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편일률적인 단체사진 탈출법

곽윤섭 2008. 12. 18
조회수 11995 추천수 0
6 copy.jpg


사람들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모여서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집을 구입해서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도 집마다 최소 한 권 이상씩은 꼭 비치되어 있는 사진집이 있습니다. 그것도 그냥 얻은 것이 아니고 돈을 주고 산 것입니다. 유치원부터 시작해 각급학교를 졸업할 때 예외 없이 사게 되는 졸업앨범이 그것입니다.
 
초등학교 졸업앨범도 많이 변했습니다. 기자가 졸업할 때만 해도 한 반에 70명이 넘었기 때문에 얼굴을 간신히 알아볼까 말까 한 크기의 단체 사진이 있었고 자그마한 크기의 개인 사진이 실려 있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체 사진은 천편일률적이었습니다. 작은 지면에 여럿이 나와야 하는 것이 최고의 관건이기 때문에 무서운 사진사 아저씨와 선생님의 눈치를 보면서 완전히 얼어붙은 듯 찍었습니다. 실수를 줄여 필름을 아끼려고 그랬을 수도 있다고 지금 짐작해봅니다. 요즘은 사진도 컬러로 바뀌었고 표정도 많이 부드러워졌습니다.
 
졸업식 말고도 여러 행사가 있습니다. 입학, 소풍, 운동회, 학예회도 있습니다. 학교를 마친 뒤에도 단체사진은 계속됩니다. 본인과 다른 사람의 결혼 땐 꼭 단체사진이 들어갑니다. 여행을 가도 찍습니다. 그런데 어릴 때부터 어른이 된 지금까지도 단체사진의 포맷은 거의 변함이 없습니다. 심하게 말하면 100년 전 사람들의 단체사진과 지금의 단체사진이 다를 바가 없습니다. 달라야 할 이유가 뭐냐고 묻는 것은 사진을 왜 찍는지 묻는 것과 같습니다. 
 
똑같은 구도에 얼굴만 바꿔놓은 사진들
 
가장 흔한 단체 사진은 앞과 옆을 맞춰 줄을 서서 찍는 것입니다. 공간을 사용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서 그런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일본의 식민통치하에서 벗어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군사정권이 들어선 우리나라의 배경 탓도 있을 것 같습니다. 줄을 맞춰 찍은 사진은 사진에 등장한 사람들의 이름을 붙이기가 좋은 것은 확실합니다. ‘왼쪽 앞줄부터 아무개…’로 다는 것이 아무래도 편하긴 하겠습니다.
 
그러나 재미가 없고 특징도 없습니다. 늘 같은 형태의 기념사진이 반복됩니다. 학교에서나 결혼식에서나 줄을 서서 찍긴 마찬가지입니다. 옆집 사람의 집에도 같은 앨범이 있습니다. 얼굴만 다르고 나머지는 모두 같습니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 대체로 사람들을 이리저리 배열해 볼 시간은 있을 것입니다. 아이디어가 부족하고 색다르게 찍어본 경험이 없을 뿐입니다. 찍는 사람이나 찍히는 사람이나 습관처럼 줄을 섭니다. 평소에 생각들을 안 하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큰 이유는 어릴 때부터 단체 사진을 찍을 때 줄을 섰기 때문입니다. 요즘 세대는 한결 발랄하게 찍습니다. 펄쩍 뛰기도 하고 눕기도 합니다. 어떤 형태를 만들든 일단 직선을 피해봅시다.
 
단체사진을 찍을 때 어떤 점에 유의하면 좋을지 살펴보겠습니다.
 
도구나 배경으로 단체의 특징을 표현
 
1. 특성을 살리자
어떤 자리든 이 사람들이 왜 한자리에 모였는지 생각하면 금방 답이 나옵니다. 졸업식 때 본관 앞 계단에 모여서 일제히 학사모를 던지는 사진은 그래서 각별한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야구부원들의 단체사진에선 글러브나 야구모자나 방망이가 등장하면 좋을 것이고 축구동호회의 기념사진에선 축구공과 축구화를 앞에다 모아놓고 찍기만 해도 변화를 줄 수 있습니다.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결혼식 사진에서도 해 볼 것이 많습니다. 신랑신부를 중심으로 놓고 참석한 사람들이 거대한 하트모양을 만들어 볼 수도 있는 것입니다. 굳이 남의 흉내를 낼 필요가 없습니다. 디지털카메라의 최고 장점은 부담없이 여러 장 찍을 수 있다는 것임을 잊지 말고 여러 가지를 시도해 봅시다.
 
