하늘 아래 살며 같은 말을 쓰는데 다를 리가 없다고 생각하니 놀랄 일이 전혀 아니었다.
 
남북한을 모두 방문할 수 있는 외국 사진가들에게 한반도는 얼마나 매력적인 테마이겠는가.
 
얼굴 생김새는 같은데 인위적으로 155마일 철조망으로 강제 격리되어있는 두 나라 사람들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외국사진가들에겐 흥미진진했을 법하다. 구와바라 시세이는 한국을 자주 방문했을 터이니 분명 1990년대의 남쪽 사진도 있을 것 같은데 굳이 이삼십 년의 격차를 두고 남북을 비교했다는 것이 재미있었다. 남쪽 사람들도 50년 전에는 북쪽 사람들만큼 순수했다는 것을 21세기 한국의 관객들에게 보여주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북쪽의 사진들도 최근은 아니다. 벌써 일이십 년 전의 일상이며 표정이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해 기종변경이나 렌즈 구입을 계획하고 있는가? 또 이론서나 기술서를 사서 읽고 싶은가? 이번 겨울엔 반드시 포토샵을 배우겠다고 다짐하고 있었는가?
 
좋은 사진이 걸려있는 전시장을 찾는 것이 사진실력 향상에 훨씬 도움이 된다. 전시장 입장료는 어떤 사진이론서 값보다 더 싸다. 사진집 가격은 어떤 렌즈의 가격보다도 더 싸다.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전은 2009년 2월21일까지 열린다. 한미미술관은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2번 출구에서 가깝다. 거기까지 간 김에 바로 맞은편에 있는 올림픽공원에 들러 셔터를 눌러보라. ‘왕따나무’ 외에도 찍을 거리가 많다.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1965-경상남도.jpg
1965 경남    ⓒ 구와바라 시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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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평안남도     ⓒ 구와바라 시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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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5 경남    ⓒ 구와바라 시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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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 평양     ⓒ 구와바라 시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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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 남포       ⓒ 구와바라 시세이

 
* 시네마현--> 시마네현으로 바로 잡습니다. 지적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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