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있는 수필 #25
<인간의 굴레>, <달과 6펜스>등 널리 알려진 소설을 쓴 영국 소설가 서머싯 모음은 재치있는 명언도 여럿 남겼다. 그중엔 글을 잘 쓰고 싶어 하는 사람들에게 솔깃한 이야기도 있다.
“소설을 쓰는 데는 세 가지 규칙이 있다. 안타깝게도 그 누구도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글을 잘 쓰기로 소문난 서머싯 모음이 (글쓰기에 두려움을 가진) 일반인들을 약 올리기 위해 저런 말을 했을 리는 없지만 가만히 음미해봐도 별 내용이 없어 보인다. 글을 잘 쓰는 비결이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 없다고 하니 글을 잘 쓰는 일이 쉽지 않은 모양이다. 그에 빗대어서 나는 사진에 대해 이런 이야길 할 수 있다.
“사진을 잘 찍기 위한 X 가지 원칙이 있다. 다행스럽게도 세상 사람들이 모두 그 내용을 다 알고 있다.”
이 글의 독자 중에 “어? 나는 모르는데?”라고 하는 사람이 있더라도 걱정할 일이 없다. 지금 당장 검색하면 “사진 잘 찍는 규칙, 법, 원칙, 팁”이 세 가지 정도가 아니라 수십, 수백 가지도 더 널려 있다. 그래서인지 주변을 둘러보면 사진을 잘 찍는 사람이 아주 많은 것 같다. 이 글의 독자 중에선 “나 빼고는 다들 잘 찍는 것 같아”라는 사람이 있을 것이다.
도움닫기를 하고 있는 이 선수는 2015년 서울에서 열린 서울세계시각장애인경기대회의 육상 멀리뛰기 종목에 출전했다. 왼쪽에 서있는 가이드가 내는 소리를 듣고 디딤발을 구름판 위에 언제 놓을지 판단하여 점프한다. 가이드가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멀리뛰기의 기록은 선수의 달리기 속도와 순발력 그리고 체력과 자세에 달렸다.
“앞만 보고 달려라”는 실제로 전방만 주시하면서 달리라는 말이 아니고 목표를 정했으면 다른 것에 신경 쓰지 말고 정진하라는 뜻이다. 시각장애인 운동선수는 앞을 못 보는 사람이니 “앞만 보고 달려라”란 조언은 적절하지 못하겠지만 자신의 할 일이 정해지면 몰입해서 달려나간다는 측면에서 비슷하게 적용될 수도 있겠다. 글을 쓰는 일이든, 사진을 찍는 일이든 마찬가지다. X 가지 규칙이나 팁이 필요하겠지만 결국은 본인의 의지에 달렸다. 열심히 쓰고 찍으면 잘하게 된다. 잘 쓰고 잘 찍는 팁을 찾는 것은 자신이 잘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감추려는 핑계를 찾는 것 아닐까?
글 사진 곽윤섭 선임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