사진엔 배경이 들어갑니다. 시간과 공간의 배경에서 모두 특성을 살려봅시다. 여름철엔 수영장, 가을엔 낙엽, 겨울엔 눈밭, 봄에는 꽃 길 등의 배경은 사진 찍을 당시의 시간적 배경을 느끼게 하는 요소가 됩니다. 공간적 배경을 느끼게 하기 위해서는 동창회모임은 학교 교정이나 교실, 그게 여의치 않으면 모임이 열렸던 식당 간판이라도 걸치고 찍는 것이 한 방법이 됩니다. 어떤 장소에서 단체사진을 찍든 잠깐만이라도 함께 찍는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 봅시다. 여럿이 모이면 반드시 쓸 만한 아이디어가 떠오릅니다.  집안이나 생활공간 주변에선 특징이 있는 요소가 없다고 불평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각자 최근에 읽던 책이나 신문이라도 들고 찍을 수 있지 않겠습니까? 최소한 나중에 사진을 보면서 당시에 읽던 책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날 것입니다. 물을 마시던 컵이라도 하나씩 들어도 좋고 졸업기념사진을 찍을 땐 가방이라도 각자 머리에 이고 찍을 수도 있습니다.


8 copy.jpg

 
어떻게 해야 재밌는 사진이 될까
 
2. 어떤 사진보다 구도가 중요하다
20명이 넘어가는 대규모 단체사진이라면 사람으로 선을 만들어 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 줄, 원, 삼각형, 곡선 등 여러 가지를 시도할 수 있습니다. 구도란 선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프레임 구성에 짜임새를 두는 것에 대해 연구해야 합니다.  찍는 사람이 높은 앵글을 확보하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3.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다
표정이나 몸짓으로 변화를 줄 수도 있고 옷, 신발, 가방, 낙엽 등 현장에서 조달 가능한 여러 가지 소도구를 동원할 수도 있으며 미리 준비해 간 간단한 재료로도 사진에 재미를 부여할 수 있습니다. 참을성을 가지고 여러 가지를 시도하면 찍는 과정부터 즐거울 수 있습니다. 사진을 왜 찍습니까? 순전히 그곳에 왔다간다는 증거를 남기는 것이 목적의 전부가 아니라면, 찍는 것도, 그리고 찍은 사진을 보는 것도 모두 즐거워야 합니다.  다른 종류의 사진을 찍을 때도 마찬가지겠지만 좋은 사진 책을 많이 보는 것이 큰 도움이 됩니다. 다른 사람들의 기념사진을 흉내 내보십시오. 다른 사진을 모방했다고 하더라도 찍히는 사람들에게 새로움과 기쁨을 줄 수 있으면 성공이다. 삼각대를 미리 준비해서 찍는 본인도 단체와 자리를 같이해서 찍는 것이 좋습니다. 본인이 찍은 사진이란 것을 증거로 남기려면 셀프 타이머가 작동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이 모르게 특별한 동작을 취해서 표시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입니다. 기자는 본인의 앨범에 들어있던 숱하게 많은 단체 사진을 보면서 사진을 찍은 사람이 누구였는지 늘 궁금했지만 알 도리가 없었습니다. 사진을 좀 찍어본 사진가라면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10 copy.jpg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의견있으신 분들은 덧글로 올려주십시오.
질문이나 앞으로 다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시는 내용이 있으신 분들은 한겨레 사진마을 http://photovil.hani.co.kr/ 의 강의실에 글을 남기십시오.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취재

“하루 200컷씩 6달 찍고나니 깨달음이 왔어요”

  • 곽윤섭
  • | 2009.02.11

2007 신문배달원 사진가 ‘찰카기’ 김하연씨 지난해 ‘옥상정원’으로 매그넘사진공모전 대상 받아 도대체 아마추어와 프로의 차이는 뭘까? 이곳 ...

취재

추사가 울고 갈라

  • 곽윤섭
  • | 2009.02.03

어린이들이 각자 쓴 '입춘대길'을 들고 어린이집 선생님과 함께 포즈를 취했습니다. 입춘대길 3일 서울의 낮 최고 기온은 영상 10도씨를 웃돌았습...

강의실

클라이맥스 장면은 어떻게 잡아낼까?

  • 곽윤섭
  • | 2009.01.29

  파라파라 열풍/2001 서울 해당 활동·동작에 대한 사전지식 필요 직접 카메라 들고 다양한 실전 연습을    활동의 정점에 대해 구체적인 사례...

취재

해방 전후 서울의 표정은...

  • 곽윤섭
  • | 2009.01.21

  ⓒ임인식/청암사진연구소 국방부 사진대장 임인식의 렌즈에 담긴 옛 서울 거리·사람들 [사진전 리뷰-서울, 타임캡슐을 열다] 서울고궁박물관에서...

취재

필름카메라를 고집하는 3가지 이유

  • 곽윤섭
  • | 2009.01.15

▲ 60여번의 가을을 보내면 디카에서는 맛볼 수 없는 색감 더하기 '기다림-설렘-서운함' --- 신림동 구둣가게 사장 오상훈 드림위즈의 블로그에서 ...

