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6초 곽윤섭
차이의 기준 1: 셔터 속도
둘의 사진은 셔터속도 때문에 다를 수 있다. 셔터속도란 것은 셔터가 열려있는 시간을 말한다. 그럼 셔터(Shutter)란 무엇인가? 쉽게 예를 들 때 셔터-맨(Shutter-Man)이야기를 한다. 약학대학 나온 약사부인을 만나 자신은 약국 문 열고 닫을 때 셔터를 올리거나 내리는 일만 하고 놀 수 있다는 그 '셔터-맨' 에서 나오는 셔터가 카메라에 등장하는 셔터와 같다.
카메라가 사진을 찍기 위해선 빛이 필요하고 그 빛은 조리개를 통해 들어오는데 셔터는 사람이 눈을 떴다가 감는 것처럼 카메라에 빛이 들어오게 문을 열었다가 닫는 역할을 한다. 간단한 예를 들어보자면 셔터를 1/60초동안 열어둔 것을 ‘셔터속도는 1/60초’ 라고 하는 것이다. 편하게 생각해서 셔터속도가 긴 것은 셔터를 오랫동안 열어둔 것이고 열려있는 동안엔 카메라는 모든 것을 볼 수 있게 된다고 이해하면 된다. 반대로 셔터를 잠시만 열어두면 카메라는 그 열려있는 잠깐 동안의 시간에 보인 것만 찍을 수 있게 된다. 디지털카메라를 가졌다면 단지 몇 차례 셔터를 눌러보는 것만으로도 셔터속도의 차이를 이해할 수 있다. 가능한 집바깥의 밝은 곳에서 움직이는 물체나 사람을 찍어보라. 자전거가 지나가는 것을 1/15초로 찍으면 자전거가 흔들려 보인다. 반면에 1/250초로 찍으면 정지된 것처럼 보인다. (이때 카메라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가정한다)
소리도 다르다. 느린 셔터는 '찰~칵' 소리가 날 것이고 빠른 셔터는 '찰칵' 할 것이다. 디지털카메라의 실제 셔터에서 나는 소리는 다를수 있다.

1/250초 곽윤섭

1/6초 곽윤섭
카메라마다 셔터속도의 최고치와 최저치가 조금씩 다를 것이지만 느린 쪽으론 30초동안 열어 둘 수 있는 셔터속도를 가진 카메라가 있고, 빠른 쪽으로는 1/8000초까지 열어둘 수 있는 카메라도 있다. 그 사이 여러 단계의 셔터속도를 한번씩 다 시험해볼 필요는 없다. 또한 더 긴 시간의 셔터속도와 1/8000초보다 더 짧은(빠른) 셔터속도에 대해서도 모두 시험해볼 필요는 없다.
개념만 알고 있으면 되고 나중에 그럴 일이 생겼을 때 찍으면 찍히게 되어있다.
축구같은 운동경기나 아이들의 운동회달리기 같은 장면이라면 시험 삼아 자기가 가진 카메라에서 지원되는 가장 빠른 셔터속도를 눌러보는 것은 도움이 된다. 그 외 폭포, 분수, 물놀이하는 순간 등을 빠른 셔터로 찍어보면 분명 눈으로는 잘 보이지 않던 재미있는 순간이 찍히기도 한다. 느린 셔터도 마찬가지라서 뭐든지 빨리 움직이는 것이 있다면 느린 셔터로 담아보면 특이하게 찍힌다. 모든 셔터속도에 대해서 미리 예측할 수 있다면 자주 사용할 수도 있으나 분명한 것은 일상에서는 극단적인 셔터속도는 많이 쓰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내가 신문과 잡지에서 취재활동을 하면서 1/15초보다 느린 셔터속도나 1/1000초보다 빠른 셔터속도로 찍은 사례는 비율로 본다면 1%도 안될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찍을 땐 더욱 빈도가 떨어진다.
그렇지만 중요한 점은 빠른 셔터 혹은 느린 셔터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빠르게 찍을 것인가, 아니면 느리게 찍을 것인가를 자신의 필요에 따라 적절히 선택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사진을 배울 필요가 있는 것이다. 브레송이라면 생 라자르역 뒤에서 물웅덩이를 건너 뛰는 남자를 정지한 것처럼 찍기 위해선 빠른 셔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고 유치원 꼬마는 모를 수도 있다.
거듭 말하거니와 한 번씩 눌러보고 찍은 사진의 차이를 보라.
셔터가 뭔지 금방 알 수 있다. 이제 카메라의 이론 중에서 절반이 끝났다. 다음엔 나머지 절반인 조리개에 대해 알아볼 것이다.
한겨레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