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충남 태안읍 태안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살아났다.
지난 16일은 서해안 태안 앞바다에서 허베이스피리트호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한 지 100일째 되는날. 시민들과 환경운동연합 회원 1000여명이 무너진 지역경제에 도움을 주고자 태안재래시장에서 ‘장보기행사’를 열었다. 전국 각지에서 이른 아침 버스를 타고 모여든 이들은 비닐봉지 대신 장바구니를 들고 남문리 태안시장을 구석구석 다니기 시작했다. 서울 동부이촌동에서 부인, 아이 둘과 함께 온 김창희(45)씨는 “아침 일찍 도착해 젓갈, 실내화, 고구마 등 5만원어치를 샀는데 생각 이상으로 시장이 한산했다”며 “아이들과 함께 만두도 먹고 장도 보고 했더니 좋아하더라”고 말했다.
물론 한 번의 행사로 이 지역 상인들이 단번에 웃음꽃을 피울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동안 쓸쓸했던 장터가 왁자지껄한 것만으로도 반갑다는 반응이 많았다. 시장입구에서 좌판을 놓고 수산물을 파는 한 상인은 많이 팔았느냐는 물음에 “많이 팔긴 무슨…”이라고 대꾸하면서도, 방금 손님에게 받은 천원짜리 몇 장을 주머니에 넣으며 얼굴을 펴 보였다. 옆에 있던 다른 상인은 낮 12시 무렵 장터가 북적대자 “많이 사가시라”며 들뜬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만리포해안에서 열리기로 예정돼 있던 문화제 행사와 ‘대형모래조각 퍼포먼스’는 선주연합회 등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열리지 못했다. 주민들은 “경제살리기도 중요하겠지만 보상이 급선무”라며 정부가 빨리 보상작업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현장에서 만난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기름유출사고 이후 지역의 여러 대책기구들이 통합이 되지 않은 측면이 있어 여러 목소리가 나오는 등 걱정스러웠는데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며 “좋은 취지의 행사가 무산되는 바람에 안타깝다”고 밝혔다.
태안 글/사진 한겨레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좌판을 놓고 굴, 쏙 등 수산물을 파는 상인이 봉지를 건네며 돈을 받고 있다.
시흥에서 온 일행들이 나란히 장보기를 마치고 장바구니를 앞세운채 걸어나오고 있다.
태안 곳곳엔 관광객들이 타고 온 버스가 눈에 띈다. 다른 단체에서도 태안살리기운동의 일환으로 투어상품을 만들어 태안의 관광지를 둘러보고 태안의 재래시장을 코스에 포함시키고 있다.
안면도 백사장해수욕장 인근에서 관광객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