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강의실] (4) 같은 것을 찍어도 의미가 달라진다

곽윤섭 2009. 07. 09
조회수 14691 추천수 0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과 사진을 잘 이해한다는 건
같은 맥락. 세심하게 보면 숱한 상징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상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그 대상의 이미지도 천차만별이다
 
 
Untitled-2 copy 2.jpg

탐 행크스가 주연한 영화 <다빈치 코드>를 보면 초반에 주인공인 로버트 랭던교수가 상징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강연을 하며 그가 보여주는 화면엔 여러 종류의 십자가를 비롯한 숱한 상징물들이 등장합니다. 사람이 사는 곳엔 어디든지 기호와 상징이 있습니다. 문자와 숫자 등이 기호의 쉬운 예입니다. 또 문자와 숫자는 동시에 상징으로도 쓰입니다. 예컨대 영어 알파벳의 첫 글자인 A는 자체로 독립적인 뜻을 가진 단어이기도 하며 동시에 빨래집게를 연상시키는 상징이기도 합니다.
 
도로표지판 십자가 불상 등이 모두 ‘상징’
 
그러나 우리 주변엔 언어와 연결되지 않는 상징물이 더 많이 있습니다. 건널목 표시, 일방통행, 출입금지, 좌·우회전, 정지 등을 표시한 도로표지판이 그런 것들입니다. 사슴이 그려져 있으면 야생동물보호, 기차가 그려져 있으면 철도 건널목 표지판이 되지요. 이런 도로표지판은 공공의 편의를 위한 정보를 전달합니다. 검은색과 노란색 직선이 반복해서 나타나는 공사장의 안전표시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Untitled-3 copy.jpg

각 종교들도 고유한 상징이 있습니다. 수백 수천 가지 형태의 십자가, 부처, 성모상은 각각 기독교, 불교, 천주교의 상징들입니다. 그러므로 주변에서 십자가나 성경과 마주치면 기독교나 교회를 떠올리게 되며 연등이나 목탁, 불상을 보면 불교나 절을 떠올립니다. 지역에 따라, 문화권에 따라 상징도 다양하지요.
 
한 시대의 아이콘이었던 마릴린 먼로는 섹스심벌(성적 매력을 가진 상징적 인물)이라 불립니다. 그의 사진을 기초로 만들어진 여러 가지 광고물이나 포스터, 인형 등은 모두 섹시함을 나타냅니다. 올해 탄생 50주년을 맞은 바비인형은 오랜 세월동안 전 세계 소녀들의 로망이었습니다. 바비의 작은 얼굴, 날씬한 몸매와 풍만한 가슴과 엉덩이는 이상적인 체형의 상징에 다름없었습니다.
 
또한, 동물도 은유와 상징의 소재입니다. 대개 뱀은 악의 상징, 사자와 호랑이는 용맹, 여우는 지혜와 꾀, 토끼는 순둥이, 소와 거북이는 근면성실의 상징입니다. 물론 문화권과 시대의 변화에 따라 전혀 다르게 읽힐 수도 있습니다.
 
Untitled-1 copy.jpg

조금만 주위를 돌아보면 상징의 세계는 무궁무진

 
사진을 찍을 때 위에서 언급한 기호나 상징물을 의식적으로 포함시켜 보십시오. 또 다른 사진가들이 찍은 사진을 읽을 때에도 어떤 상징이 들어있는지 보십시오.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과 사진을 잘 이해한다는 것은 같은 맥락에서 출발합니다. 생각이 깊은 사진가들은 상징과 기호에 대해 폭넓은 이해심이 있어 의도적으로 사진 속에 그런 상징들을 심어(프레임에 포함해) 두려고 합니다.
 
일상의 주변에서 상징을 발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만 우리 주변엔 생각 이상으로 아주 많은 상징물이 있습니다. 누가 더 세심하게, 더 풍부하게, 더 독창적으로 생각하느냐에 따라 상징의 세계는 무궁무진하게 펼쳐질 것입니다.
 
여기서 잠깐 기호학을 기웃거려보겠습니다. 기호학 분야의 선구자 중에 스위스 언어학자인 페르디낭 드 소쉬르와 미국 철학자 찰스 퍼스가 있습니다. 소쉬르는 기호를 기표(記表, signifier)로, 전달되는 정보나 감정을 기의(記意, signified)로 표현했습니다. 예를 들어 국제연합 UN의 깃발은 기표이고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평화적인 방법으로 국제간의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국가들의 연합입니다. 최초로 달 표면에 발자국을 남긴 인간을 촬영한 사진은 기표이며, 그것이 의미하는 것 중의 하나는 모험, 즉 미지의 세계를 정복하는 인류의 정신인 것입니다.
 