취재

군사문화에 대한 5가지 고발

  • 곽윤섭
  • | 2009.01.13

아트선재센터는 지하철 3호선 안국역 1번 출구에서 정독도서관 방향으로 걸어서 약 7분거리에 있다. 전시는 2월 15일까지 열린다. 좋은 기획자와 ...

취재

고혹적 실루엣의 을왕리 겨울 바다

  • 곽윤섭
  • | 2009.01.08

사진명소답사기 ⑧ 을왕리 겨울 바다 을왕리 영화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면 주로 청춘 남녀들이 불현듯 바다가 보고 싶다면서 무작정 떠나는 ...

강의실

 골치아픈 ‘노출과 심도’ 친해지기

  • 곽윤섭
  • | 2009.01.06

사진 3 1/400초 f 20 ISO 400 노출의 기준을 전구에 두었더니 이렇게 어둡게 찍힙니다.    조리개 따라 변하는 사진…자기 기준을 세우자 원...

취재

가슴으로 담은 촛불집회와 농촌 현장

  • 곽윤섭
  • | 2008.12.31

비오는 날 촛불시민. 6월 18일, 이재각   대학생다큐연합 전시회 ‘들, 불’ ‘대학생 다큐멘터리사진연합(이하 다큐연합)’이란 곳이 있다. 이들이...

강의실

특징이 아니라 하이라이트를 잡아라

  • 곽윤섭
  • | 2008.12.30

수건돌리기를 하는 아이들. 얼굴 표정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는 동작의 크기와 움직임이 더 중요하다. 활동의 정점은 인물사진과 어떻게 다른가 인...

취재

사진으로 확인하는 분단의 간극

  • 곽윤섭
  • | 2008.12.29

1986 원산 (부분) ⓒ 구와바라 시세이 60년대의 남한과 90년대의 북한- 구와바라 시세이 사진전 구와바라 시세이의 사진전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강의실

천편일률적인 단체사진 탈출법

  • 곽윤섭
  • | 2008.12.18

사람들은 일생을 살아가는 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모여서 사진을 찍습니다. 사진집을 구입해서 보는 사람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도 집마다 최소 ...

취재

사람이 없는 뉴스사진…보도사진이 달라졌어요

  • 곽윤섭
  • | 2008.12.16

  이집트 국경의 철망에 걸린 아프리카 소녀의 드레스- 요나단 웨이츠만 (이스라엘)  월드프레스포토08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본부를 두고 ...

강의실

똑같은 사진도 작가가 찍으면 작품? [2]

  • 곽윤섭
  • | 2008.12.11

  작가와 아마추어는 다르다고? 사진마을 회원 ‘초보찍사’ 님이 질문을 보내왔습니다. 사진의 내용에 대해 묻는 것은 아니고 “작가와 아마추어...

강의실

인물사진 촬영때 동의 받는 건 필수

  • 곽윤섭
  • | 2008.12.04

   <강의실>의 제 글을 읽으신 dasto3118 님께서 덧글로 문제제기와 질문을 해오셨습니다. 함께 생각해 볼 만한 문제 제기이므로 이 코너를 이용...

취재

갑사 가는 길 오렌지 카펫

  • 곽윤섭
  • | 2008.12.02

사진명소답사기⑧ 공주 일대-계룡산 갑사, 공산성 겨울을 앞둔 갑사에선 기와지붕 개량공사가 한창이다. 단풍 더하기 은행은? 정답은 주황색 융단이다...

취재

만지면 상상력이 춤춘다

  • 곽윤섭
  • | 2008.11.27

서울 은평구 서울시립소년의 집 교사가 교육서 &lt;감각&gt;을 만져보고 있다. PHOTO STORY- 빛을 만지는 아이들 시민예술을 기반...

강의실

중간 점검-좋은 사진을 찍는 몇가지 방법

  • 곽윤섭
  • | 2008.11.24

각자에게 맞는 편안한 자세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인물사진에 대한 이야기는 끝났습니다. 강의실을 연 지 아홉달이 지났고 그 동안 올린 글...

취재

일산 고수들 다 모였네

  • 곽윤섭
  • | 2008.11.13

목용균 일산디카마니아 사진전 사진 동호회 클럽 아이디엠(Club IDM:일산디카마니아)이 11월 9일부터 일산 웨스턴돔 이벤트 광장에서 사진전을 열...

취재

이게 중학생의 사진이라고?

  • 곽윤섭
  • | 2008.11.11

언북중학교 사진반 학생들이 과천 서울랜드를 찾았다. V라인 포즈를 요구했는데 왼쪽에 있는 지도교사 최태원 선생님과 그 옆의 교장 이신우 선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