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연말 전시회 열어 사진 두장 팔아 성금

“회사 규모가 큰 편이 아니라서 사진을 전담하는 직원을 따로 둘 형편은 안됩니다. 그래서 아주 큰 행사라면 외부의 사진전문가에게 의뢰하지만 그렇지 않은 소소한 업무는 누군가가 직접 찍는 게 편합니다. 직원들을 못 믿어서 나섰다기보다는 사진을 하고 싶었던 마음이 제 속에 늘 있었는데 은연중에 발현되었나 봅니다.”
제품 사진 촬영을 위해 거들어주던 매장내 직원에게 물었다.
“사장님이 사진을 잘 찍어요?”
“멋져요. 찍은 사진도 멋지고 사진을 찍는다는 것도 참 좋은 것 같아요”
직원 임진숙씨가 진지하게 대답했다.
남 사장은 1998년 대리로 입사해 2002년 대표이사 자리에 올랐다. 그가 본격적으로 사진을 접하기 시작한 건 2006년 5월 삼성경제연구소의 ‘포토 앤 컬쳐’ 프로그램을 통해서다. 그 때 사진을 가르쳐 준 사람이 조세현 작가다.
그는 그 때 장만한 첫 DSLR 카메라 ‘삼성 GX1s’를 지금껏 사용한다. 초기엔 행사 사진이나 도자기 인형 사진 등 원래 사진을 배운 취지에 충실했다. 그러다 야외 출사를 다니게 되면서 주변 풍경이나 거리 모습에도 점차 관심을 갖게 되더란다. 이제 제법 재미가 붙어 앞으로 회사 행사는 직원들한테 맡겨볼까 하는 생각도 든다고 한다.

남기령씨가 매장에서 도자기 그릇을 찍고 있다.
-카메라와 관련된 장비를 사고 싶은 유혹에 빠졌을 법한데요?
=밤 풍경을 몇 번 시도하다 삼각대가 필요했는데 생일 선물로 받아서 기뻤습니다. 지금의 장비에 만족하고 있습니다. 솔직히 이 카메라도 자세히 모르는 것 같아서 철저하게 기능을 익히려고 합니다. 문득문득 제 사진이 좋지 않다고 생각되기도 합니다만 그 원인을 장비 탓으로 돌릴 수준은 이제 지난 것 같습니다. (웃음)
이 정도면 한 경지에 올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비 탓이 아니라는 건 어찌 보면 지극히 상식적인 말이다. 하지만, 세상엔 사진 실력을 장비와 결부시키는 풍토도 엄연히 존재한다. 물론 남 사장이 쓰고 있는 카메라도 DSLR 이고 기능적으로 빠지지 않는다. 그럼에도 주변에서 플래그십 바디로 바꾸라는 압력성 충고가 들려온다고 한다.
“예전엔 콤팩트로 찍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에 비하면 지금의 DSLR 도 무거운 편이고요. 더 비싼 장비는 더 무겁더라고요. 카메라는 당분간 바꿀 생각이 없습니다.”
“풍경과 앵글, 출사 전에 미리 챙겨 찍으니 늘어”
-본인의 사진에 대해 평한다면?
=물론 아직 노출에 애를 먹기도 하는 초보입니다만 조금 향상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들을 찍어주면 사진이 좋아졌다는 이야길 곧잘 듣거든요.
-본인의 사진실력이 늘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최근에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실력이 늘었는진 모르겠지만 이렇게 찍으면 실력이 늘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하게 되더라고요.
-어떤 일이?
=지난 주말 월정사에 다녀왔습니다. 눈 덮인 산사와 인근 풍경을 기대하고 갔었습니다. 이번엔 떠나기 전날 인터넷으로 이미지를 검색해서 머릿속에 몇 가지 앵글을 입력했습니다. 석상을 아래에서 위로 올려다보는 장면 하나와 눈 덮인 산길에 인물을 넣는 구도, 그리고 처마 아래의 단청 등을 꼭 찍어야겠다고 맘먹고 떠났습니다. 현장에 도착해서 검색했던 장소를 찾아가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기억을 더듬어서 앵글을 잡아보았습니다. 원하는 빛이 떨어지길 기다린다거나 앵글을 찾는 시도를 했었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선유도 공원은 여러 선들이 널려 있어 사진 공부에 많은 도움”
본인의 사진 중에서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그 역시 다른 생활사진가들과 마찬가지로 선뜻 대표작(!)을 내세우지 않았다. ‘그래도 그 중 좋은 것’을 묻자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월정사에서 모임 회원 50여명과 함께 사진을 찍고 현장에서 품평회를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찍은 사진에 대해 상을 주는 행사를 했는데 사진 찍기 시작한 이래 처음으로 제 사진이 뽑혔습니다. ‘베스트 4’에 들었지 뭡니까? 다들 밥 한 번 사라고 난리예요. (웃음) 모임을 함께 했던 조세현 작가님이 사진의 우열을 가려줍니다. 그런 자리에서 인정을 받으니 대단히 기분이 좋았습니다. 그 외 아침고요수목원에서 찍은 벤치 등 빈 벤치를 찍은 일련의 사진들을 스스로 좋아하고 있습니다.

