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구성 2편
사진은 시공간을 네모 안에 잘라넣는 작업
그림과 달리 사진은 현재의 빛을 받아들인다. 현재는 셔터를 누르는 ‘바로 지금’을 말한다. 이것이 그림과 사진의 가장 큰 차이다.
사진가에게도 관찰력과 기억력과 상상력이 필요하긴 하지만 그가 셔터를 눌러 프레임에 담아내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아주 짧은 순간이라도) 시공간의 일부 단면이다.
그림은 백지 상태에서 하나씩 둘씩 채워 들어가는 작업이지만 사진은 이미 다 완성되어 자연 상태로 존재하는 순간을 네모의 프레임에 잘라넣는 작업이다. 그림에선 화가의 의도에 따라 여러 시간대의 빛과 여러 장소의 피사체가 공존할 수도 있다. 계곡물이 비단처럼 흐르는 산을 배경으로 롤러코스터를 타는 향단이 얼굴의 점 (주: 1) 이 정지상태로 또렷하게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나 사진에선 어떤 첨단카메라를 동원한다 해도 1초의 노출과 1/500초의 노출이 한 프레임에 공존하게 찍을 수가 없다. 그런 사진이 있다면 합성이다. ‘합성사진은 사진이 아닌가’라는 이의제기가 있을 수 있지만 그것은 여기서 길게 언급할 일이 아니며 합성이라고 밝히고 포토일러스트의 분야에 포함시키면 될 것이다. 좀 길어졌으나 사진은 이미 완성된 시공간의 어느 한 순간을 네모에 잘라넣는 작업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이 사진을 찍은 생활사진가는 '하늘의자'란 이름으로 사진을 보내왔다. 의자가 물에 반쯤 잠긴 것 같다는 추측만 할 수 있었을 뿐, 호기심을 자극하는 사진이었다. 나중에 다른 각도에서 찍은 넓은 프레임의 사진(아래쪽 사진)을 보내와서 궁금증이 풀렸다. 이 사진가는 길을 지나다 아래와 같은 광경을 발견했는데 어수선하다고 판단해 위의 사진처럼 프레임을 만들었다. 어디서 어디까지 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지 고민한 끝에 '하늘의자'가 탄생한 것이다. (사진=김한범)

손가락으로 프레임 훈련을 해보자
이제 사진찍기의 가장 기본적인 순서를 알아보도록 하겠다.
어떤 대상을 찍을 때, 다시 말해 네모 안에 무엇인가를 담을 때에는 어디서 어디까지 담아 넣을것인가를 가장 먼저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프레임 구성이다. 그리고 반드시 프레임 구성과 함께 이야기돼야 하는 것이 구도 잡기이다. 구도의 뜻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작품의 미적 효과를 얻기 위하여, 예술 표현의 여러 요소를 전체적으로 조화 있게 배치하는 도면 구성의 요령”이라고 적혀 있다. 즉, 사진을 찍으려는 대상과 그 주변의 여러 요소들을 이곳저곳에 적당한 크기로 잘 자리잡게 하는 것이 구도이며 프레임 구성에 다름 아닌 것이다. 말로는 쉽지만 여전히 어렵다. 그래서 방법을 제시하니 몇 번 따라해볼 것을 권한다.

손쉬운 훈련법은 손가락을 쓰는 것이다. 엄지와 검지로 가위 모양을 만들고 양손의 가위를 반대로 맞물려서 직사각형 모양이 되면 그 사이로 세상을 보는 것이다. (사진강의 때마다 20여명과 함께 손가락프레임을 해보면 한 두명은 직사각형 대신 가오리연 모양이나 삼각형을 만든다.) 카메라의 뷰파인더로 보는 것과 다를 바가 없기도 하거니와 좀 우스꽝스럽다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렇지만 내가 직접 해보니 장점이 더 많았다.
일단 카메라의 파인더는 크기가 작고, 눈과 가까이 붙이고 있으니 눈두덩이가 아파왔다. 가장 큰 차이는 카메라 파인더로 보고 있으니 긴장이 되더란 점이다. 손가락 프레임으로는 여유를 가지고 이리저리 살펴보기도 하고 망원으로 당겼다가 광각으로 넓혀 보기도 하고 눈에서 어느 정도 떼어놓아도 불편이 없었지만 카메라를 들었을 땐 셔터를 누르지 않고 그냥 구경만 하다가 내리는 순간이 민망해지곤 했다.
사진을 찍을 때 주변의 시선을 신경 쓸 연륜은 아닌 것 같은데도 최고 1분 가량 렌즈만 만지작거리다 철컥 소리 한 번 안내고 내리는 것이 어떤 기분인지 직접 겪어보면 안다. 만약 당신이 주위의 시선 따위에 아랑곳하지 않을 자신이 있고 눈이 아픈 것도 참을 수 있는 사람이라면 손가락 대신 카메라의 파인더로 봐도 된다.
손가락 프레임으로 주변을 둘러보라. 그리고 네모 안에 들어온 세상에서 자신이 필요한 공간만 포함시키는 훈련을 하라. 이제 당신의 사진 찍기는 본 궤도에 오르기 시작했다.

사진 1

사진 2

사진 3

사진 4
처음엔 사진 1의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프레임을 좁혀들어가면서 각도도 바꿔봤더니 사진 2처럼 찍을 수도 있었고 사진 3처럼 표현할 수도 있었다. 더 들어갔더니 사진 4 도 가능했다. 눈앞에 세상이 펼쳐져있다. 그 중에 필요한 만큼만 자신의 네모에 담아내는 것, 이것이 프레임구성의 첫 단계다.
주 1: 계곡물이 비단처럼 흐르게 하려면 1/500초에선 불가능하다. 롤러코스터를 타는 향단이 얼굴의 점이 정지 상태로 보이게 하려면 1초는 매우 위태로운 셔터속도다.
글 사진/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