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모델은 가까운 곳에

곽윤섭 2008. 11. 05
조회수 8862 추천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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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정미
  

 

가족은 가장 훌륭한 인물사진 모델

 

지금까지 인물을 찍어보자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렇다면 누굴 찍어야 하는 것일까요? 사진동호회에서는 전문모델을 섭외해서 스튜디오나 야외출사에서 찍기도 합니다. 전문 모델들은 확실히 포토제닉하기도 하거니와 표정과 몸짓이 자연스럽게 연출되므로 좋은 훈련이 될 수 있습니다. 광고 등 상업 사진쪽으로 진출하고 싶은 사람들에겐 꼭 필요한 훈련일 것입니다. 그러나 생활사진가들에겐 훈련 이상의 의미가 없습니다. 연예인을 스튜디오같은 환경에서 찍으면 누구나 그럴듯한 사진을 얻을 수 있습니다만 평생 살면서 그럴 일이 한 번이라도 있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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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집 중에 'The family of Man'이 있습니다.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찍은 지구촌 곳곳의 다양한 인물사진과 스냅사진이 수록되어 있는 책입니다. 그런데 그 책엔 전문모델을 놓고 찍은 사진은 거의 없습니다. 물론 인물을 찍을 때 전문모델처럼 포즈를 취하게 해서 찍은 사진이 한 두장 있지만 책에 등장하는 사진의 주인공은 대체로 보통사람들입니다. 가족도 있고 이웃도 있고 길거리에서 마주친 사람들도 있습니다. 굳이 이 책만 그런 것은 아니고 좋은 사진집들은 대부분 우리와 같은 이웃들을 담고 있습니다. 

 

가장 좋은 모델은 가족과 주변의 인물들입니다. 조목조목 그 이유를 따져 보면 공감이 갈 것입니다.  우선 가장 잘 아는 사이이기 때문입니다. 오랫동안 본 얼굴이기도 하고 성격이나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잘 알고 있습니다. 누구보다도 대화가 잘 통하는 인물이란 점도 중요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언제든지 찍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인물사진에 대한 좋은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바로 옆에 있는 가족보다 더 적합한 대상이 누가 있겠습니까? 게다가 오랫동안 관찰을 해 온 바도 있고, 가족 앨범을 보면서 어떤 각도로 찍는 게 어떤 느낌을 주는지에 대한 연구도 쉽게 연구할 수가 있습니다.

 

세월의 변화가 사진 속에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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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의 군대 시절-누군가가 찍어주었는데 너무 낯설어 내눈엔 다른 사람처럼 보인다.

 

 

저는 저의 얼굴이 해마다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사실을 가끔 망각하곤 합니다. 아침저녁으로 세수하고 양치질할 때마다 거울속의 얼굴을 보면서도 말입니다.  그 외에도 하루에도 한두 번은 어딘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기 때문에 지금 저의 얼굴을 모르는 것이 아닌데도 얼굴이 변하는 것을 잊어버립니다. 이 증상은 오랜만에 만나는 지인들과의 대화에서 꼭 드러납니다. 저보다 서너 살은 나이가 적은 사람인줄 알면서도 제가 보기엔 그들이 한참 더 들어보이는 것입니다. 그럴 때마다 그들은 이상하다는 듯, 혹은 웃으면서 “다들 그렇게 착각을 하지요” 라고 합니다.

 

이런 저도 현실을 깨닫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과거의 사진을 꺼내 볼 때 그렇습니다. 대학에 입학하던 무렵 더벅머리를 하고 짝다리를 짚고 찍은 사진을 보면 거기에 있는 사람은 제가 아닌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은행에서 볼일을 보기 위해 불과 5년 전에 찍은 신분증 사진을 꺼내 볼 때도 저는 놀랍니다. 언제 이런 시절이 있었나 싶습니다. 그러나 그때뿐입니다. 오래된 사진을 매일같이 한 두번씩 보면서 사는 게 아니고 사람은 늘 가장 최근의 자기 모습을 보면서 살아가기 때문에 점진적인 변화를 눈치채지 못하는 것입니다.

 

가족이나 자주 만나는 주변 사람도 그렇습니다.  내가 늘 보고 있는 이 얼굴들은 좀처럼 변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자신의 아이가 크는 것을 잘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을 금방 생각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몇 달만에 만나는 친척이나 지인들은 쉽게 알아차립니다. “그동안 많이 컸구나” 라고 이야기할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가족들의 얼굴은 변하지 않지만 가족들을 찍은 사진은 변합니다. 1년 전의 것과 오늘 찍은 사진은 다릅니다.

 

사진 찍기에 가장 좋은 소재는 인물입니다. 그리고 여러 가지 조건에서 가장 유리한 인물은 가족이나 주변의 친한 사람들입니다. 멀리서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가족을 찍어보십시오. 가족의 얼굴이 변하는 것을 기록하십시오. 후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예쁜 것만 담으려 하지 말고 야단을 맞는 사진이나 밥을 먹는 사진도 찍어보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커서 결혼할 때 세상에서 한 권밖에 없는 성장앨범을 선물한다고 생각해 봅시다. 지금은 자꾸 사진 찍는다고 싫어할지도 모르지만 나중엔 최고의 선물에 감격할 것입니다.

 

포토북 만들어 보관해두는 습관을

 

이제 그 어느 때보다도 저렴한 비용으로 가족앨범 혹은 포토북을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왔습니다. 컴퓨터에서 편집한 뒤에 원하는 형태로 저장할 수도 있고 프린트할 수도 있습니다. CD로 굽거나 저장매체에 담아 선물해도 되고 웹상의 하드에 보관하여 가족, 친지와 공유할 수도 있습니다. 컴퓨터에 담아둬도 앨범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역시 사진은 출력해서 눈에 보이는 곳에 두어야 자주 보게 됩니다. 그러므로 실물로 포토북을 만들어 보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달력의 경우엔 손이 많이 갈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의 실력과 여건에 맞게 단순하거나 혹은 정교한 형태를 취해 일단 제작해 봅시다. 완성도가 떨어진다고 탓할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귀한 달력이기 때문입니다.  
 
곽윤섭 한겨레 사진전문기자 kwak1027@hani.co.kr

 

아래 사진들은 사진마을, 렌즈로 본 세상에 올라온 사진들이다. 독자들이 각자 가족의 일상을 담은 모습인데 'The Family of Man' 책에 넣어도 손색이 없는 소중한 기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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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용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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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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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성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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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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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명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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