Untitled-7 copy.jpg

찰스 퍼스는 삼각도형을 통해 사물 혹은 생각이 어떻게 표상되는지, 그리고 의미가 어떻게 전달되는지를 설명했습니다. (그림 참고) 퍼스의 삼각도형에서 대상체는 기표에 의해 표시되거나 나타내지는 것이며 기표는 표상체입니다. 그 표상체를 해석하는 과정은 해석체라 불렀습니다.
 
Untitled-4 copy.jpg

자동차 어느 부분 찍느냐 따라 느낌도 갖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대상체에 해당하는 사물을 자동차라고 합시다. 이때 표상체는 자동차를 찍은 사진처럼 직접적인 것도 있을 수 있으며 자동차의 그림자나 땅에 새겨진 바퀴자국, 자동차 로고처럼 간접적이며 은유적인 것도 있을 수 있습니다. 표상체의 선택에 따라 자동차의 해석이 달라질 것입니다. 자동차를 보면서 “사치스럽다”, “빠르다”, “위험하다”, “여행을 가고 싶다” 등의 다양한 해석이 가능해지는 것은 자동차를 어떻게 표현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나무, 바위, 풍선, 우산, 의자 등이 모두 여러 가지 해석을 불러오는 상징물이나 기호가 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앉은 의자와 빈 의자는 분명히 다릅니다. 공원에 있는 의자와 학교 교실에 있는 걸상도 역시 다릅니다.
 
Untitled-5 copy.jpg



◈ 금주의 미션 l 상징을 넣어라
 
주변에서 상징물을 찾아서 프레임에 담아봅시다. 이때 상징물이 온전한 형태로 포함되어도 좋겠고 일부만 담겨도 좋겠습니다. 또한 그 상징물이 있는 그대로 직접 드러나는 것과 그림자, 흔적, 반영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보이는 것이 다르고 그에 따라 사진의 의미가 달라진다는 것에 주목하여 여러분 각자의 의도를 사진에 심어보십시오.
 
기간: 2009년 7월 9일~2009년 7월 15일
<출사미션> 바로가기

 
곽윤섭 기자 kwak1027@hani.co.kr, 참고 문헌: 시지각과 이미지(리처드 D. 자키아 지음, 원제:Perception & Imaging)
 
  • 싸이월드 공감
  • 추천
  • 인쇄


List of Articles
취재

가까운 곳에서 찍은 일식

  • 곽윤섭
  • | 2009.07.22

별다른 준비 없이 회사 근처에서 부분일식을 찍었습니다. 필터나 셀로판종이 같은 것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만 저는 자동차의 앞유리판에 비...

강의실

멋진 사진이냐, 의미있는 사진이냐 결론은 메시지

  • 곽윤섭
  • | 2009.07.16

출사미션 1~3강 우수작 미션 강의실코너를 통해 지난 6월 18일부터 강의를 시작했습니다. 단순히 멋진 사진보다는 의미 있는 사진 찍기를 위한 안내...

강의실

[미션강의실] (4) 같은 것을 찍어도 의미가 달라진다

  • 곽윤섭
  • | 2009.07.09

사진을 잘 찍는다는 것과 사진을 잘 이해한다는 건 같은 맥락. 세심하게 보면 숱한 상징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상의 어떤 부분을 어떻게 표현하느냐...

취재

사막에 가장 잘 어울리는 물고기는?

  • 곽윤섭
  • | 2009.07.02

박준 사진전 ‘영원한 미국 서부’ “‘생존의 절박성’에서 사막과 연어 닮아” 흑백사진 40여장에 극한의 세계 담아  그는 마냥 사막이 좋다고...

강의실

[미션강의실] (3) 사진에 풍성한 이야기를 불어넣는 비결

  • 곽윤섭
  • | 2009.07.02

사진 속에 사람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주인공을 중심에 넣느냐 주인공 주변의 선이나 면의 형태와 크기, 색깔, 갯수에 따라 사진 분위기는 천변...

강의실

[미션강의실] (2) 2차원으로 바꾸는 마술, 면을 만들어라

  • 곽윤섭
  • | 2009.06.25

눈 따라 세상 달리 보이 듯 가까이 멀리, 또는 왼쪽 오른쪽 흩어진 조각이 나만의 질서로 정사각형은 솔직, 직사각은 일상 원은 영원, 삼각은 긴...