조세현 작가로부터 칭찬을 받은 남기령씨의 작품 <기다림>
-마음에 들었던 출사 장소와 가고 싶은 곳이 있는지.
=선유도 공원이 좋았습니다. 회사에서 만드는 것이 예쁜 도자기다 보니 주변에서도 그런 아름다운 것을 찾으려고 합니다. 선유도 공원은 예쁜 것이 많았고 무엇보다 여러 가지 선들이 널려 있어서 사진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구조물과 자연이 잘 어우러져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곳이라 생각됩니다. 가고 싶은 곳은 너무 많죠. 스위스 융프라우에서 푸른 하늘도 찍고 싶고 순천만의 물길도 담고 싶습니다. 사막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너무 좋을 것 같습니다.
“누드 실제 사진전 보니 외설 시비 별 거 아냐”
-유명 사진가의 작품 중에서 기억나는 사진이 있다면?
=프랑스 어느 거리에서 빵을 들고 뛰어가는 꼬마의 사진이 참 좋았더랬어요.
윌리 호니스의 사진을 말하는 것 같았다. 그와 비슷한 사진들이 있다. 브레송의 경우 술병을 들고 의기양양해 하는 꼬마의 사진이 있으며 드와노의 경우엔 소년이 빵을 들고 가긴 하지만 표정이 자못 현실적이라는 차이가 있다. 최근 김용호 작가의 사진전 ‘몸’을 본 것은 꽤나 충격적이었다고 한다.
=단순한 사진형태를 포함해 동영상, 설치작품 등이 어우러진 종합예술이라 생각되었습니다. 항간에는 유명인들의 누드가 포함된 것 때문에 이러쿵저러쿵 입소문이 났지만 실제 사진전을 보니 누드에 대한 외설시비는 별 것 아니었습니다. 작가의 표현에 따라 사람의 몸을 때론 생동감 있게 때론 수줍은 듯 그려냈더군요. 단순히 아름답다는 말로 모두 표현할 순 없었습니다. 다소 엽기적인 것도 있었고요. 그렇지만 예술이 뭔지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좋은 사진은 무엇일까요?
=보는 이로 하여금 감동이 전해지게 하는 사진이 좋은 사진입니다. 또한 작가의 의도가 설명 없이도 전해질 수 있다면, 즉 사진작가와 사진을 보는 이가 공감을 할 수 있는 작품이 좋은 사진이겠죠.
-사진은 본인 인생에 있어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새로운 취미가 생겨서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오랫동안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지난해 연말엔 동호회원들과 사진전시회를 열었고 “사진을 두 장이나” 팔기도 했다.
=판매금액 전부를 불우이웃돕기에 썼어요. 기회가 된다면 사진으로 할 수 있는 봉사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사진실력이 부족하다면 조수역할이라도 기꺼이 하려고 합니다.

여유와 휴식에 목말라 하는 마음 그대로 드러나
[곽윤섭이 본 남기령 사진]
크게 두 가지 특징을 짚어낼 수 있었다. 그 하나는 평화로움을 추구하는 사진이 많다는 점이고 다른 하나는 예쁜 사진을 찍으려고 한다는 것이다. 물론 사진에 담긴 메시지가 어느 한 가지의 단면만 보여주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유와 아름다움이 함께 담겨 있기도 하고 다른 요소도 들어 있기도 하다. <노을>, <노을 낚시>, <고단한 하루> 등은 모두 잔잔한 시선을 유지하고 있다.
<노을>의 경우 자칫 쓸쓸함이 표현되기 쉬운 소재였지만 풍경에 달린 물고기의 입에서 위트가 느껴지기도 했기 때문에 평화로움이 더욱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사람이 들어 있는 사진을 좀처럼 찍지 못했는데 모처럼 월정사에서 마주친 스님들을 찍었다는 <설중신심>은 편안하기 이를 데 없다. 벤치 시리즈에선 여유와 휴식을 갈구하는 사진가의 마음이 드러난다. 역시 일상이 그리 녹록하진 않은 것이다.
보내온 사진들 중에선 <쉼>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나무들 사이에 매달아 놓은 해먹을 찍었다. 평화와 휴식으로 이어지는 남씨 사진들의 전반적인 메시지와 일관성이 유지되었을 뿐 아니라 얼핏 빙긋 웃고 있는 사람의 얼굴이 연상이 되었다. 사진가의 재치가 돋보이는 대목이다.

<쉼>

<雪中信心>
한겨레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