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으로 쓴 소원 쪽지

사진마을 2020. 03. 03
조회수 2107 추천수 0

photosay39.JPG

 

사진이 있는 수필 #39

 

광화문에 있는 대형 서점에 책을 사러 갔다가 한편에 있는 전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손글쓰기대회수상작들이 걸려있었다. 대단한 악필인 나는 부러움과 약간의 질투심이 들었고 시간을 들여 구경에 나섰다. 손글씨도 충분히 예술이 될 수 있구나! 석봉, 추사 선생이 떠올랐는데 순식간에 글의 내용과 글씨 자체와 도구의 관계로 생각이 이어졌다. 파리에 있는 앙리 까르띠에 브레송 재단에는 그가 썼던 카메라도 전시되어 있다. 아바나의 암보스 문도스 호텔엔 헤밍웨이가 썼던 타이프라이터가 벽에 걸려있었다. 군산의 채만식 문학관에는 원고와 함께 연필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이 난다. 아니나 다를까 손글씨 수상작 전시장 한 쪽에 수상자들이 사용한 필기도구의 브랜드명과 실물까지 전시되었다. 연필, 볼펜, 샤프, 만년필, 플러스펜까지 다양한 것을 보니 그저 자신에게 맞는 도구가 가장 좋은 도구인 모양이다. 사진을 강의하면서 자주 사진전을 보러 갔다. 일행들은 나에게 묻는다. “이거 무슨 카메라로 찍었을까요?”

 

손글씨쓰기대회는 책 속에서 감명 받은 문장을 골라서 손글씨로 적는 대회다. 그래서 응모자들이 빈번하게 인용한 책도 진열됐다. ‘곰돌이 푸, 행복한 일은 매일 있어’, ‘언어의 온도’, ‘어린 왕자’, ‘고요할수록 밝아지는 것들과 함께 나태주 시집도 있었다.

 대학교 보도사진수업에서 기말주제를 으로 한 적이 있는데 그 중 한 팀이 손글씨를 주제로 잡았다. 손글씨는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초등학생의 방학일기, 수능 시험장 앞에서 후배들이 든 손팻말, ‘내 꿈은 국가대표라고 운동화에 적힌 글씨... 여수에서 집배원 일을 하는 지인이 내게 그랬다. 손으로 쓴 편지는 주소가 다소 틀려도 반드시 배달한다고. 연말연시가 다가오고 있다. 타박할 일은 아니지만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을 대부분 SNS로 보낸다. 가만 보니 누구든지 소원쪽지는 반드시 손으로 직접 쓸 것 같다. 201911일 남산골 한옥마을에서 열린 <구구소란도> 기획전 행사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정성껏 쓴 소원쪽지를 달았다.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내 인생의 사진책

영화와 사진 속 계단

  • 사진마을
  • | 2020.05.17

스티글리츠, (퍼블릭 도메인) photosay#42 영화와 사진 속 계단 지하철역 같은 큰 공공시설물은 엘리베이터나 에스컬레이터가 설치되어 있지만...

사진이 있는 수필

당신의 시간은?

  • 사진마을
  • | 2020.05.06

photosay#41 당신의 시간은? 한 번 찍고 나면 내가 추가로 후보정을 하지 않는 한, 사진은 바뀌지 않는다. 그런데 사진을 묵혀두었다가 나중...

사진이 있는 수필

여수밤바다에서 신나게

  • 사진마을
  • | 2020.04.07

#photosay 40 ‘여수밤바다’, ‘오마이뉴스’, ‘신나게’ 이 낱말들을 맞춤법 검사에서 돌리면? 글을 쓰고 나면 응당 퇴고를 하는 것으로 배...

사진이 있는 수필

손으로 쓴 소원 쪽지

  • 사진마을
  • | 2020.03.03

사진이 있는 수필 #39 광화문에 있는 대형 서점에 책을 사러 갔다가 한편에 있는 전시장이 눈에 들어왔다. ‘손글쓰기대회’ 수상작들이 걸려...

사진이 있는 수필

매력적, 이중적인 빨강

  • 사진마을
  • | 2020.02.18

사진이 있는 수필 #38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은 무엇일까? 파랑이 압도적인 1위다. 초록과 빨강과 검정이 그다음이다. 에바 헬러가 쓴 책...