취재

한국 만화 100년을 한눈에 보는 즐거움

  • 곽윤섭
  • | 2009.06.23

▲ 만화방 전경-당시 만화를 빌려주기도 하고 열람할 수도 있었던 이곳은 보통 구멍가게를 겸하고 있었다. 국립현대미술관 ‘한국만화 100년전’ 만...

강의실

[미션강의실] (1) 네모 안의 매력 포인트, 선을 찾아라

  • 곽윤섭
  • | 2009.06.19

모양 따라 느낌 바뀌고 앵글, 빛, 초점 변화 따라 새롭다 수평선, 아래 있으면 여유, 위는 한정 수직은 멈춤, 사선은 자극적 곡선은 부드럽고 우...

취재

40여년 한국기록에서 뽑아낸 감동의 순간들 [1]

  • 곽윤섭
  • | 2009.06.18

▲ 가랑비를 맞으며 침묵 시위를 벌이는 대학생들, 서울, 1965 ⓒKuwabara Shisei, 2009 [사진전리뷰]구와바라 시세이 ‘내가 본 격동의 한국’ ...

취재

젊음의 거리, 문화의 거리

  • 곽윤섭
  • | 2009.06.11

용두산공원. 사진명소답사기-부산 남포동, 광복동 일대 흔히들 서울에 사는 사람들은 서울, 혹은 수도권 일대를 벗어난 모든 곳을 시골이라 부른다...

강의실

속도를 즐기면 색다른 사진이 듬뿍

  • 곽윤섭
  • | 2009.06.04

▲ 부채춤의 하이라이트는 부채를 들고 원을 그리는 동작이다. 셔터스피드를 살짝 내려주는 것으로 운동감이 충분히 표현됐다. [셔터 갖고 놀기]...

취재

다큐사진의 거장? 스냅샷의 거장!

  • 곽윤섭
  • | 2009.05.21

1년만에 다시 만나는 '엘리엇 어윗' California, USA, 1955 ⓒ Elliott Erwitt_Magnum Photos  엘리엇 어윗(1928~)이 돌아왔다. 지난해 ...

취재

서울의 색을 찾아보자

  • 곽윤섭
  • | 2009.05.20

[사진명소답사기] 서울의 색-명동 그동안 이 코너에서는 장소의 특성에 따라 풍경, 꽃, 운동하는 사람 등 촬영의 포인트를 조금씩 달리했다. 이번...

강의실

사진이 안된다 생각되면 찍지 말라

  • 곽윤섭
  • | 2009.05.12

[사진이 안 되는 사진 ②] 뉴스사진과 연출 오래전에 <한겨레>에서 뉴스메일 서비스를 시작하던 무렵 제가 ‘사진 뒤집어보기’라는 코너를 운영...

취재

“인터뷰 하듯이 사진 찍습니다”

  • 곽윤섭
  • | 2009.05.06

[생활사진가 열전] 첫 사진전 연 아나운서 신성원 로마 막 생방송 진행을 마치고 나오는 아나운서 신성원(36)씨를 여의도 KBS에서 만났다. 경...

취재

같은 장소, 다른 사진들

  • 곽윤섭
  • | 2009.04.21

사진명소답사기-서울 이화동 낙산공원 2006년 문화관광부 산하 공공미술추진위원회가 주도해 70여명의 작가가 벽화와 설치작업으로 가꾸어 놓은 곳이 ...

취재

최고의 미인만이 가능한 ‘흰 배경 옆모습’

  • 곽윤섭
  • | 2009.04.08

[알고보면 더 재밌는 카쉬전 5]오드리 헵번   ⓒ유서프 카쉬 눈썹연필과 립스틱 하나만으로 충분한 배우 카쉬는 1956년 오드리 햅번이 영화 <화니...

취재

동물원에서 자화상을 찍은 사나이 [2]

  • 곽윤섭
  • | 2009.04.07

도시(연작) [생활사진가 열전] ‘엘 토포’ 유창완씨 유창완(37ㆍ경기도 안양시)씨의 닉네임은 엘 토포(El Topo)다. 그의 닉네임만 듣고도 그의 ...

강의실

봄나들이 사진 업그레이드!

  • 곽윤섭
  • | 2009.03.31

서울숲 봄 특집-나들이 단체사진 잘찍는법 남녘엔 벚꽃이 절정에 달했다는 소식이 들려오기 시작했고 서울을 비롯한 경기지역도 이번 주말을 전후해...

취재

정지된 그림에 속도감을

  • 곽윤섭
  • | 2009.03.26

공을 끝까지 보고 있다. 제대로 배트와 공의 타이밍이 맞았다. 셔터속도 1/640 사진명소답사기-올림픽공원 사진을 잘 찍기 위해 이론을 배우는 사...