사진이 있는 수필

사슴이 침 흘리는 사연

  • 사진마을
  • | 2019.10.30

사진이 있는 수필 # 37 회사 근처에 효창공원이 있다. 8월에 접어든 어느 날 공원 옆길을 걸었는데 매미 우는 소리가 작렬했다. 여름풍경...

사진이 있는 수필

벽 짚고 헤엄치기

  • 사진마을
  • | 2019.09.09

난이도 경기 볼더링. 로프가 없다. 속도 경기. 15미터 높이, 경사각 95도의 암장에서 맨 손으로 기어올라가야한다. 홀드를 놓치고...

사진이 있는 수필

고양이 등 펴기 자세

  • 사진마을
  • | 2019.07.09

 사진이 있는 수필 #34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

사진이 있는 수필

사진을 찍는 이유

  • 사진마을
  • | 2019.05.22

사진이 있는 수필 #33   자연상태의 새를 관찰하는 것 자체를 즐기는 행위를 탐조라고 부른다. 18세기 유럽에서 시작되었고 ‘버드 워칭’이란...

사진이 있는 수필

안전제일 스노보드

  • 사진마을
  • | 2019.03.13

사진이 있는 수필 32 사진이 있는 수필 32 안전제일 스노보드 대한민국에서 가장 안전을 중요시하는 스노보드를 아시는지? 물론 이 스노보드...

사진이 있는 수필

네가 더 예쁘구나!

  • 사진마을
  • | 2019.01.30

사진이 있는 수필 #30  “서양미술은 20세기 초 전통에 반기를 들고 시대의 요구에 부응하는 혁신적 미술의 탄생을 맞이하는데 바로 르네상스 이...

사진이 있는 수필

서울버스에서 자리 양보하기 [3]

  • 사진마을
  • | 2018.12.07

서울버스에서 자리 양보하기 노인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아는가? 적어도 20년 전의 나에겐 몹시 힘든 일이었다.   ...

사진이 있는 수필

플로피디스크의 기적 [2]

  • 사진마을
  • | 2018.11.30

사진이 있는 수필 #28 예전에 썼던 글을 찾아야 했다. 대략 90년대 말과 00년대 초반의 글이다. 당시 디지털의 초창기에 가까웠던 신문사에선 기...

사진이 있는 수필

달나라행 비행기 [8]

  • 사진마을
  • | 2018.09.14

사진기자들은 움직이는 물체를 잘 보는 ‘동체시력’이 일반인들보다는 조금이라도 뛰어난 편이다. 또한 사진기자들은 시선의 초점을 정면에 두고 있...

사진이 있는 수필

앞만 보고 달려라

  • 사진마을
  • | 2018.08.10

사진이 있는 수필 #25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등 널리 알려진 소설을 쓴 영국 소설가 서머싯 모음은 재치있는 명언도 여럿 남겼다. 그중엔...

사진이 있는 수필

꼭꼭 숨어라

  • 사진마을
  • | 2018.07.02

 프랑스의 후기인상파 화가 앙리 루소(1844~1910)는 정글을 소재로 그림을 여럿 그렸다. <꿈>(1910년 작)은 그중에서도 가장 널리 알려진 작품 중의...

사진이 있는 수필

시각적 문맹에서 벗어나려면

  • 사진마을
  • | 2018.05.04

사진이 있는 수필 #23 내가 하겠다고 먼저 나선 적이 한 번도 없는 것 같은데 그야말로 “어쩌다가, 하다 보니” 사진교육을 시작한 지 10년이...

사진이 있는 수필

총 함부로 쏘지 마라 [1]

  • 사진마을
  • | 2018.03.22

사진이 있는 수필 #22  대구 김광석거리에서 군인 복장을 한 배우가 연극을 홍보하려고 가짜총을 들고 ‘shooting’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는 ...

사진이 있는 수필

에스키모 낱말 날조 사건

  • 사진마을
  • | 2018.01.12

사진이 있는 수필 #21 “북극에 사는 이뉴잇족(에스키모)는 눈을 표현하는 낱말을 수백 개나 가지고 있다”고 인용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번...

사진이 있는 수필

'느린 동네' 까치밥 [2]

  • 사진마을
  • | 2018.01.06

사진이 있는 수필 #20 2017년 11월에 한국형 농촌 힐링스테이 시범운영팀을 따라 경상남도 하동군을 다녀왔다. 지리산 자락의 악양에서 하룻밤 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